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를 위해 일할 혁신적인 인재를 어떻게 찾아낼까? 내 자신이 좀 더 혁신적인 사람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핵심 역량이 사업 성공의 ‘비밀 열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고위 경영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창의적인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어, P&G의 A G 래플리처럼 혁신적인 기업가를 경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일까. 이 거장들의 머릿속 사고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혁신의 탄생 과정에 대해 무언가를 얻어내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창의적인, 가끔은 파괴적이기도 한 비즈니스 전략의 기원을 들춰내기 위해 6년간을 연구했다. 특히 혁신적인 기업의 창의적 전략을 말이다. 연구 목표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언제, 어떻게,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필자들은 특히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여느 경영진, 기업가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인수하는 사람도 기업가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설립한 기업자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혁신적인 기업가에게는 뭔가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필자들은 25명의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습관을 연구했다. 또 혁신적인 기업을 창시했거나 새로운 상품을 발명한 경험이 있는 3000명 이상의 중역, 500여 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기업 최고위 관리자들이 전략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직접 생각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혁신 과정을 장려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 주어져 있다고만 생각했다. 연구 대상 기업 중 15%를 차지하는 혁신적인 기업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혁신적인 기업의 고위 경영진은 창의적인 업무를 위임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기업가는 어떻게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해내는 걸까? 연구 결과 가장 창의적인 임원들에게 5가지 ‘발견 기술(discovery skills)’이 나타났다. 이 5가지 기술은 ‘관련짓기(associating)’ ‘질문 던지기(questioning)’ ‘관찰하기(observing)’ ‘실험하기(experimenting)’ ‘교류하기(networking)’다. 필자들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혁신 성과를 낸 적이 없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발견 활동’에 50% 이상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이런 능력이 더해져 ‘혁신가의 DNA’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혁신가의 DNA가 없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력한다면 혁신가의 DNA를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가와 일반인의 차이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이른바 ‘창의적 지능(creative intelligence)’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일반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를 받아들인다. 창의적 지능은 ‘우뇌형 인간’의 인지 능력을 뛰어넘는다. 혁신가는 앞서 5개의 발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때 좌뇌와 우뇌 모두를 사용한다. 필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에 비유하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관련짓기 능력은 DNA 이중나선 구조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백본(backbone) 구조물에 비유할 수 있다. 질문 던지기, 관찰하기, 실험하기, 교류하기 등 4가지 행동 패턴은 DNA의 백본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새로운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모든 사람은 각각 다른 DNA를 가진다. 연구 결과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혁신가의 DNA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과 똑같은 두뇌와 재능을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과 쌍둥이 형제는 1주일간 창의적인 신규 벤처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제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신은 방 안에 틀어박혀 혼자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의 태도는 달랐다. 쌍둥이 형제는 (1)엔지니어, 음악가, 전업 주부 남성, 디자이너 등 총 10명의 사람들과 벤처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2)세 곳의 신생업체를 방문해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관찰했다. 이어 (3)새롭게 시장에 선보인 5개 제품을 수집하고, (4)5명에게 자신이 만든 시제품(prototype)을 선보이고, (5)교류, 관찰,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하루에 최소한 10번씩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그 일을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둘 중 누가 더 혁신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를 내놓을까?
출생 직후부터 따로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연구 결과, 창의적인 사고 능력의 3분의 1은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3분의 2의 혁신 능력은 학습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주어진 능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난 뒤에 연습과 실험을 거쳐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관찰한 혁신적인 기업가들도 정확하게 이런 방식으로 혁신 능력을 습득하고 연마했다. 각각의 기술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HBR TIP 혁신가들의 역량 분석
아래 도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4인의 혁신적인 기업가가 각 발견 기술에서 어떤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유명한 혁신가 4인은 ‘질문’ 항목에서 모두 상위 20% 내에 속했다. 하지만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해 각 기업가가 키워온 발견 기술의 전반적인 모습은 각각 달랐다.
3000명 이상의 경영진과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순위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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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기술 1관련짓기
관련짓기 능력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질문, 문제, 각기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은 혁신가의 DNA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가 프란스 요한슨은 이런 현상을 ‘메디치 효과’라고 표현한다. 메디치 효과란 메디치 가문(편집자 주: 13∼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가졌던 가문)에서 조각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화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불러들인 덕분에 피렌체에서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분출된 현상을 일컫는다. 각 분야의 인재들은 서로 연결돼 있었고,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는 교차점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 결과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시대 중 하나였던 르네상스가 찾아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