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호랑이 줄무늬는 밖에,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131호 (2013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젊은 엄마들을 만났다. 여러 엄마들은 이 자리에서요즘은 어찌된 게 초등학생들 입에서도인간관계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아이들이 조숙한 것인지, 아니면 세태가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엄마들은 자신들의 경험으로는인간관계가 힘들다는 말은 대학에 들어간 뒤에나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어느 엄마는 벌써부터 인간관계를 걱정하는 아이들이 몹시 안타깝고 했다. 필자 역시 이런 대화 내용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서서히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사실 우리 모두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일종의 숙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왜 그렇게 인간관계가 힘든 것인가. 가장 손쉬운 대답은당연히 힘든 것이기에 힘들 수밖에 없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세상에 나와 성격이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형제자매도 성격이 다르다. 하물며 남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나는 어디서도 나와 성격이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그러니 당연히 누구를 만나도 서로 부딪히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이런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관계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성격 차이를 이유로 든다. 상대방과 성격이 맞지 않아서 못살겠다고 말할 때도 많다. 이런 이야기는 상대방이 나의 성격에 100% 맞춰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내 성격에 맞추는 것을 바란다는 점이다. 그 반대로는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상대방의 성격에 100% 맞추려고 노력해도 결과가 실제 그렇게 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모두 달라서 다른 사람의 성격과 부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코드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자물쇠도 맞는 열쇠는 딱 하나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맞기를 바라겠는가. 다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하는데 이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이 진짜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격은 일부분만 겉으로 드러난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갑옷으로 자기를 두껍게 무장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짜 성격을 감추기 위해성격 갑옷으로 중무장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자기가 의도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키면서내가 왜 그랬지? 뭔가에 홀렸나 봐라고 생각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그런데 그 뭔가에 홀리도록 만든 것이 진짜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진짜 성격이 드러나서 일을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와 상대방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성격 갑옷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격 갑옷을 고려해서 내 성격을 판단하면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 내 안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상대방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 겉보기에 조용해 보이는 사람이 속으로는 비판적이고 다혈질이고 급할 수 있다. 반면 겉보기에 급하고 비판적이고 다혈질처럼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면 여유롭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사례도 많다. 우리는 주변에서 실제 이런 사례들이 많지 않던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 즉 반대적인 성격 유형을 알아보고 그 부분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외모와 성격이 남성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있다. 말솜씨도 거칠고 선이 굵다. 그래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도 이런 점을 그의 성격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런 여성일수록 의외로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며 지극히 여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집에 가보면 온갖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세서리로 집안을 장식한다. 요리 솜씨도 뛰어나고 남자친구나 남편에게도 매우 곰살맞다. 그래서 깜짝 놀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여성에게 다가가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거칠고 선이 굵은 모습보다는 속에 감춰진 섬세한 면을 건드리는 것이 가장 좋다.

 

겉으로는 매우 외향적이고 화려하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속으로는 내향성이 강하고 심사숙고하는 유형이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겉모습만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럴 때는 자신의 인간관계가 피상적이라고 생각해서 실망하고 스스로 인간관계를 잘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유형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반대 면인똑똑하고 분별이 있으며 생각이 깊은 모습을 알아주고 칭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카리스마가 강하고 남성적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알려주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알고 보니 굉장히 다정다감한 분이시네요. 예술가적인 취미도 있으시고요라고 말을 건넬 수 있다. 여성스럽게 보이는 여성에게는 여성스러움을 칭찬할 것이 아니라알고 보니 굉장히 강한 면이 있으시군요.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정말 맞네요라고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겉모습과는 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성격 갑옷의 영향 때문이다. 자신이 감췄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이런 이끌림의 형태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배우자를 자신의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으로 선택하는 것도 바로 이런 심리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 매우 남성적인 사람에게서 의외로 민감하며 상처를 잘 받고 섬세한 면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당사자는 스스로를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자는 여성스러운 여성을 선택한다. 그의 무의식에는 여성성을 그리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 여성스러워 보이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겉보기에 여성스러워 보이는 남성은 남자처럼 씩씩한 여자를 배우자로 선택할 때가 많다. 이런 선택도 역시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남성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겉보기에 자신과 반대 유형을 선택한 커플일수록 결혼하고 나서 갈등을 일으킬 때가 많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대방의 모습이 후에 드러나면 당황하고 마찰을 겪게 된다.

 

또 하나 성격 갑옷이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더 많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냉소적인 행동과 지나친 공격성, 지나치게 수동적인 태도, 알랑거리는 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기 진짜 성격을 감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타나는 모습이다. 상대방이 이런 행동을 보일 때는 불쾌하게 생각하기보다 그가 숨기고 있는 성격의 이면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만 상대방이 겉으로 보이는 성격과 다른 성격을 보일 때는 한발 물러서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히말라야고원의 라다크 지역에는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성격 갑옷에 대해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것도 없을 듯하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질 때면 이 말을 떠올려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는 분명 존재하는 나와 상대방의 줄무늬를 발견하고자 노력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한 방법이 아닐까.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대표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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