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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급 역사처럼 꿈틀대는 중국

서진영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과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의 경제정책이었다. 1750년 청나라 시대 중국 경제는 세계 GDP 총량의 32.8%를 차지하던 세계 최고 부국(富國)이었다. 하지만 1750년부터 1949년까지 무려 20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줄곧 내리막길만 걸었다.

 

저명한 경제학자 앵거스 매디슨(Angus Maddison)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GDP 1820년에 2209억 달러였다. 이어 1900년에는 2180억 달러, 1950년에는 2400억 달러였다. 이 수치를 중국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한 비중으로 환산하면 각각 33%, 11%, 2.9%. 급기야 1949년에는 세계 GDP 총량의 1%만 차지하는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외친 지 불과 50여 년이 흐른 2010, 중국은 세계 GDP 9.5%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강 미국의 뒤를 이어 G2로 부상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1위 인구 보유국, 세계 3위의 면적을 가진 나라, G2로 재등장한 나라가 됐다. 이러한 거대한 중국에 2012년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대명사인 시진핑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중국의 또 다른 변신이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 방법을 저자는 중국의권력구조’ ‘경제모델’ ‘핵심지역’ ‘과학기술’ ‘문화예술 5가지 핵심동인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중국 정치 경제 판세에 관해서는시진핑 시대의 뉴 차이나로 명하며 앞으로의 중국의 정책 코드는 내수확대와 도시화이며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서비스산업, ITS 등 분야에서 시장기회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수확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둘째, ‘진화하는 중국식 경제모델에서는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 경제의 전략과 미래 청사진을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제조업 생산량, 수출, 외환보유고 등에서 이미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은 앞으로 실리주의 정책을 구사하면서 그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래 중국 경제의 청사진으로 떠오른 ‘12.5규획 ‘7대 신흥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신시장·신산업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중국의 내일을 이끄는 땅에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핵심지역을 상하이, 네이멍구, 광둥으로 제시하고 있다.

 

푸둥신구 개발로 우뚝 선 상하이(上海) 2010년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미래 중국의둥팡밍주(東方明珠)’로 도약하고 있다. 이제 상하이는 무역과 산업의 도시에서 도시녹화, 탄소제로, 인공지능, 메갈로폴리스(거대도시군)의 중심지로 변신하고 있다. 황사 발원지에다 버려진 땅으로 알려졌던 네이멍구(内蒙古) 자치구는 신재생에너지와 천연자원의 땅으로 거듭나면서 자원개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전략지역으로 부상했다. 또한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러시아와 연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어 네이멍구러시아의 변경무역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 남부지역인 광둥(廣東)의 경우 종래 개혁·개방의 시점이자 노동집약적 제조업 및 무역의 중심지로서 중국의 성장을 이끌었는데 최근 국가 경제산업 구조조정의 시험무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세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뉴 차이나, 세계적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다에서는 중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의미하는차이테크의 시대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인공위성, 핵폭탄, 스텔스기, 항공모함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군수기술을 민생화하는 기술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및 인력 정책을 주시하면서 산업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중국의 비교 혹은 절대 우위, 문화소프트파워에서는 중국의 문화 경쟁력을 집중 조명하면서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수많은 설화, 일화들이 한데 어우러져 문화·예술 분야의 잠재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이야기를 블록버스터 형식의 기획과 화려한 무대연출로 되살려낸 장한가(長恨歌) 황제에게 미움을 받아 유배나 강등을 당한 관리들이 만든 시와 노래인 폄관문화(貶官文化), 한때 역사 속에 파묻혔다가 재평가 받은 공자사상 등 숱한 역사적 자원들이 대형 문화상품으로 속속 재탄생하고 있다. 소림사(少林寺)는 사찰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평가마저 듣고 있다. 저자는 어느 한쪽의 문화가 일방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류(韓流)와 한류(漢流)가 동등한 수준에서 교류하고 확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5가지 분야의 소결론을 종합한 저자의 결론은 중국과의 협력모델도 양적인 확대에서 벗어나 ‘Made WITH China’에 기반을 두고 질적인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을 가공기지로만 활용하던 종래의 기능은 ‘Made In China’ 위주였다. , 우리 기업들이 저렴한 생산비용을 활용해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한국에서 가공용 원부자재를 수출해 만든 상품을 다시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델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로 성장모델을 전환하고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을 표방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진출 모델도 중국 내수시장의 진출을 추구하는 ‘Made For China’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Made WITH China’를 모색해볼 수 있다. ‘Made WITH China’는 합자(Joint Venture) 등 단순한 형태의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모델을 의미한다. , 양국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협력해 상호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면, 중국 기업이 해외투자를 한 후에 현지에서 외국 기업과 협력해 다시 공동으로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나서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에 현지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중국 측 기업은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를 확대하고 동시에 중국 내수시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외국 측은 브랜드 파워 및 기획업무를 분담하면서 중국 자본유치 및 내수시장 진출 확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우추취 결합을 통한 중국 내수시장의 역진출 모델의 대표적인 예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회사인 푸싱(復星)그룹이다. 2010년 푸싱그룹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리조트 회사인 클럽메드(Club Med)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이것은 푸싱그룹이 클럽메드와 공동으로 중국에 역진출해 관련 사업 부문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반적인 합자(JV) 등 단순한 형태의 중외기업 간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모델을 의미한다.

 

이러한 ‘Made WITH China’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면 대중국 투자진출 및 중국자본의 유치를 가능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모델이 된다. 중국 기업의 우위요소인 자본과 시장, 한국 기업의 장점인 기술과 브랜드를 각각 활용해 한·중 산업 간의 분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게 되고 거대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앨빈 토플러가 이렇게 말했다. “덩치 큰 중국 옆에서 한국이 위축된다고요? 그럼 이사 가야죠.”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좋은 금수강산에 살고 있어서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잘사는 방법을 찾으면 될 뿐이고 상대방이 큰 힘을 쓸 때 이를 잘 이용하는 유도(柔道)의 전략을 생각하면 된다. 크다고 힘이 쎈 것도 아니고, 크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힘을 한곳에 모을 줄 아는 현명한 자가 이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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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영

    서진영sirh@centerworld.com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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