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잡크래프팅’

과업보다 일이 이뤄지는 관계에 집중하라

275호 (2019년 6월 Issue 2)

잡크래프팅(job crafting)의 장점은 기존의 직무 설계(job design)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직무 설계에서 일은 상사가 제공하는 것이지 구성원 자신이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일은 본질적으로 구성원 개인이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 상사, 동료, 관련 팀, 고객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고 이러한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 하지만 직무 설계에는 관계적 측면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대개의 직무기술서는 과업만 기술하고 일이 이뤄지는 방식인 관계는 기술하지 않기 때문이다 (Grant, 2007). 1


그렇다면 잡크래프팅은 기존 직무 설계의 접근 방식과 무엇이 다를까? 이 논의는 다음 전제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일을 통제하고 처리할 때, 일의 의미와 정체성이 증가한다(Okuda, 2018). 2 여기서 일을 통제한다는 것은 무슨 일을 할지 선택하는 것과 그 일을 어떻게 수행할지 결정하는 것, 즉 일의 내용과 일을 처리하는 방식 모두를 포함한다. 이 전제에 따라 설계된 잡크래프팅 행동전략을 통해 구성원은 자신의 과업과 관계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구조화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미 있는 과업과 관계는 업무 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과업과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의미 있는 과업 만들기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면 과업과 과업 수행방식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진다. 언제 일의 의미를 크게 느낄까? 자기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고 성장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조직에 영향력을 끼친다고 인식할 때이다(백수진, 2019). 3 이에 근거해 의미 있는 과업 만들기 프로세스를 진행해보자.

1단계는 일의 의미를 점검해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점은 이 가치가 자신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 팀, 조직같이 자신을 넘어선 외부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DBR 272호에서 언급했던 사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고객관리팀에 근무하는 A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봉사하는 일을 좋아한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결과 그들의 감사를 받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고객관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이를 토대로 팀과 조직에 큰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목표를 담아 자신의 일을 단순한 기능적인 ‘고객불만 처리자’에서 ‘고객문제해결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총책임자’로 재정의했다.

2단계는 자기가 수행하는 일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을 앞서 1단계에서 정의한 자신의 일의 의미와 부합하는지, 또는 부합하지 않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현재의 일이 자신이 추구하는 일의 의미와 부합하면 다음 단계로 그것을 지속할지 또는 개선할지를 결정하고 일의 의미와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일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지 판단한다.



위의 고객관리팀 A를 사례에 적용해보자. A는 자신이 수행하는 일의 목록을 [표 1]의 ‘과업과 일의 의미 부합 리스트’로 작성했다. 고객불만 전화 응대, 고객불만 처리, 이벤트 기획같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일들을 적었다. 그리고 리스트에 적은 각각의 일들이 자신이 정의한 일의 의미, 즉 ‘고객문제해결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총책임자’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했다.

‘고객불만 전화 응대’와 ‘고객불만 처리’ 업무는 자신의 일의 의미에 부합하므로 지속해 나가도 되지만 고객불만에 대해 단순히 기능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해결을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의 프로세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조정 결과에 ‘개선’이라고 적었다. 반면에 ‘이벤트 기획’은 자신의 일의 의미와 관련성이 적다고 판단해 이 일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고객문제해결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 총책임자’로서 추가로 필요한 일이 있는지 점검했다. 지금까지 하고 있지 않은 일 중 고객들의 잠재 불만과 고충을 수집하는 일이 새롭게 정의한 일의 의미를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업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추가했다.

이처럼 자신의 일의 의미에 부합하도록 업무를 추가, 개선, 감소, 제거하는 과정이 잡크래프팅의 과업 만들기 프로세스 중 하나인 ‘의미 있는 과업 만들기’이다. 직무 설계와 달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자신의 과업을 조정했으므로 내적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직무 만족도가 향상되고 주도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고품질 관계 만들기

잡크래프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과업’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의미 있는 과업 만들기를 통해 과업과 수행 방식을 조정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동료, 상사, 관련 팀, 고객과의 관계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상호 간의 관계를 고품질의 관계(High Quality Connections)로 발전시키는 것이다(Stephens, Heaphy, & Dutton, 2011). 4 조직에서 의미 있는 관계는 고품질 관계를 추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고품질 관계란 유용성을 목적으로 서로 자원을 제공하고 보상받는 상호 교환의 관계를 넘어 서로의 성장과 개발에 도움이 되는 관계로 관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일을 통해 새롭게 정의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받고, 서로 배우고, 학습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 관계를 말한다. (그림 1)



동료, 상사, 고객 등 자신의 일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공동의 목표 아래 함께 성장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다. 파트너십이란 고품질의 관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추가하거나 개선할 과업이 도출됐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다. 이때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는 과정이 상대방에게도 역시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고품질의 관계를 위해서는 상호 성장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가능한 한 많이 구축하는 것이 잡크래프팅 관계 만들기의 핵심이다.

앞에서 언급한 A가 어떻게 고품질 관계 만들기를 실행했는지 알아보자. A가 새롭게 추가한 ‘고객의 잠재 불만과 고충 업무 수집’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객불만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일은 A 혼자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힘든 일이었다. A는 신규 조직인 데이터마이닝팀의 B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A는 다차원 분석을 통해 고객들이 가진 불만패턴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잠재불만을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B에게도 어떤 가치가 있는지 호소했다.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A에게 유익한 점이라면 B는 마케팅 분야에만 주로 적용하던 데이터마이닝 기술을 고객관리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전문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공감대를 토대로 A와 B는 함께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는 고품질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잡크래프팅은 결과가 아니라 프로세스다. 한 번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개선하는 순환의 과정이다. 일의 의미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에 맞는 과업과 관계를 새롭게 만들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결과보다 의미가 있다. 작은 개천들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직 내 구성원 각자의 잡크래프팅이 모이고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주도적이고 업무 몰입도가 높은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위임해 그들 스스로 잡크래프팅의 3가지 행동 전략을 실행하고, 보완하고, 재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직무에 만족해 경쟁우위의 성과를 창출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필자소개 백수진 SM&J PARTNERS 수석 연구위원 sjbaik@smnjpartners.com
필자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앙대 인적자원개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인재개발원, LG패션, 멀티캠퍼스에서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에서 수석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잡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문제해결 프로세스’ ‘퍼포먼스 컨설팅에 기반한 HRD 전략’이 주된 연구, 강의 분야다. 관련 논문을 저술했으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