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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壯에게 배우는 경영

‘天長地久’에서 리더의 겸손을 배운다

안병민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아, 야구 몰라요” 하던 야구 해설가가 있었다. 어디 야구만 모르랴. 우리 삶도 한 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나름의 오묘한 질서로 오늘도 세상은 돌아간다. 무질서 속의 질서. 자연의 섭리다. 삶의 모든 상황에는 상대가 있다. 씨줄이 있으면 날줄이 있고,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이 있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해가 있으니 달이 있고, 불이 있으니 물이 있다. 긴장과 균형이다. 세상만사, 이런 시소의 섭리를 축 삼아 운행된다. 이 축이 무너지면? 사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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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천장지구 기부자생 고능장생(天長地久 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이 장구한 것은 천지가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유구한 것이다. “살고자 하는 자,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 살 것”이라는 말과 겹쳐진다. 역설이다. 역설은 자체의 주장을 스스로 거역하는 논설이다.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를테면, 변하되 변치 말라는 거다. 변치 말되 변하라는 거다. 비움과 채움도 마찬가지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얻으려면 버려야 하듯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그저 채우려고만, 그저 얻으려고만 한다면? 끝내는 파국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Stay Foolish, Stay Hungry”의 지혜를 역설했던 스티브 잡스도, 이 얘길 한 거다.

『도덕경』 7장. 노자는 이어 얘기한다. 시이성인 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是以聖人 後基身而身先 外基身而身存). 천지의 장구함을 보았기에 성인은 스스로를 뒤로 물린다. 그럼에도 남들이 외려 앞으로 밀어준다. 스스로를 도외시함에도 남들이 되레 귀히 대접한다. 숨기고 가림으로써 빛나는 리더십이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드러나는, 역설의 리더십이다.

2016년 5월, 국립생태원 주최 ‘우리 들꽃 포토에세이 공모전’ 시상식. 당시 시상자는 초대 원장이었던 최재천 교수였다. 장려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유치원을 갓 졸업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최재천 원장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나를 낮추었더니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높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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