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8. 휘청거리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에 조회 수 꼼수까지
신뢰 잃으니 10대가 가장 먼저 등 돌려

강일용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때 SNS의 최강자로 꼽히던 페이스북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면서 신뢰가 떨어진 데다 젊은 사용자들의 이탈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99%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광고 의존도가 수익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 B2B 영역으로의 진출을 꾀하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주요 보직의 인재들이 이탈하고 있는 데 대해 저커버그의 독단적인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정적인 캐시카우의 발굴과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비, 여기에 인재를 포용하고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자세까지, 저커버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7월25일 향후 페이스북 성장세가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폭탄 발언 이후, 주당 217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던 페이스북의 주가는 다음 날 주당 176달러로 급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해 지난 11월23일 주당 13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미국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정보기술(IT) 대장주인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일원으로 꼽히며 전 세계 IT 시장 호황을 견인했던 반년 전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FAANG의 다른 구성원 역시 성장 둔화, 금리 상승,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연이은 악재로 부침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AANG+’지수는 지난 6월 중순 3045.95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해 11월12일(현지 시각) 2737 수준까지 떨어졌다. FAANG+지수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바이두 등 주요 IT주의 주가를 추종하는 지수로, 지난 5년 동안 미국 증시를 견인한 대표 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 넷플릭스의 경우 고점 대비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그중에서도 페이스북의 하락은 더욱 눈에 띈다. 페이스북은 고점 대비 35% 이상 떨어지며 FAANG+지수에 속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여줬다.

페이스북이 흔들리는 이유는 주력 사업의 성장 둔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용자 이탈, 안정적인 캐시카우의 부재, 신규 사업 발굴 실패, 우수 인적 자원 이탈 등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의 위기라고 평가할 만한 악재가 연이어 닥치니 천하의 페이스북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젊은 층의 페이스북 엑소더스 가속… 10대 선호도 5%에 그쳐
7월25일 페이스북은 장 마감 직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 증가한 132억3000만 달러, 순이익은 31% 늘어난 51억 달러였다. 일일 이용자 수(DAU)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시장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4억7000만 명을 기록했다. 외형만 보면 준수한 성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의 일일 이용자 수가 13%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서비스에 대한 견제 여론이 심한 유럽 지역에선 일일 이용자 수가 전 분기보다 300만 명 감소한 2억7900만 명으로 조사됐다. 성장세가 꺾이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데이비드 위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페이스북 플랫폼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3, 4분기 매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성장세 둔화를 예고했다. 저커버그 역시 “성장보다 보안에 더 신경 쓸 계획인 만큼 이익률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 실적 발표 후 저커버그의 자산도 168억 달러가 증발해 전 세계 부자 순위 3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고 아직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페이스북의 성장세가 꺾인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층의 이탈이다. 특히 미래의 고객이 돼야 할 10대 사용자층이 페이스북을 낡고 진부한 것이라고 여기며 이탈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레이(Piper Jaffray)는 약 8600명의 미국 10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년 전 봄에는 약 60%의 응답자가 월 1회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한다고 밝힌 반면 올해 가을에는 약 36%의 응답자만 월 1회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한다고 밝혀 전과 비교해 24%에 달하는 감소치를 보였다. 10대들의 ‘페이스북 엑소더스(exodus)’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 셈이다. 반면 페이스북의 경쟁자인 스냅챗은 같은 기간 75%에서 84%로 9%포인트라는 성장률 상승을 기록했다. ‘선호하는 소셜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설문 조사에선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스냅챗은 46%에 달하는 선호도가 나타난 반면 페이스북은 고작 5%에 불과했다.

