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경영

감정의 고통 피하려면 두뇌의 관심 다른 곳으로 돌려라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감정노동의 고통은 사실진상 손님을 보내고 나서 시작된다. 또한 악덕 상사와 헤어져 퇴근한 이후에 시작되기도 한다. 감정은어떠한 상황과 언어가 입력된 이후에 발생하는 일종의 결과물(출력물)이다. 출력을 바꾸려면 입력을 바꿔야 한다. 인위적으로 일단 웃어서 기분을 좋게 하는웃음치료가 대표적인 입력신호 바꾸기 요법이다. 극도의 감정노동을 마친 이후에일단 웃어라라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그래서 나온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바로말단신경 이완법이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간 뒤 계속적으로 그 여파로 힘들다면 일단 이것부터 시도해보자.

 

필자 주

이 연재는 필자가 출간한 <거기 누구 없소: 사람 잡는 감정노동> <감정노동의 진실: 나도 사람이다>와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카페, 그리고 교육과정에서의 강의안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편집자주

최근감정노동을 하는감정노동자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고객만족이 화두가 된 이후로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사람(고객)을 상대하는 근로자들이 처하게 되는 어려움을 일컫는 데에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사무직 직장인에게도 적용되는 단어가 됐습니다.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소장이감정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연재합니다.

 

지난 3회 연재를 통해 감정노동 과정에서 사람들이 당면하는 스트레스의 실체와 메커니즘, 그리고 심리학·뇌과학적으로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원리 등을 살펴봤다.

 

이제 실제 감정노동 현장에서 노동 이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 입은마음을 달래고 정신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 번째말단신경 이완요법을 제시한다.

 

이에 앞서 지금까지 알아봤던 감정노동을 수행할 때 대응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무엇보다도 우선지금은 감정노동이야∼!’라고 자각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표현해야 하는 것이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라고 나의 뇌에게 말을 걸어준다. 당신의 마음은 차분해지고 스트레스를 50% 이상 적게 받을 것이다.

 

그런데 한 손님이 본격적인진상 짓을 시작한다.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욕설을 하며 높은 사람 나오라며 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이때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기억하는가?

 

‘저 손님은 서열 싸움을 하고 있어’ ‘당신은 서열의 콤플렉스를 여기서 풀고 있는 거지?’라고 말해보라. 서열의 비밀을 뇌에게 알려줌으로써 당신의 원시 뇌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당신의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고 있다면넌 분노하고 있어. 이건 진상손님 일 뿐이야’ ‘원시 뇌야, 화 많이 났지?’라고 분노하는 편도체에게 말을 건네주자. 분노 담당 편도체는 분노의 불길을 끄고 주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 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제 마음이 많이 진정될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이 말을 나에게 건네주자. 우리 뇌가 다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제 어렵게 나의 뇌를 달래가며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

 

진상손님은 가고 나 혼자 남았다. 마음에는 아직도 아까의 상처가 남아 있다. 온몸에 힘이 빠진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부터 소개하는 것은 격렬한 감정노동 이후 혼자 화장실에 있거나 할 때 그래도 몸속에 남아 있는 스트레스 독소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쉽고도 간단하기는 하나 정확히 그 원리를 이해해야만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일일이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며 그 효과도 대단히 크지만 그 원리에는 인간의 존재론까지 꿰뚫는 원리가 숨어 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 미국의 한 소도시 다락방에서 14세의 소녀가 발견됐다. 그런데 이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할 줄 몰랐고 짐승 같은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알고 보니 이 소녀의 어머니는 한 종교의 광신도였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 세상의 악으로부터 자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다락방에 가두고 이 세상의 악한 일은 인간의 언어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언어를 일절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한다. 오직 하루 세 끼 밥만 먹는 짐승 같은 세월이 14년이나 지난 것이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다락방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자꾸만 나는 것이 이상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고 마침내 소녀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이 소녀는 미국의 여러 학자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받게 됐는데 첫 번째가 언어학자였다. 그 당시만 해도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발달하고, 어떻게 분화됐는지 완전히 정립이 덜 된 시절이었다. 그래서 이 소녀에게 말을 가르치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는데 결국 이 소녀가 죽을 때까지 할 줄 아는 말은’ ‘엄마 10여 개 단어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인간의 언어 발달이 뇌 과학까지 발전하면서 이제는 만으로 13∼14세 이전에 언어를 배우지 못하면 뇌가 닫혀버린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곳에서는 세례를 받아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 세례가 꼭 신앙고백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소녀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신앙고백을 할 수가 없어 세례를 받을 수 없고, 세례를 받을 수 없으니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공은 언어학에서 신학과 철학으로 넘어왔다. 과연 이 소녀를 완전한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지금의 관점으로 봐도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상당히 논란의 여지를 많이 남긴 사건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녀가 14세 이전까지 언어 입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입력이 없으면 출력도 없다. 인간도 컴퓨터와 유사한 것이다.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인의 대부분은 청각 장애인이다.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의 신경세포에서 각종 신호가 뇌에 입력되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손으로 느끼고 하는 것들이 모여 우리 뇌에 우리의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

