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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조직 내 갈등, 거침없이 즐겨라

최효진 | 87호 (2011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직장생활 25년 차인 영업1팀 P부장은 아침부터 예정된 상반기 실적에 관한 팀장과의 미팅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팀장인 K이사는 전형적인 권위주의형 상사로 자신의 방식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팀원들에게 본인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한다. 칭찬도 인색해 팀원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늘 만족하지 못하고 비난과 질책만을 일삼기 일쑤다. P부장도 처음엔 K이사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해보려 했지만 K이사와 함께 일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은 그냥 포기상태로 가급적 그와 만나는 시간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예상대로 K이사와의 미팅은 일방적인 훈계로 진행됐다. K이사는 P부장을 포함한 팀원들이 상반기 목표에 관해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면서 하반기 목표달성을 위한 방안들을 산더미같이 쏟아냈다. 그중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것도, 이미 진행하는 것도 있었지만 P부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미팅은 끝났지만 P부장에게는 또 하나의 고비가 남아 있었다. 바로 미팅결과에 따른 팀원들의 반응이었다.
 
K이사가 지시한 업무들을 팀원들에게 전달하면 다혈질인 강 차장은 얼굴이 붉어져서 K이사의 업무지시가 부당하다고 자신이 직접 가서 항의하겠다고 흥분할 것이 뻔했다. 개인주의의 대명사 김 대리는 그 업무 중에서 자신의 할당량만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테고 매사에 불만인 박 사원은 주는 것도 없이 일만 늘어난다고 불평만 한가득 쏟아낼 것이다. 이런 각양각색인 팀원들을 잘 다독여서 K이사가 지시한 업무들을 처리할 생각을 하니 사무실로 돌아가는 P부장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이 사례는 가상의 얘기지만 P부장의 고민은 어느 직장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많은 관리자들이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갈등상황 속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다. 미국의 한 경영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30% 이상의 업무 시간을 갈등 상황에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중은 관리자로 갈수록 더욱 커져 고위 임원진에 이르면 62%에 달한다고 한다.
 
조직 내 갈등은 조직과 조직원들의 문제점을 돌이켜보고 쇄신과 발전의 계기를 갖게도 하지만 합리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조직 성과는 물론이고 조직원 개개인의 경력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HR코리아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스트레스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직원들과의 관계’는 ‘미래에 관한 불안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스트레스 발생 요인이었다. 조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등 개인의 업무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심해지면 이직이라는 극단적 방법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현 조직원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이직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직장 내 사람들과의 갈등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갈등을 일으키는 5가지 유형
앞선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조직 안에서도 각자 다른 특성을 지닌 조직원들이 공존하게 되면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갈등의 원인은 나와 상대방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성향을 내가 수용할 수 없을 때 이것이 고통이 되고 문제가 되며 조직의 힘을 약화시킨다. 현재 내가 조직 내 갈등상황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먼저 나는 조직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인지, 또 나를 둘러싼 조직원들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이러한 노력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된다. 아래 5가지 유형에서 나와 조직원들은 어떠한 유형일지 생각해보자.
 
① 사사건건 참견하는 ‘나잘난’형
중견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K대리는 바로 위 선임자인 S과장 때문에 괴로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S과장은 부서 내 모든 일에 간섭해야 직성이 풀린다. 업무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적인 일에도 사사건건 참견이다. K대리도 처음에는 S과장의 박학다식함과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이제는 귀찮음을 넘어서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K대리는 점차 S과장의 말을 무시하고 관계를 조금씩 멀리하고 있다.
 
S과장은 대표적인 ‘나잘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어떤 면에서든 스스로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이 맞는 것이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일종의 의무로 생각한다. 때문에 이런 간섭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과 일할 때 이러한 간섭에 관해 거부감이나 무관심을 보였을 경우 갈등이 발생한다.
 
