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 ‘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낮에는 상사에게 야단맞고 퇴근해서는 애인한테 차이고 밤늦게 집에 가는 길에 결국에는(!) 차에 받히는 운수 사나운 사람이 있다. 그런 상황을 표현하는 외국 속담대로 ‘비가 오면 퍼붓는’ 형국이라고 할까.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꼭 ‘비가 오면 퍼붓는’ 꼴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지금도 경기가 좋지 않건만 내년에는 훨씬 더 극심한 불경기가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늘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슴에 큰 돌 하나씩 얹고 사는 기분이라고 한다. 덕분에 사회 전반이 어딘가 얕은 지층 위에 슬쩍 얹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하게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느낌과는 아무 상관없이 시간은 잘도 흘러 어느새 올해도 마지막을 고하려 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를 새로운 출발과 희망의 전기로 삼고 싶은 것이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물론 새해가 시작된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제의 해가 오늘도 떠오른 것처럼 내일도 떠오를 테고 어제의 스트레스 또한 오늘로 이어진 것처럼 내일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스트레스는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로 느껴질 만큼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따지고 보면 스물네 시간 생활하는 모든 것이 다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괴로운 것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즐거운 것도 우리 몸에 자극을 주어 자율신경계에 일련의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또 다른 스트레스다.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특유한 조급증도 스트레스에 한몫 거든다. 한국은 단군 이래 거의 천 번에 가까운 외침을 겪었다.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면 그 다음에 요구되는 것이 안정에 대한 욕구인데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서는 아직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가 더 불안하고 초조하고 조급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스트레스를 극복할 특별한 처방은 없는지 묻는 사람들도 많다. 유감스럽게도 특별한 처방은 없다. 스트레스 역시 다른 모든 문제와 마찬가지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 외에는. 마음먹기에 따라 같은 스트레스라도 그 크기와 압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은 어떤 일에 스트레스를 받느냐보다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스트레스를 이기는 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즉, 스트레스란 힘든 일 자체가 아니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 광범위하게 말하면 힘들게 받아들이는 지각(perception)의 문제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법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힘든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힘들다고 여기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외적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일에 대한 나의 생각과 지각을 바꾸는 수밖에는 없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 셈이다. 그것을 바꾸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스트레스는 공기와 같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도 공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공기가 100% 산소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질소, 먼지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그중에서 산소가 너무 적어도 문제,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마치 공기처럼 우리 삶과 같이하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대신 공기 중의 산소처럼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할 필요는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스트레스도 때로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실수나 실패는 우리 인생에서 그림자와도 같다. 그림자 없는 사람이 없듯이 실수나 실패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따위의 완벽주의는 당위성의 횡포일 뿐이다. 오히려 위기가 닥쳐 봐야만 자신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시련은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자신의 진짜 힘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없는 생활이란 무균실에서의 생활과 다를 바가 없다. 거기에는 치열함이 결여돼 있으므로 도약의 기회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인간은 모험에 의해서만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 역시 자신을 단련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체력을 키울 때 근육의 크기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육의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것은 같은 동작을 참고 견디는 시간에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지금 스트레스로 힘든 순간을 내 마음의 힘이 커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해 보자.
세 번째 방법은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다 성공할 수는 없다. 그것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러므로 어쩌다 대인관계에 실패하는 때가 있더라도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않도록 한다. 위축되기보다는 툭툭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쪽이 백번 낫다. 가끔은 전화를 꺼놓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뜻밖의 선물처럼 휴식시간이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면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다 받을 필요는 없다고 편안하게 생각하라.
네 번째 방법은 때로는 정신적 퇴행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늘 근엄하고 엄숙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장난도 쳐보고 만화책을 넘기며 사심 없이 웃을 수도 있어야 한다. 유치한 것 같지만 때로는 그런 퇴행이 스트레스 해소에 분명 도움이 된다.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고 일부러라도 큰소리로 마구 웃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반대로 슬픈 영화를 보고 소리 내어 엉엉 울어보는 것도 정신적 카타르시스에 좋다. 꼭 영화가 아니어도 된다. 독서나 TV 보기도 상관없다.
그리고 웃을 수 있을 때는 마음껏 웃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상하게도 웃는 일에 인색한 사람들이 많다. 다른 것은 몰라도 웃는 일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마음 놓고 한껏 웃을 줄 아는 것도 삶의 여유다. 웃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또 순발력 있는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은 웬만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섯 번째 방법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하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안 먹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알맞게 챙겨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섬유소와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하고 고기나 지방처럼 소화과정이 복잡한 음식은 먹지 않도록 노력한다.
잘 자기 위해서는 잠에 대한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일어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될 수 있으면 오후10시부터 새벽2시 안에는 꼭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오후3시 이후에는 하지 말고 낮잠도 오후3시가 넘으면 자지 않는다.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섯 번째 방법은 마음의 환기를 실천해 보는 것이다.
‘마음의 환기’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원래 정신과 용어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면 그 괴로움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마음의 환기는 크게 도움이 된다. 자기 고통을 좀체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내심 아무도 자기 괴로움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노를 키워간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나쁜 방식이다. 그러므로 좌절과 괴로움으로 견디기 어려울 때는 그런 감정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에는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만 충실하자고 다짐할 필요도 있다. 누구도 흘러간 물에 두 번 손을 담글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나 일단 내린 선택에 대한 불안이나 집착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기불안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불안에 떨어야 한단 말인가. 그보다는 지금 이 시점만 나에게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충실하자.
열등감이 때로는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되듯이 적당한 스트레스 역시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새해에는 차라리 ‘스트레스를 즐기자’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대표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EO, 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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