 

 

불교에서 오온(, , , , 식으로 외부의 자극과 우리의 감각기관이 작용해서 우리가 존재한다는 이론)으로 우리의 존재를 설명하는 것과 닮아 있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가 스트레스 받고, 생각하고, 사랑을 느끼고 하는 것이 바로 온몸의 입력장치를 통해서 우리 뇌가 느끼는 것이다. 입력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 육체는 부모님이 주셨지만 나의 생각, 나의 인식, 나의 감각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뇌에 입력이 됐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어쨌든 입력이 없으면 존재도 없다. 입력이 바뀌면 출력도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입력신호를 인위적으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요즘 웃음치료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웃음치료 강사만 수만 명이다. 여기저기서 웃으면 만병이 치료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웃으면 행복 호르몬 엔도르핀이 흐르고 우리 몸과 마음도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 웃음치료가 인위적으로 뇌의 신호를 바꾸는 것이다. 웃을 일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억지로 크게 웃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즐겁게 느낀다. 육체적 신호를 바꿔줌으로써 뇌는 정말 즐거운 일이 있는 줄로 생각하고 온몸에 긍정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감정노동으로 온몸이 경직되고, 가슴이 심하게 뛰고, 심지어 사지마비까지 일어나는 노동자도 있다. 너무나 증세가 심각한데 여기에다 대고 웃으라고 하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웃음치료는 따로 시간이 날 때,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됐을 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스트레스에 싸여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입력신호를 바꿔 주자.

 

필자가 개발한 말단신경 이완법은 용어는 어려워 보이지만 내용은 쉽다. 우리의 존재를 만드는 말단신경에 다른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감정노동으로 예민해진 두뇌에 다른 신호를 입력하는 것이다. 우리 두뇌는 각종 말단신경세포에서 지금 현재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그게 시각세포든지, 청각이든지, 촉각이든지 가리지 않는다. 그래야 우리 존재의 안녕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제 원리를 알았으니 말단신경 이완요법을 시행해보자.

 

우리 뇌에 새로운 자극으로 우리 뇌의 관심을 돌리는 것인데 너무나 간단하고 쉽다. 따라 해보자.

 

우리의 말단신경은 피부에 다 모여 있다. 손과 발, 그리고 팔, 다리, , 이런 순서로 신경이 모여 있는데 이곳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맨살에 두드리는 것이 제일 좋고 여의치 않으면 얇은 옷 위로 두드려도 무방하다. 약간 아플 정도로 두드려야 뇌가 반응을 한다. ‘! 또 다른 긴급 상황이구나하고 뇌가 새로운 신호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슴이 진정이 안 되고 억울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 순간에 가까운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들어가서 한번 해보자.

 

 

우리 뇌는 지금 당장에 들어오는 신호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5분 정도 두드리면 마음이 가라 않고 호흡이 진정될 것이다. 두드리는 순서는 위에서 아래로, 한쪽 어깨에서 팔을 거쳐 손까지 양쪽 팔을 한 다음 다리도 허벅지에서 종아리로 양쪽 발을 두드려 준다.

 

온몸에 전기가 짜릿짜릿하게 일어나며 두뇌가 반응할 것이다.

 

아까의 억울하고 분한 감정은 사라지고 새로운 자극에 뇌는 집중할 것이다.

 

귀와 눈의 말단신경으로 들어왔던 억울한 신호를 급격하게 대체할 것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또 다른마음달래기방식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김태흥 소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26년간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 우연히감정노동을 만나 충격을 받고 감정노동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1년 감정노동연구소를 설립했고 정부기관과 기업체에서 강의해오면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거기 누구 없소 : 사람 잡는 감정노동(2012)> <감정노동의 진실: 나도 사람이다>를 집필했다. 감정노동관리사 자격증(국가등록 민간자격증) 과정을 개설해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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