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맨의 시대
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지음/ 더난출판 / 1만6000원
미들맨. 사전적 의미는 A와 B를 이어 주는 ‘중개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만 한정돼 쓰이는 명칭은 아니다. 야구에서는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를 이어주는 중간 계투 요원을 미들맨이라고 부른다. 벤처 업계에서는 투자자나 전문경영인, 법률·세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사람을 미들맨이라고 한다. 책에서 미들맨은 연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또는 비즈니스맨을 일컫는다.
한때 인터넷 기술 등의 발달이 이들 미들맨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모든 거래가 ‘직거래’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조차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마찰 없는 자본주의(Friction-free capitalism)’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하며 미들맨이 사라진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일정 부분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들맨은 사라지기보다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 이베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직거래를 강조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거래는 미들맨을 통해 이뤄진다. 이들 미들맨은 수천 건의 거래를 통해 평판을 쌓아온 판매자들이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트인 역시 구인자와 구직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링크트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전문 리크루터들이다. 최근 화제인 ‘공유경제’ 메커니즘도 결국 미들맨들의 역할이 있기에 가능했다. 공유경제 메커니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남는 노동력이나 여러 형태의 유휴생산능력을 사고판다.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나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Uber)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왜 미들맨의 성장세가 지속될까. 첫째로 수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 믿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나면서 그 과정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니즈가 커졌다. 이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 바로 미들맨이다. 두 번째로 미들맨은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한때 인터넷이 직거래 시장을 키울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여기에는 ‘신뢰’라는 중요한 요소가 배제돼 있다. 인터넷상에서 처음 만난 구매자와 판매자는 기본적으로 상호 신뢰가 없다. 이때 수많은 개별 거래를 성사시킨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미들맨은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하게 되고 이런 역할 때문에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미들맨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들 미들맨은 인터넷을 일종의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시대의 본질적 변화로 읽는다. 그리고 변화의 핵심인 ‘연결’에 집중한다. “인터넷을 활용해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연결하고 어떻게 시장을 독점할 것인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책의 저자인 마리나 크라코프스키는 실리콘밸리를 근거지 삼아 오랜 기간 벤처산업을 연구했으며 <디스커버><뉴욕타임스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등의 전문기자로 활동해오며 오늘날 급부상한 미들맨들의 정체를 추적하고 그들의 역할이자 성공 전략을 6가지로 분류해 소개한다.
그중 교량자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자다. 거리가 멀거나 사회적 계층이 달라서 만날 수 없는 고객들의 거래를 촉진시킨다. 인증자는 고객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거래 물품의 가치를 확인시켜준다. 집행자는 거래 상대들 모두가 거래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위험 감수자는 위험한 거래를 기피하는 고객을 위해 변수를 줄여준다. 안내자는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고객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보호자는 고객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지 않도록 대신 비난을 받는다.
각 역할과 함께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들은 흥미로운 읽을거리와 함께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힌트를 준다.
장재웅기자 jwoong04@donga.com
미쳤다는 건 칭찬이다
린다 로텐버그 지음/ 한국경제신문사/ 1만4400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사라지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스타트업을 창업하든, 회사에서 잘리고 치킨집을 차리든 모두에게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책은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와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인데버’의 창립자이자 CEO다. 그녀 스스로도 변호사라는 안정적인 미래를 거부하고, 인데버 CEO라는 새로운 길에 대담하게 도전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거나 다음 단계로 이끌어나가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무엇보다 “주위의 우려에 굴복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김근배 지음/ 중앙북스/ 1만6000원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하다. 시장에 의해 수요와 공급은 조절되고, 생산자원도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논리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은 이를 진리처럼 믿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미스는 시장만능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스미스의 이론을 곡해해 가져다 썼다고 비판한다. 실제 보이지 않는 손은 ‘국부론’에서 딱 단 한 번 언급된다. 그것도 국민보다 상인과 국내 제조업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때문에 저자는 애덤 스미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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