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처럼 일하지 마라 外
제레미 구체 지음/ 타임비즈/ 1만 6000원
1970년대에 로이 레이먼드는 아내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속옷 매장에 들렀다가 불청객 취급을 당하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남성 친화적인 매장을 만드는 데 투자했고, 대성공을 거뒀다. 그 여성 속옷 브랜드가 바로 ‘빅토리아 시크릿’이다. 그러나 로이 레이먼드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친다. 속옷의 주 구매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 로이 레이먼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틈새를 공략함으로써 막대한 보상을 얻었지만 큰 그림을 놓치는 바람에 회사가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국 레슬리 웩스너에게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
최고 필름 업체였던 코닥, 휴대폰 강자 노키아, 대규모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 등 한때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이 무너진 이유는 ‘성공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되풀이하다보니 빠른 시장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 <어제처럼 일하지 마라>의 저자 제레미 구체는 ‘성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호기심’이라는 사냥꾼 본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그래야 변화를 감지하고 그 속에서 서로 이어지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구체는 자신이 설립한 트렌드 네트워크 사이트 ‘트렌드 헌터’를 통해 약 50만 가지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100만여 명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모든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소위 ‘기회’라는 것에 숨어 있는 6가지 공통 특징을 찾아냈고 이를 ‘기회가 가진 6가지 패턴’이라고 명명했다. 그 6가지는 각각 일탈(Divergence), 결합(Convergence), 순환(Cyclicality), 방향전환(Redirection), 단순화(Reduction), 극대화(Ac-
celeration) 등이다.
일탈은 페이스북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류 소셜미디어가 상대방이 나를 팔로(Follow) 할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할 때 페이스북은 내가 상대방에게 내 콘텐츠를 공유할지 말지를 선택하게 했다. 이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개인의 정보 노출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했다. 결합은 일탈과는 반대되는 법칙이다. 2005년 대만의 EVA항공은 일본 산리오와 협업해 헬로키티 비행기를 선보였다. 비평가들은 이 시도가 단편적 홍보 효과를 노린 단기적 전략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EVA는 10년 동안 헬로키티 비행기 모형 상품으로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고 더불어 비행을 무서워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까지 EVA항공을 이용하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밖에 마돈나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들어 판 뒤 그것에 착안해 십대를 위한 모조 다이아몬드 속눈썹을 만들어 한 해에 1200억 원을 벌어들인 우에무라의 사례는 순환에 해당한다. 속도위반 차량 대신 속도를 위반하지 않은 차량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그중 추첨해서 당첨금을 주는 방식으로 과속 비율을 현저히 줄인 사례는 방향전환의 좋은 예다. ‘액션 카메라’라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킨 고프로는 단순화의 힘을 보여준다. 또 “터프한 여자들은 스커트를 입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러닝 스커트 시장을 개척한 니콜 드붐은 극대화 전략을 사용한 예다.
<어제처럼 일하지 마라>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모두가 위기를 말하지만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답습하는 시대에 이 책이 생각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제처럼 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하지 말고 똑똑하게 일하라!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Servicovation
(서비소베이션)
김용진 지음/ 율곡출판사/ 2만원
인터넷과 IT의 발달로 기업의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팔리던 시대는 가고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 이 책에서는 고객의 문제에 전착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혁신적 접근을 ‘서비소베이션’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서비소베이션의 핵심은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서비스와 관련된 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또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고객을 파악해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를 찾아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요아힘 바우어 지음/ 책세상/ 1만5000원
세계 2위의 주당 노동 시간(52시간),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연평균 휴가사용 일수(6일)와 가장 짧은 수면시간(6시간35분). 2015년 대한민국 직장인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은 10명 중 7명꼴로 ‘번아웃(Burnout·소진) 증후군’을 호소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일에만 몰두한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번아웃을 직장 안에서 일어나는 노동 질환으로 규정하고 일과 삶의 양립 가능성을 신경생물학적, 심리적, 철학적,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매일 아침 출근이 괴로운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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