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스티브 잡스제프리 케인 지음 · 이민석 옮김
골든래빗 · 3만2000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아이맥과 아이폰, 화려한 키노트 무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 신화에는 중요한 공백이 있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뒤 1997년 다시 돌아오기까지, 잡스가 보낸 12년이다. 그는 훗날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애플에서 쫓겨난 것이야말로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회고했지만 그 말의 의미는 지금까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 넥스트(NeXT)를 창업해 이끌던 시절, 그를 곁에서 지켜본 111명의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미공개 회의 영상과 내부 문서를 추적해 그 12년의 기록을 복원한다. 오늘날 애플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기술과 조직, 잡스의 변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넥스트 초기의 잡스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인 사람이었다. 휴일이나 가족의 생일조차 예외 없이 임원들을 회의에 불러냈고 이에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했던 공동 창업자 대니얼 레윈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결국 레윈은 회사를 떠났다. 전환점이 된 것은 1993년 잡스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장례식에는 채 열 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그중 한 명이 레윈이었다. 얼마 뒤 다시 마주한 아침 식사 자리에서 잡스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당신이 옳았어요.” 레윈이 무슨 뜻인지 되묻자 잡스는 짧게 답했다. “가족이요.” 두 사람은 그날 제품이나 사업이 아닌 삶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눴다. 무대 위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던 혁신가의 모습 뒤에는 상실과 실패를 겪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고 타인에게 귀 기울이기 시작한 한 인간의 변화가 있었다. 저자는 이처럼 단순한 성공담이 아닌 흠결을 가진 기업가의 변화 과정과 회고를 담담히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