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Planning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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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마다 연말 대선을 위해 새판 짜기에 여념이 없다. 이럴 때마다 항상 이슈가 되는 것이 소위 계파 간의 힘 싸움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정치권 뉴스를 접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들이 바로 ‘OO계’ ‘OO라인’ ‘OO파’ 같은 것들이다.
정치판의 모습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볼 수 있다.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사내 정치의 한 단면이 그려졌다. 드라마 주인공 유방은 속칭 기획실 임원인 장량의 ‘라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따르던 장량이 사내 힘 대결에서 라이벌 항우에게 패배하자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돼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직장인들에게도 이런 상황은 곳곳에서 벌어진다. 거창하게 ‘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위에 맞지 않는 아부가 때로는 실력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인사철이 되면 상사의 눈초리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는 걸 느껴본 적이 있다면 사내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상위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내 정치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 정치로 입은 피해로는 ‘업무 중 불필요한 압력’ ‘다른 라인과 불필요한 적대관계 형성’ ‘인사고과상 불이익’ ‘라인에 들지 못한 소외감’ 등 다양했다. 또 피해를 본 직장인들의 대부분인 98%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사내 정치는 직장인들을 힘들게 하는 만큼 신경 써야 하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사실 업무 진행 여부는 이러한 정치갈등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직에서 나 혼자만 뛰어다닌다고 업무가 진행되거나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주변 동료, 선후배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때문에 자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과 친화력을 갖추고 팀 단위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내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사내 정치, 어떻게 접근할까?
우선 분위기 파악을 잘해야 한다. 사내 정치는 회사의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만약 위계질서가 강한 수직적 문화를 가진 보수적 조직이라면 ‘튀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조직은 식당에 가서 상사가 ‘마음껏 시키도록 해. 난 자장면’이라고 하면 ‘여기, 자장면 통일이요’라고 외치는 사람을 선호한다. 눈치 없이 ‘난 짬뽕’ 했다가는 눈 밖에 날 가능성이 커진다.
구성원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평적 문화를 가진 조직은 사내 정치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평적 문화를 가진 조직은 어떤 일에 대해 구성원 간의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데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무슨 일을 하려면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이해를 일일이 구해야 하며 이 과정은 결국 또 하나의 사내 정치인 셈이다. 이런 곳에서는 무엇보다 ‘키맨’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직에서는 실제 조직도에 나와 있는 조직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소위 말하는 ‘실세’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정권자가 누구 의견을 잘 듣는다고 소문나면 그 사람에게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조직 규모가 크고 기능이 다양하게 분리돼 있는 대기업이라면 각 부서 간의 역학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에서는 업무가 세부적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자칫 자기 일에만 몰두하기 쉽다. 그러나 전체적인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일을 하면 ‘아, 저 사람이 언제 이런 것까지 파악했지’ 하는 느낌을 심어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직 내 여러 사람들과 훨씬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면 가족적인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사내 행사나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때로는 회사에 대한 애정을 살짝 오버해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아, 저 친구, 일과 회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던데’라는 평가는 직장생활에서 확실한 플러스 알파가 된다.
사내 정치를 대하는 자세
조직의 규모와 분위기 특성에 따른 대략적인 행동지침을 익혔다면 개인별 직장 내 태도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다음 네 가지의 팁을 생각하며 생활한다면 어지러운 사내 정치판에서 슬기롭게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
A그룹 홍보팀 김 과장은 업무특성상 기업 내 타 부서원들과의 협업이 잦았다. 그는 업무 중간중간 귀동냥으로 듣게 된 타 부서 정보들을 직속상사에게 빠짐없이 보고하곤 했다. 상사도 이러한 김 과장의 행동을 좋아했고 본인의 승진을 위해 힘써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갈수록 업무 외적으로 타 팀원들을 만나는 일에 열중했다. 어느 날 상사는 그를 불러 그렇게 사람들과 놀러 다니면서 일은 언제 하냐는 핀잔을 했다. 그룹 내에서도 김 과장이 입이 가볍다는 소문이 돌아 모두들 그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이 임원이 되기 전이라면 사내 정치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본인의 역량을 기르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력도 없이 상사의 파워만 보고 따르는 것은 본인의 경력관리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아무리 학연, 지연이 있다 하더라도 실력이 없다면 ‘팽’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진 실력 없이 줄서기, 아부하기에 열중하는 직원이 퇴출 1순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상사를 이기려고 하지 마라
K기업의 최 본부장은 독불장군 스타일로 기업 내 명성이 자자하다. 본인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고 반발하는 직원들에게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밑에 있던 직원들은 타 부서로 옮기거나 회사를 떠났다. 회식자리에서 몇몇 과차장들이 술김에 대들었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러한 최 본부장에게 인정받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 과장이었다. 이 과장은 최 본부장이 무리한 업무지시를 내릴 때 반발하기보다는 일단 수긍을 한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조금씩 제안했다. 점차 이 과장의 의견이 반영되는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조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상사에게 반기를 들거나 등을 돌려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진리다. 사내 정치를 잘하려면 리더십에 대응하는 개념인 팔로어십(Followership)을 길러야 한다. 팔로어는 무조건적인 ‘예스맨’이나 ‘아부꾼’과는 다르다. 상사를 견제하면서 보필하는, 말 그대로 상사의 참모이자 오른팔의 의미이다. 상사가 지시한 바를 착실하게 실행하며 상사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내서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을 추진하는 방향이 다를 경우 상사가 무식하다거나 제 욕심만 차린다고 욕하기 전에 상사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말은 자칫 뉘앙스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업무추진 상황부터 의견, 불만 등을 e메일로 적어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길러라