페이스북 엑소더스 현상은 국내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국내에선 20∼30대 사용자층의 이탈이 눈에 띈다. 시장 조사 기관 스마트포스팅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약 20만 대를 대상으로 10월 한 달 동안 한국 내 페이스북 월간 사용자 수(MAU)를 분석한 결과 약 74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MAU가 33%나 감소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MAU가 골고루 감소했지만, 특히 20∼30대 사용자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대는 약 37%, 30대는 약 43% 감소했다. 페이스북을 떠난 10대 사용자들은 유튜브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월 기준 유튜브를 이용 중인 10대 사용자들은 약 460만 명으로 전국 10대 인구의 89%에 달한다. 국내 10대 열에 아홉은 유튜브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24세 미만 사용자층이 페이스북을 이탈하는 이유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1) 24세 미만 사용자층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관심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 페이스북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젊은 사용자층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다. 3)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는 소문이나 이슈(Buzz)는 젊은 사용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4) 젊은 사용자들은 스냅챗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페이스북의 대안을 선호하고 있다. 5) 스냅챗 등은 젊은 사용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6) 페이스북에는 젊은 사용자들이 소통을 꺼리는 부모 세대 사용자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부모 세대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젊은 사용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지표와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적어도 2020년까지는 페이스북의 사용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0∼20대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을 이탈하고 있지만 이탈하는 숫자보다 더 많은 40∼50대 사용자가 페이스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당 사용시간이 월등한 젊은 사용자층이 이탈하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대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인터넷 광고에 기대고 있는 페이스북 입장에서 전체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위기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무너진 신뢰
페이스북에 2018년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불명예로 얼룩진 한 해였다. 두 번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약 1억3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해커들의 손에 넘어갔다. 불안감을 느낀 사용자들은 페이스북과 관련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페이스북 보이콧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폭로됐다. CA는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한 소셜 로그인 서비스의 취약점을 악용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후 이를 브렉시트 여론전이나 2016년 미국 대선 여론전 등 정치 공작에 사용했다. 또한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글로벌 사이언스 리서치’라는 신규 앱도 개발했다. 글로벌 사이언스 리서치 앱 역시 페이스북 사용자와 사용자의 지인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악성 서비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페이스북의 주가는 7% 이상 하락했고 사용자들의 대규모 이탈도 시작됐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민감한 광고주의 이탈이 뼈아팠다. 파이어폭스, 소노, 코메르츠방크, 테슬라 등 주요 광고주가 잇따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폐쇄하고 광고 게재를 중단했다.

올해 9월에는 약 5000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커가 자신의 계정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뷰 애즈(VIEW AS)’ 기능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사용자들의 이름, 전화번호, e메일 주소, 연락처 정보, 성별, 종교, 최근 로그인 및 검색 기록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페이스북은 CA 사태 이후 제3자 서비스와 페이스북의 연동 기능을 점검하다가 이 같은 해킹 사실을 파악했다. 약 3만8000명의 한국인 사용자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었다. 아직까지 누가 무엇을 노리고 대규모 해킹을 진행했는지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돈을 노리고 스팸메일을 뿌리는 스패머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연이은 해킹으로 페이스북의 취약한 보안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 누구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보안에는 소홀했던 것. 특히 제3자 서비스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와 언론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았지만 당장 광고 수입에 눈이 먼 페이스북은 이를 무시하고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두 번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대형 폭탄을 터뜨린 후 뷰 애즈 기능을 중단하고 제3자 서비스가 페이스북 개인정보에 무차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모습에 실망한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사용을 중단하는 ‘오퍼레이션 페이스블록(Operation Faceblock)’이라는 운동마저 등장했다.