‘나잘난’ 유형과 갈등관계를 방지하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업무의 경계를 확실히 밝혀 그 이상은 쓸데없이 넘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해 참견 수준이 아닌 심도 있는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② 끝없이 쏟아내는 ‘속사포’형
한 외국계 기업인 A사의 임원비서 포지션은 관련 분야 헤드헌터들이 전부 혀를 내두르는 자리이다. 회사위치도 좋고 연봉도 동종업계에서 최상위급이지만 입사한 비서들마다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문제는 바로 담당임원인 P상무. 그는 매우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비서의 사소한 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이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쏘아붙이곤 했다.
 
사람과 사람의 갈등 중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유형이 바로 이 ‘속사포’ 유형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충고에는 무감각하기 때문에 갈등상황에 놓이면 가장 목소리가 커진다. 이런 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또 누구와도 대결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 주변 사람들이 다가가기 힘들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속사포’ 유형의 공격을 그 자리에서 맞받아치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의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조직원들과의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부드럽고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 또 객관적 입장의 중재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속사포’ 유형은 갈등이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줄 완충작용이 필요하다.
 
③방어만이 살 길, ‘완전무결’형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J사장은 얼마 전 채용한 개발자인 K씨 때문에 속이 터질 지경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개발 의뢰가 밀려드는 바람에 개발인원이 모자라던 차에 실력 있는 직원을 뽑았다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K씨 때문에 일이 지연되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J사장은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으니 굵직굵직한 것부터 해결해나가려는 반면 그는 지나치게 소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J사장은 그런 그가 굼뜨게만 보였고 K씨는 대충 넘어가려는 J사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K씨와 같은 사람을 ‘완전무결’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심사숙고가 몸에 배어 있고 무슨 일이든 이리저리 재서 완벽한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한다. 의사결정이 신중하고 매사에 철저한 반면 유연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유형은 실수가 적다는 강점이 있지만 신중함이 지나치면 갈등의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위 사례처럼 시간을 다투는 일에서나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일을 할 때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완전무결’ 유형의 사람들과는 명쾌함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선 그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고 업무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시켜야 한다. 또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인지시키고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④일단은 NO, ‘권위주의’형
한 물류기업의 인사팀장으로 재직 중인 P부장은 팀원들이 자신이 지시하는 업무들을 만족스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못마땅하다. 혼을 내보기도, 타일러보기도 하지만 팀원들의 업무성과는 늘 제자리인 듯해 답답해 하던 그는 팀원들과 1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인 1대1 면담을 통해 그들의 상태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면담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팀원들과 멀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면담은 팀원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이렇게 해야 한다’ ‘왜 이렇게 하지 않았냐’는 식의 훈계와 비난이 주를 이뤘고 누군가 논리적으로 따지려 들면 ‘근거가 뭐냐’ ‘나한테 대드는 건가’하는 말이 이어졌다. 팀원들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고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면담에 질려버렸고 P부장 역시 자신에게 벽을 쌓는 팀원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P
부장 같은 권위주의 유형은 자신이 항상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도덕적 잣대도 높아서 무슨 일이든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여기에다 보수적이고 의심이 많아 항상 근거와 확실한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러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결과물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고 상대방의 흠이 곧잘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상대방이 잘하고 노력한 점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칭찬에 인색하다. 상대방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에게 늘 실망하는 권위주의 유형의 사람들에게 지쳐 대부분 자포자기해버린다.
 
‘권위주의’ 유형의 조직원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그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들을 인정해주고 서서히 변화시킬 실행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⑤무관심으로 똘똘 뭉친 ‘나몰라’형
특급호텔을 경영하는 K사장은 판촉팀장 선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력이나 실적, 고객들의 평을 보면 P차장이 적임자이긴 한데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간부사원들의 경우 자신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회사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데 반해 P차장은 정해진 의무가 아닌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매년 개최되는 직원가족모임, 연말 베이커리 특판 행사 등에도 그는 한번도 참석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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