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anners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더더욱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사례 1 2004년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한 축구단은 중국 상하이에서 온 팀과 경기를 펼쳤다. 친선경기가 잘 끝나고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뒤풀이’가 이어졌다. 상하이 축구팀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한국의 축구단 관계자는 우애의 표시로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멋진 초록색 모자를 선물했다. 한국 프로축구팀의 역동적인 모습과 뛰어난 축구 실력에 ‘원더풀’을 연발하던 그는 초록색 모자를 건네받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함께 모자를 받은 중국인 심판들도 불쾌한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례 2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A씨는 수년 전 거래처 중국인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 거금을 투자해서 멋진 괘종시계를 선물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신혼집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고 한국에서는 결혼 예물로 손목시계가 오가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선물 이후 비즈니스 관계가 거의 끝날 뻔했다. 겨우겨우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나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 문제는 바로 모자 색깔이었다. 중국에서는 아내가 바람이 난 남자에게 초록색 모자를 씌운다. 녹색모자에는 ‘너는 아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냐’는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사실 중국인들은 모자를 잘 쓰지도 않고, 특히 패션 아이템으로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비즈니스 관계에서 발생했다면? 생각 만해도 아찔하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중국어 발음이 문제다. 중국 사람들은 시계, 특히 괘종시계를 선물하지 않는다. 시계를 뜻하는 ‘종(鐘)’이 ‘그만두다’ ‘끝내다’는 뜻의 ‘종(終)’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시계를 의미하는 단어 종(鐘)이 중국에서 ‘드리다’ ‘보내다’의 뜻을 가진 동사 보낼 송(送)과 합쳐지면 그 문제가 더욱 커진다. 왜냐하면 ‘시계를 선물하다’는 의미의 송종(送鐘)의 음이 ‘장례를 치르다’는 의미인 송종(送終)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계를 선물하면 상대방이 하는 일이 끝이 나기를 바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인들은 시계 선물을 꺼려하고 특히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이나 신혼부부에게 선물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유사발음을 알면 실수를 막고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인들이 붉은색과 금색 등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앞선 사례에서 초록색 모자를 선물하는 건 ‘조롱’의 의미지만 초록색이 항상 나쁜 의미는 아니다. 실제 붉은색과 금색으로만 치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자금성의 경우 단 하나 다른 색 지붕 건물이 있는데 이는 동인당의 모태가 된 ‘황제를 위한 약방’으로 그 빛깔이 초록색이다. 색깔과 달리 중국어 발음의 경우 특정 물건이나 숫자 등의 발음이 부정적인 것과 동일할 때에는 웬만하면 이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병문안을 갈 때도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처럼 무난하게 과일바구니를 들고 가더라도 ‘배’는 빼야 한다. 중국인들은 사이가 좋은 사람끼리는 배를 나눠먹지 않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중국어에서 배나무 이(梨)자와 이별 이(離)자의 음이 같기 때문이다. ‘배를 나눠 먹는다’를 뜻하는 분리(分利)의 음이 이별하다의 분리(分離)와 음이 같기에 배를 나눠 먹는다는 것이 이별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자를 보러갈 때는 선물로 복숭아를 많이 산다. 복숭아나무 도(桃)의 발음이 달아날 도(逃)와 같아서 병마가 빨리 도망가라는 뜻에서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생활풍속에는 단어들의 비슷한 음을 빌려 뜻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중국 전 국무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一品淸廉(일품청렴)’이라는 문구를 담은 연꽃부조 액자를 선물로 전달하면서 선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렴(廉)’의 중국어 발음이 연꽃의 ‘련(蓮)’자와 같다. 연꽃은 흙탕물에서 자라지만 그 꽃은 매우 깨끗해 중국에서 사랑받는데 이는 맑고 깨끗한 박 대통령의 사상이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에서는 언어가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말이 실감나는 일화다.
한국인은 홀수를 선호하고 중국인은 짝수를 선호한다
중국인들은 짝수를 좋아한다. 특히 8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8이 만다린어(중국 베이징 표준어) ‘바(ba)’로 발음되는데 이것이 ‘돈을 벌다’는 뜻의 ‘파차이(發財)’와 유사해서다. 베이징올림픽이 2008년 8월8일 8분 8초에 개막한 것만 보더라도 중국인의 숫자 8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번호와 자동차 번호도 짝수 2, 6, 8자를 선호한다. 그리고 호텔방도 8층 8호가 제일 먼저 예약되며 결혼 날짜나 제품 가격 등을 정할 때도 8자를 선호한다. 자동차 번호판 6자리 모두가 8인 ‘8888-88’은 1억4000만 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 또한 결혼식 때 신랑 신부에게 건네는 축의금을 중국어로 ‘훙바오(hong bao)’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축의금도 홀수가 아니라 짝수 액수로 낸다. 아울러 중국인들은 쌍으로 선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즉 두 병의 레드와인 등 쌍으로 선물을 하면 일단 자신이 통이 크다는 것을 자랑하는 셈이 된다. 또 중국인들은 모든 것을 쌍으로 해야 길하다고 여긴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중국인, 체면과 실속을 동시에 챙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 선물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레드우드는 미·중 우호를 상징하는 나무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캘리포니아산 레드우드(미국 삼나무)로 만든 벤치를 선물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벤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앉는 것이므로 시진핑이 미국에 의존해야만 권좌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지만 중국 측의 선물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묘목이 자라 나무를 거쳐 벤치가 된 것은 양국 관계가 그만큼 발전했음을 의미한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인 선물 외교가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준 특별한 선물은 중국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푸틴의 초상화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푸틴 대통령에게 줄 선물을 지난해 12월 말부터 준비한 것이 밝혀지면서 국가 외교에 큰 영향을 주는 선물 선택이 중국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이뤄지는지도 함께 알려졌다. 중국 문화에서 선물로 금기시되는 초록색 모자, 괘종시계, 배, 그리고 사랑받는 숫자 ‘8’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물 하나를 주고받을 때조차 체면과 실속을 동시에 중시하는 중국인의 문화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 역시 비즈니스에서는 ‘전략’이자 ‘메시지’다. 섬세한 관심과 치밀한 장기적인 전략이 ‘선물하기’에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필자는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직업과 능력개발’ 참여교수 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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