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절묘한 타이밍… 칭찬의 고수가 되자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이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칭찬을 주고받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상하(가명, 38) 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누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쩌다 칭찬의 말을 들으면 얼굴부터 빨개지면서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싶어서 상대방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때마다 그가 주로 쓰는 방법은 못들은 척하면서 재빨리 화제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대개는 상대방도 머쓱해져서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물론 그러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그도 잘 알았다. 하지만 몸이 먼저 뻣뻣해지면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남들을 칭찬하는 일도 그에겐 힘겨운 노릇이었다.

 

칭찬이 어색한차도남

칭찬에 지나치게 인색한 모습은 팀장으로서의 그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됐다. 그는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을 때도 곧장 핵심으로 들어갔다. 차갑고 카리스마가 있긴 하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데라곤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업무 스타일은 팀원들과 개인적인 공감을 나누거나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싱글인 그는 키도 크고 외모도 잘생긴데다 스타일도 있어서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소개팅 주선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하지만 대개는 그 편에서 먼저 거절의사를 밝히곤 했다. 덕분에 잘났다고 너무 튕기는 거 아니냐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잘난 남자는 이래서 재수 없다는 심한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상대방은 농담인 척했지만 그 속에 뼈가 들어 있다는 건 그도 알았다. 정말 거절하기 어려운 자리에는 가끔 나갈 때도 있었다. 처음에 그를 본 여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감 일색이었다. 그 편에서 여자가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어서 애프터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개는 몇 번 만나보고는 여자 쪽에서 먼저 돌아섰다. 아무래도 그가 자기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만나자니 자존심 상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들 다 한다는 그 흔한작업 멘트가 도무지 그의 입에서는 나와 주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도 칭찬하는 말이 잘 안 나왔다. 없는 말 지어내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머릿속에서는 몇 번이고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여자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 역시 어색해서 몸이 굳곤 했다. 여자들 중에는 그런 그의 모습이 귀엽다며 더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었다. 결국 마음과는 달리 그는 더 이상 만남을 이어가지 못했다.

 

병적인 수준이란 건 그도 알았다. 그런 자신에게 화도 났다. 하지만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였다. 그는 다만 남들이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자신이 그 정도는 커버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착각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 왔다.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였다. 술잔이 여러 차례 오가고 분위기가 한참 들떠 있을 때였다. 입사 1년 차도 안 된 여자 사원이 그에게 오더니 빈 맥주잔을 내밀었다. 이미 취기가 오른 모습이었다. 그는 잠자코 맥주를 따라줬다. 상대방은 그것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작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팀장님,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죠? 그렇죠? 내 말이 맞죠? 안 그럼 그렇게 까칠할 리가 없어!”

 

순간, 회식 자리는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누군가가!’을 외쳐야 할 상황이었고 할 수 있다면 그가 해야 했지만 그는 입이 굳어버렸다. 그때 남자 사원 하나가 재빨리 나섰다.

 

OO, 팀장님 좋아하고 있었구나. 암튼 용감하네, 이런 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다니. 어때요, 여러분, 일단은 용감한 여성을 위해 건배합시다!”

 

다들 하하 웃으며 상황은 수습됐지만 상하 씨는 그날 밤 잠들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그 여자 사원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 냉정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그는 단 한번의 칭찬도 받은 기억이 없었다. 명문대 캠퍼스 커플로 유명했다는 부모님은 두 분 사이는 좋았으나 자식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1등이었다. 자기들 같은 부모를 둔 자식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식이었다. 결코 어떤 분야에서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는 상하 씨는 부모에게 똑똑하지 못한 자식이었다. 칭찬할 거리가 있을 리 만무했다. 부모는 그들 나름대로 자식을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하 씨는 성장 과정 내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본 기억이 없었다.

 

 

 

 

그는 자기연민에 빠지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비춰지기만을 바랐다. 하지만회식 사건으로 그는 결국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됐다.

 

“좋게 말해 차가운 도시 남자라고 제 자신을 포장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결국 인간미라곤 없는 재수 없는 놈이란 게 진실이 아닐까 싶군요.”

 

그는 상담과정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사람들과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더러는 마음껏 칭찬도 하고 칭찬도 받으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칭찬, 인간관계의 값진 선물

그의 이야기는 마음 아픈 데가 있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모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냉정한 경우, 자식들 역시 차갑고 무감동한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하는 말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칭찬도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할 일은 일단 마음을 먹어보는 것이다. 이제부터 나도 따뜻하게 칭찬을 주고받는 사람이 되자고 먼저 결심이 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에는 한 단계씩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첫 단계는 원인을 찾는 것이다. 박상하 씨의 경우처럼 성장과정에서 칭찬을 경험해 본 적이 없거나 성격적으로 그런 행동에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애초에 냉정한 기질을 타고 났다거나 하는 원인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인을 찾았으면 거기에 맞춰 행동을 수정하고 적절한 훈련을 해나가야 한다.

 

박상하 씨의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원인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동안 그는 자신이 정말냉정하고 재수 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차츰 자신감을 회복해 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체성에도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됐다. 그에게는 자신의 장점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게 했다. 그리고 그 옆에 그런 장점을 가진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을 짧게라도 적어보는 연습을 하게 했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매우 어색해 했다. 하지만 곧 조금씩 자신을 칭찬하는 법을 터득해 갔다. 그러자 상대방의 칭찬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워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먼저 몸이 반응하지도 않았다. 얼굴이 빨개지지도, 몸이 뻣뻣해지지도 않게 된 것이다.

 

그에게는 다음 단계가 주어졌다. 상대방이 칭찬의 말을 하면 명쾌한 태도로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하게 한 것이다. 그것은 칭찬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내가 누군가를 칭찬했는데 상대방이 유쾌하게 그 칭찬을 받아들이고 감사를 표하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도 없다. 반대로 상대방이 어물거리며 딴소리를 하거나 고맙다는 말도 없이 무감동하게 나오면 그처럼 민망한 노릇도 없다. 그런 경우 대개는 이제 내가 두 번 다시 널 칭찬하나 봐라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마련이다.

 

박상하 씨에게 주어진 다음번 숙제는 상대방에게 먼저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평소보다 눈에 띄는 넥타이를 하고 왔으면 지나가는 말처럼, 넥타이 멋지네하고 말을 건네 보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입이 잘 안 떨어졌다. 하지만 있는 힘껏 용기를 냈다. 그에게 칭찬을 들은 상대방은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곧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상하 씨 역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에게 필요하다면 테크닉도 익힐 것을 주문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인간관계에서 테크닉이라니 너무 살벌한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일에 다 테크닉이 있는데 인간관계라고 해서 없어야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특히 칭찬을 제대로 주고받는 일에는 더욱 테크닉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해서 어설픈 멘트라도 날리게 되면 서로가 영 우스운 모양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테크닉이라고 해서 무슨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그에 알맞은 칭찬을 해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서로 칭찬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 정체성을 잃지 않고 변덕도 부리지 말고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기억하고 제대로 활용한다면 칭찬은 인간관계에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양창순 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 mind-open@mind-open.co.kr

필자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양창순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이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eo, 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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