매출의 99%가 광고… B2C 의존 심해
페이스북의 또 다른 문제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견고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BM)이다. 철저하게 B2C에만 의존하고 B2B 영역에선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 이탈 못지않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페이스북 매출에서 인터넷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달했다. 결제 및 기타 수수료가 남은 1%다.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하는 페이스북의 BM은 언젠가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과 인터넷 광고 시장을 양분하던 지난해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성장 둔화, 개인정보 유출 등의 악재로 사용자 이탈이 가속되면 전적으로 사용자 수에 기대는 광고 매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의 BM이 얼마나 허술한지는 실리콘밸리의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페이스북을 대신해 다시 IT 대장주로 등극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업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탄탄한 BM을 갖추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오피스 등 B2B뿐만 아니라 윈도같이 B2B와 B2C에 걸친 사업과 엑스박스, 서피스같이 B2C에 특화된 사업까지 전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최근 IT 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 속에서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이렇게 견고한 사업구조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페이스북처럼 전적으로 광고에 기대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던 구글도 최근 B2B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작년부터 사내에 클라우드 컴퓨팅과 온라인 오피스 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를 꾸리는 등 B2B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조금 떨어진 서니베일에 신규 부지를 확보해서 B2B 사업 관련 인력을 배치하고, B2B에 잔뼈가 굵은 오라클 출신의 토마스 쿠리안을 B2B를 전담하는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원래는 VM웨어 창업자 출신인 다이엔 그린을 CEO로 영입했지만 사업 부진을 이유로 교체했다.) 구글 내에는 기존 구글 사업을 담당하는 순다르 피차이, 유튜브를 담당하는 수잔 보이키치, B2B를 담당하는 토마스 쿠리안 등 세 명의 CEO가 존재한다. 구글이 B2B 사업을 얼마나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마존 역시 전자상거래(B2C)와 클라우드 컴퓨팅(B2B)이라는 두 개의 핵심 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자리를 위협 중인 두 중국 회사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콘텐츠 유통과 전자상거래라는 B2C 사업에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B2B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상태다. 유독 페이스북만 사업 다각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 VR… 신규 사업 진출했으나 뚜렷한 성과 없어
물론 페이스북과 저커버그 CEO가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 못지않게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실을 거두진 못했다.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부분에서 구글을 참조했다. 인터넷 광고에서 동영상 광고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를 구축한 점이 그렇다. 하지만 구글은 구글 검색에서 유튜브로 자연스럽게 광고주들을 이끈 반면 페이스북은 그렇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유튜브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동영상 서비스를 도입하고 기업을 위한 다양한 광고 모델을 만들었다. 성공적이었다. 페이스북은 구글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동영상 광고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마케터는 페이스북의 미국 내 동영상 광고 매출이 올해 68억 달러에서 2020년 102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성장세 뒤에 감춰진 문제가 최근 하나둘씩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페이스북이 자랑하는 평균 시청시간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다. 지난 10월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크라우드 사이렌(Crowd Siren) 등 광고업체들이 페이스북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평균 동영상 시청시간을 실제보다 최대 9배까지 부풀려 광고 단가를 높였다는 의혹이다. 2년 전 페이스북은 광고주들에게 3초 이하의 시청시간(=동영상을 보지 않고 뉴스피드에서 스쳐 가는 시간)을 모두 제거하는 조사 결과를 제공해 시청시간을 실제보다 60∼80% 정도 늘렸다. 당시 페이스북은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고업체들은 페이스북의 실제 시청시간이 150∼900%로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동영상도 조회 수에 포함하는 꼼수를 부려 조회 수와 영향력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언게임즈코리아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 수가 유튜브 구독자 수보다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활용한 동영상 홍보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페이스북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경쟁사가 오리지널 콘텐츠(기업이 돈을 투자해 자사 동영상 플랫폼에 독점적으로 공개하는 콘텐츠)로 사용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벤치마킹해 지난해 페이스북 워치(Watch)라는 오리지널 전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2018년 한 해에만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트위치 등 실시간 개인 방송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Live)라는 실시간 개인 방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품질도 문제지만 사용자들에게 접근하는 유통 경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 검색 기능이 구글 검색 등과 비교해 너무 수준이 떨어져 사용자들의 콘텐츠 접근이 쉽지 않고 먼저 시청자를 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동영상을 공개해야 하는 방식이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방식과 비교해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페이스북의 신규 동영상 서비스는 사용자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라이브의 경우 트위치나 15초의 짧은 동영상을 지인과 공유함으로써 미국, 중국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트댄스의 틱톡(TikTok)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상현실(VR) 사업도 밸브(스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내 경쟁사나 중국의 수많은 VR 개발사에 밀려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당시 가상현실 업계의 리더로 평가받고 있던 오큘러스VR을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기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가상현실 헤드셋의 출시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시장은 중국의 저가 VR 헤드셋과 밸브와 HTC가 합작한 바이브(Vive) 천하가 됐다. 오큘러스VR용으로 개발되던 많은 콘텐츠가 스팀과 바이브용으로 전환했고, 한때 업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던 페이스북은 바이브는커녕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에 밀려 3위 사업자로 전락했다. 이후 가상현실 사업을 ‘콘텐츠를 즐기는 B2C’에서 ‘영상회의나 가상 사무실 구현 등의 B2B’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스카이프나 오피스 등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갖춘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건드리기는 했으나 제대로 성과를 낸 분야는 없다는 평가다.

인재 이탈 계속… 저커버그 리더십에 의문
회사의 위기 속에서 저커버그 CEO의 용인술(用人術)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확보한 우수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독단적인 경영으로 이들이 회사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왓츠앱 창업자 얀 쿰,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 오큘러스VR 공동 창업자 브랜든 아이리브 등이 페이스북을 떠났다. 겉으로는 휴식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저커버그 CEO의 독불장군식 경영에 질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에도 엑싯(Exit, 스타트업 창업자가 다른 회사에 회사와 서비스를 매각하고 빠져나오는 것)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남아 의욕적으로 서비스 규모를 확대하고 신규 사업을 지휘했다.

왓츠앱, 인스타그램, 오큘러스VR 모두 페이스북의 주력 사업이거나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사업인 만큼 수장의 공백은 사업 발전에 차질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이들의 이탈에 저커버그 CEO의 잘못이 없다고 해도 이들이 이탈한 상황 그 자체만으로도 저커버그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종합하자면 페이스북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은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 사업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신규 사업이 부진하고 우수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페이스북의 재기 여부도 여러 방향에서의 전략적 결정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때보다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소개 강일용 IT동아 기자 zero@donga.com
필자는 한국암웨이를 거쳐 정보통신 전문 매체 IT동아에서 인터넷 서비스 담당 기자로 7년 넘게 근무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과 네이버, 다우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의 주요 IT 기업을 출입하며 국내외 인터넷 환경 변화에 관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주요 저서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바꾸는 기업의 미래(공저)』 『글로벌 CEO 열전: 21세기의 선구자들(출간 예정)』 등이 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