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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센티시티(Raw-authenticity)

AI 발전할수록 ‘날것’의 ‘진정성’에 감동
기업과 창작자는 ‘인간의 흔적’ 설계해야

권문혁,정리=백상경 | 448호 (2026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매끄러운 결과물이 범람할수록 ‘인간의 흔적’은 더 높은 가치를 얻는다. 조금은 서툴고 흠집도 보이는 ‘날것(Raw)’,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비롯한 ‘진정성(Authenticity)’이 결합한 ‘로센티시티(Raw-authenticity)’는 2027년의 핵심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의도적으로 남긴 사람의 온기와 자취가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인간의 흔적을 남길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완벽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그 결과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출처(Origin)’를 입증하는 것도 중요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이 호응하는 본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08. 로센티시티
Raw-authenticity

AI가 발전할수록 비인간적 완벽함보다 인간적 불완전함이 역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 AI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지문, 창작자의 관점, 브랜드의 서사를 남겨야 진정성, 고유성, 출처성 차원에서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미.



1. AI 냄새 vs. 사람 냄새

실제로 AI가 만든 것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묻는다. AI를 썼는가, 쓰지 않았는가. 사람이 직접 쓴 글에도 그런 말을 한다. 사람이 만든 이미지나 영상에도, 사람이 기획한 광고에도, 사람이 올린 사과문에도 그런 반응이 붙는다. AI가 만들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결과물 앞에서 AI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AI 냄새를 분간하기가 쉬웠다. 여섯 개짜리 손가락, 어색한 문맥,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 같은 명확한 오류들이 단서였다. 그러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외형적 결함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제 ‘AI티’가 나지 않는 매끄러운 결과물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예컨대 다음 문장들을 보자. AI가 썼을까? 사람이 썼을까?

“고객님의 소중한 일상에 따뜻한 가치를 더하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법도 맞고 어휘도 무난하다. 틀린 말도 없고, 기업이 할법한 말은 빠짐없이 들어 있다. 그런데 아무런 감흥이 없다. 지독하게 밋밋하고, 지독하게 상투적이다. 틀리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때리는 울림이 없다. 사람들이 이런 문장을 보고 “AI 같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는 기술의 냄새가 짙어서가 아니라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일은 저런 영혼 없는 문장들이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이다. 개성 없는 광고 카피도, 영혼 없는 사과문도, 안전하기만 한 기획서도 우리는 오래전부터 숱하게 봐 왔다. 그때도 우리는 감동하지 않았다. 왜였을까. AI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였다. 창작자의 고민, 경험, 개성이 보이지 않는 결과물은 원래도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콘텐츠는 언제나 사람의 욕망과 감정을 통과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AI도 이 원칙을 바꿀 수는 없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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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문혁

    히트메카닉스 대표

    필자는 MBC-TV 시사교양PD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을 제작하고 기획했다. 편성국 프로그램개발TF팀장, ‘PD수첩’ CP,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강원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대중문화 흥행 비결을 분석하는 개인 연구소 ‘히트메카닉스’ 대표로 다양한 킬러 콘텐츠 기획을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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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백상경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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