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관련해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가 있다. 시기별로 부모들이 자녀에게 먹이는 우유가 달라지는데, 맨 처음 먹이는 제품은 아인슈타인우유라고 한다. 모두 자신의 자녀가 천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천재까지는 아니고 수재는 될 재목이라 보고 파스퇴르우유로 바꿔 먹인단다. 이내 아이가 커서 중등학교에 진학하면 하버드대는 못 가도 서울의 명문대는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서울우유나 연세우유를 먹인다. 그리고 수능 시험 결과를 보곤 ‘저∼지방우유’로 바꿔 먹인다고 한다. 웃자고 만든 유머인 만큼 다른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다만 이 유머가 전해주는 인간사의 한 단면은 흥미롭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속담처럼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재능이나 능력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곤 한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 대니얼 카네만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등은 일찍이 이 같은 인간의 비이성적 성향을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뭔가를 부여받아(be endowed) 자신의 소유(ownership)가 된 대상에 대해 그 가치를 비이성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라도 일단 자신의 소유가 되면 그 소유물을 포기하는 대가로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 이는 이득에 따른 만족감보다 손실에 따른 상실감을 더 크게 느끼는 인간의 손실기피(loss aversion)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보유 효과와 관련한 개념으로 최근 마이클 노턴 하버드대 교수, 댄 에리얼리 듀크대 교수 등이 창안한 ‘이케아 효과(IKEA effect)’란 게 있다. 스웨덴의 조립식 가구 전문업체 이케아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 개념은 자신이 손수 만든 물건에 강한 애착을 갖고 그 가치를 과도하게 높이 평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IKEA의 장난감 정리함, 레고 모형, 종이 개구리 접기 등으로 일련의 실험을 한 결과, 사람들은 아무리 조악한 완성품이라도 실제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만든 물건에 대해선 비합리적일 정도로 후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소유물에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한 예로 자신이 속한 기업의 철학과 사명을 내재화하고 자신의 일에 강한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는 사람일수록 업무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강한 애착이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되는 것도 순간이다. 창의와 혁신의 중요성이 날로 커가는 21세기, 내 것에 대한 집착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은 치명적이다. 혁신을 저해하는 ‘NIH(Not-Invented-Here)’ 신드롬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NIH 신드롬은 단지 조직 내부에서 개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폄하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기술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현대 초경쟁 사회에서 독자적 연구개발(R&D)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대 교수의 주장처럼, 21세기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아이디어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요구되는 시대다. 연계개발(Connect & Development) 시스템을 확립한 P&G처럼 외부의 지식을 적극 발굴해 내부 지식과 접목시켜나가는 ‘PFE(Proudly-Found-Elsewhere)’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팽이가 쓰러지지 않고 힘차게 계속 돌기 위해서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팽팽하게 작용해야 한다. 구심력이 없으면 넘어지고 원심력이 없다면 돌 수 없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교세라라는) 팽이를 쓰러뜨리려는 외부 환경 변화는 구심력(교세라 철학)으로 제어하면서 팽이를 계속 돌게끔 원심력(다각화와 혁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힘차게 도는 팽이처럼 구심력(보유·IKEA 효과)과 원심력(PFE)을 균형 있게 갖춘 개인과 조직만이 끊임없는 자기 발전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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