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anners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1. 중국의 식사, ‘음화식덕(飮和食德)’을 이해하라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의 식사 초대가 갖는 의미
중국인과 10년 넘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은 얼마 전 중국인 비즈니스 파트너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가 받은 초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조금 전에 탕을 진국으로 하는 단골 음식점에 전화해보니 오늘 갓 구한 신선한 재료를 푹 끓이는 데 사흘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혹시 그때 시간이 되면 진한 탕 맛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시간 어떠신지요?”
그가 기뻐했던 이유는 중국에서는 이 같은 식사 초대가 단순히 인사 차 만나 형식적으로 식사하는 비즈니스 미팅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는 그 의미가 더 크다. 중국 사업가와 밥 한번 먹기 어렵다는 불평을 하는 한국 사업가들이 많은데 이는 그들이 진정으로 상대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술 한 잔 기울이는 장시간의 식사를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의식주(衣食住)’가 아닌 ‘식의주(食衣住)’의 중국
중국에서는 의식주(衣食住)라는 말 대신 식의주(食衣住) 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중국인들이 그만큼 ‘먹는 것’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최고로 여긴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또 식사를 ‘먹는 예술(吃的藝術)’이라고 표현한다. 중국인에게 먹는 것은 단지 기본적인 욕구충족이 아니라 예술성을 따지는 일로 여겨진다. 그들의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는 ‘마시고 먹는 일은 덕’이라는 뜻의 음화식덕(飮和食德)이라는 사자성어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만찬용 수프로 상어지느러미, 제비집, 곰발바닥과 함께 ‘4대 진미’ 재료로 꼽히는 ‘흰목이(銀耳 혹은 白木耳)탕’을 대접받았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배려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중국 지도부가 외국 정상들과의 교류에서 만찬장에 제공하는 음식은 곧 ‘예우’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수프로 대접했는가는 가장 중요한 예우의 지표다.
단순히 어떤 음식을 먹느냐만 따져서도 안 된다. 중국에서 외교든 비즈니스든 상대방이 식사 초대와 좋은 음식을 준비해 예의를 갖췄다면 그건 비즈니스의 시작일 뿐이다. 식사에서 매너를 지키는 것, 중국 특유의 식사문화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이 결국 외교나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 죽의 장막 중국을 찾았을 때 자신의 오찬 상대로 앉은 허름한 양복을 입은 두 중국인을 보자 절로 얕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자 그들의 식사 매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그의 자서전에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세련된 식사 매너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데 식사 초대 하나에도 서두르지 않고 공을 들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맺는 중국인들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식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그들 앞에서의 실수를 막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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