어느 회사나 부서 이기주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부서 간 이기주의로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부서장들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타 부서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깎아 내리고 무시하는 태도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P 그룹의 박 차장은 늘 회의석상에서 다른 부서장들의 의견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접근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비업무적으로도 타 부서원들과의 교류를 빼먹지 않았다. 때문에 박 차장을 꺼리는 타 부서장이나 조직원들은 사내에 거의 없었다. 얼마 전 그가 P그룹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는 신규사업의 TF팀장으로 승진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업 특성상 그룹 내 여러 부서에서 인원이 차출돼 구성된 TF팀을 이끌 적임자는 박 차장 만한 사람이 없다고 경영진도 판단했기 때문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을 잘 듣고 이해한 후에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도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성질 급한 상사에겐 진행사항과 핵심사안을 바로 보고하고 꼼꼼한 상사에겐 디테일한 자료까지 빠짐없이 보고해야 한다. 특히 반대의견을 말해야 할 경우 겸손한 태도와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내용보다는 태도를 가지고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4)‘경영자 마인드’를 가져라
직장인들이 상사가 지시한 업무를 보고하는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여러 대안을 나열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한 뒤 결정은 상사에게 미루는 유형. 둘째, 여러 대안 중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대안은 무엇이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가지고 상사를 설득하는 유형이다. 상사들은 두 번째 유형의 부하직원에게 신뢰를 느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유형은 지시한 내용만 처리하고 결과에 책임지길 싫어하는 직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일개 부서원이고 주도적인 업무가 적더라도 자신이 경영자라는 마인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자기 자신이나 부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단계로 발전한다. 그것이 전문지식과 더불어 자신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자세인 것이다. 단순히 수동적이고 조직원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신뢰가 가지 않고 부려먹기 쉬운 직원으로 인식될 것이다. 또 그러한 자세로는 승진하기 어렵다.
사원 시절부터 ‘내가 부장이라면, 또는 사장이라면 이 문제를 이렇게 볼 텐데’라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상사에게 사랑받고 관리자로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나쁜 사내 정치 vs. 좋은 사내 정치
사내 정치는 크게 나쁜 사내 정치와 좋은 사내 정치,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무분별한 줄서기와 사조직 형성, 상대방 흠집내기 등이 나쁜 사내 정치의 대표적 모습들이다. 보통 나쁜 사내 정치가 만연한 기업들에는 공통점들이 있다. 기업의 경영목표가 불확실할 때, 조직원들의 성과평가 기준이 모호할 때, 조직구조의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위계질서가 명확할 때 나쁜 사내 정치가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나쁜 사내 정치는 개인의 이익을 충족하기 위한 사기와 기만이 포함되고 갈등과 불화를 조성한다. 구성원들은 이때 직무불만족이 높아지고 불안감이 증폭되며 조직몰입이 감소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치적 행동을 부적절하게 활용하면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 조직성과 감소, 의사결정의 심대한 오류가 발생한다. 일종의 파워 게임과도 같은 사내 정치가 지나칠 경우 회사 성장에너지 소모를 야기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사내 정치가 조직에 항상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 측면의 좋은 사내 정치도 존재한다. 이는 기업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조직 내의 갈등과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을 말한다.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가치관이 중립적이며 의사결정에 불확실성과 의견불일치가 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권력 및 다른 자원을 획득하고 개발하고 활용하는 행동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직장인들 중에는 사내 정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설령 몸담고 있는 기업에 사내 정치가 존재하더라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내 업무성과만 좋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본인의 사내 정치 능력이 성공적인 경력관리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내 정치에 능숙한 인재는 상사 혹은 경영진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수행능력을 발휘하기에 자신의 부서, 나아가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사내 정치 능력이 부족해 밀려날 경우 회사는 대체할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과 자금을 소요해야 하며 그만큼 성과도 떨어진다.
사내 정치도 결국 인간관계의 한 모습이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혹 지금 사내 정치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들은 무엇 때문에 당신을 괴롭히는 것일까? 아마 대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신이 해주도록’ 하기 위해서 당신을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기를 바라는가? 손금이 닳아 없어지도록 아부하거나 힘 있는 사람에게 눈치껏 줄 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에서 사사건건 옳고 그름을 따져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사내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정치적 행동 이전에 무엇보다 실력을 갖춰야 한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어떤 정치도 통하지 않는 법이다. 또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싸움보다 언제나 협력, 화평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필자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그들은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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