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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칼로 싸워라

최한나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1. 국내 한 가전회사가 독일 전자회사와 OEM 방식으로 VTR을 거래하고 있었다. 신모델 일부에 문제가 발생했다. 당연히 국내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이기는 했으나 문제는 독일 측 요구가 과하다는 데 있었다. 담당 바이어는 해당 모델의 유통 재고 전부를 회수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내 회사는 불량이 생긴 선적분에 한해 전수검사를 하고 불량품은 현지에 기술자를 파견해 고쳐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독일 바이어는 당초 요구만 되풀이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협상은 사흘째 답보에 머물렀다. 당신이 한국 측 담당자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겠는가.

 

#2.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한국 회사가 유통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중부에 있는 한 대형 유통업체가 유독 고자세로 입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맥을 총동원해서 간신히 미팅을 잡았다. 55로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담당자를 설득해야 했다. 담당자 취향을 조사했다. 그는몬다비리저브라는 와인을 좋아하는데 이 와인은 한 병에 300달러(당시 환율은 1850) 정도였다. 열 명이 모이면 7∼8병은 거뜬히 비워질 텐데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비즈니스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문제에 부딪치고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이럴 때 눈물나도록 반가운 것은 비슷한 상황을 수없이 겪으며 헤쳐 나갔을 선배의 경험담이다.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팀장과 소니코리아 사장, 한국코카콜라 회장, 레인콤 대표이사 등 굵직한 직책을 두루 섭렵하며 각종 비즈니스 상황을 겪은 저자가 크고 작은 일화를 펼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한다.

 

우선 첫 번째 상황이다. 나흘째 되던 날,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독일 바이어에게 저자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 같습니까?” 당시 50대 초반이었던 바이어는 30년 정도 살겠지 않냐고 응수해왔다. “날짜로는 얼마나 될까요?” “한 만일 정도?” “그렇겠지요. 빨리 은퇴하면 3000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남아 있는 3000일 중에 3일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냈어요. 서로가 조금만 양보하면 우리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는 않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독일 바이어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윗사람과 의논해보겠다고 나갔다가 돌아와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 새 모델로 바꿔주는 조건을 붙여 한국 측 제안을 받아들였다. 저자는대부분 사람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자신이 관철해야 할 목표만 이야기한다. 테이블 밖의 이야기를 꺼내면 의외로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상황이다. 저자는 몬다비리저브 와인을 알아보다가 몬다비 와인 중에서도 최상급 포도를 쓰거나 특별 숙성시킨 프리미엄 와인에 리저브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을 알았다. 저녁 자리에서 저자는 상대방에게몬다비리저브와 보통 몬다비는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가격 차이만큼 맛이 다른가요?”라고 물었다. 상대방은당연히 리저브가 훨씬 좋겠지요라고 답했다. 저자가얼마나 더 좋은데요?”라고 묻자 상대방은글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저자는두 와인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팅을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상대방은 재미있는 제안이라며 환영했고 즉석에서 와인 시음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은 몬다비리저브와 몬다비의 맛을 구별하지 못했다. 결과가 공개되자 다 같이 놀라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한 분위기에서 저자는 말했다. “리저브가 소니라면 보통의 몬다비는 삼성일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와인의 진짜 품질을 잘 구별하지 못하면서 이름만 보고 선택할 때가 많습니다. 삼성과 소니 제품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의미 있는 테스트가 된 것 같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음 날 곧바로 실무자들 간 미팅이 진행됐다. 저자는낮은 브랜드 이미지는 후발업체가 극복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제품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리더는 전략가여야 한다.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많은 리더들은 전략가가 아니다. 관리자거나, 책임자거나, 운영자일 때가 많다. 수년간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EOP(Entrepreneur, Owner, President) 프로그램을 진행한 몽고메리 교수는당신은 전략가인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가?” “목적을 어떻게 현실로 바꿀 것인가?” 등 계속 질문을 던지고 참여자가 답하는 과정을 통해 리더가 전략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매 시대 상인들은 항상 새로운 일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왔다.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 생산 방법과 판매 방법들을 개발해 왔다. 유망하다고 판단하면 무엇이든 한다. 설령 위험한 다리라고 해도 건너야 한다면 서슴없이 발을 내민다. 단지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목표를 정한 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달성한 후 느껴지는 성취감 때문이다. 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어떻게 행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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