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Business Creativity Code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대체 코드의 힘’

박영택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중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을 좋아한다. 익숙하기만 하면 진부하다고 여기고, 낯설기만 하면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 시스템의 일부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 대체의 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시스템의 일부를 대체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우리나라 영화계 대표 흥행 감동 중 한 명인 윤제균 감독. 그가 제작한 영화 중 ‘해운대’와 ‘국제시장’은 그에게 ‘1000만 돌파 감독’ 타이틀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특히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썼다. 국내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해운대의 착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1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건을 당시 해운대에 있던 부모님 집에서 TV로 봤어요. 피서철에 해운대에 저 쓰나미가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한마디로 충격과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어요. 그해 12월부터 기획 작업에 들어가 동향 친구인 김휘 작가와 함께 2년 만에 시나리오를 탈고했습니다.”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Aceh)주 앞바다에서 발생한 동남아 쓰나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14개국 연안을 덮쳐 23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특히 진앙에서 가까웠던 인도네시아 아체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 지역에서 17만 명이 넘는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영화 해운대의 시나리오는 쓰나미의 무대를 동남아에서 해운대로 대체해 보자는 찰나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에도 윤제균 감독은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과 같은 흥행작의 감독을 맡았었는데 흥행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한 바 있다.

“몇 작품을 해보니 분명해졌습니다. 대중성의 요체는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이에요. 너무 새로운 것은 컬트죠. 모든 게 익숙하면 식상함이고요.”

그렇다면 ‘절반은 새롭고 절반은 익숙하게’라는 명제를 어떻게 하면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까? 영화 해운대 시나리오의 착상처럼 기존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 요소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요소 대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요소 대체(Element Replacement)’의 고전적인 예는 구찌의 뱀부백(bamboo bag)이다.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패전국이었던 이탈리아의 경제 사정은 극도로 궁핍했다. 가방의 소재인 가죽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구찌는 가죽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나무에 눈을 돌렸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가죽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대나무에 열을 가해 부드럽게 만든 후 이를 구부려 가방의 손잡이로 사용한 것이 뱀부백이다.

1947년에 출시된 이 가방은 큰 인기를 끌었다. 잉그리드 버그먼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세기적 배우들이 영화 속에 이 가방을 들고 출연했고, 그레이스 켈리나 재클린 케네디와 같은 당대의 패션 아이콘들이 이를 애용하자 수많은 여성이 갖고 싶어 하는 구찌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명품업체인 페라가모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구두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죽이나 원목 등의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페라가모는 코르크 조각으로 신발 밑창과 힐 사이의 공간을 채워 풀로 붙이고 다듬었다. 이렇게 탄생한 웨지힐(wedge heel)은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Vogue)에 실릴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코르크는 와인 병마개 재료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참신한 발상이었다. 이후 페라가모는 이 기술로 신발 역사상 최초의 특허를 받았다. 구찌의 뱀부백처럼 웨지힐도 페라가모의 대표적 효자상품이 됐다.

129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체의 예는 롤러스케이트와 롤러블레이드다. 롤러스케이트는 아이스스케이트 신발에 부착된 칼날을 바퀴로 대체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미끄러지며 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롤러가 두 줄로 돼 있는 롤러스케이트는 어린아이들도 쉽게 탈 수 있지만 조금 지나면 흥미를 잃기 쉽다. 롤러스케이트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두 줄로 돼 있는 롤러를 한 줄로 바꾼 것이 롤러블레이드다.

130


스포츠에 대체코드를 적용한 예를 하나 보자. 미국의 경우 골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골프 인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SNS를 즐기는 젊은 층의 외면 때문이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는 점이다. 골프장 왕복시간까지 고려하면 18홀을 한 번 도는 데 최소한 6시간이 걸린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골프와 자식만큼은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처럼 골프는 오랜 시간 투자해도 기대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흥미를 잃고 중도에 골프를 관두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골프 인구의 감소에 발맞춰 등장한 것이 ‘풋골프’다. 골프 규칙은 그대로 적용하되 골프채로 골프공을 때리는 대신 발로 축구공을 차는 것이다. 물론 그린 위에 있는 홀의 크기는 축구공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지름을 50㎝ 정도로 넓혔다. 세계 어디서나 소득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운동이 축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풋골프가 기존 골프장의 활용을 위한 좋은 대안일 수 있다.

2010년 12월 남양유업은 성숙기에 진입한 유제품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일명 ‘김태희 커피’라고도 불리는 프렌치카페로 커피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시 6개월 만에 25년간 부동의 2위 자리를 지키던 한국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제쳤으며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김태희라는 톱 모델의 역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성공의 비결은 “프림까지 좋아야 좋은 커피!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라는 광고 대사에 들어 있다. 커피믹스에는 기름 성분의 프림이 커피와 잘 섞일 수 있도록 해주는 합성물질인 카제인나트륨이 첨가돼 있는데 이를 무지방우유로 대체한 것. 사실 카제인나트륨이 공인기관의 검증을 받아 오랫동안 식품에 사용돼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체에 유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왠지 인공 화합물은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남양유업은 우유시장에서 쌓아 온 브랜드 이미지를 커피시장에 이전할 수 있도록 인공 화합물을 무지방우유로 대체하고 이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 커피시장을 공략했다.

수단 대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수단 대체(Means Replacement)’도 대체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다. 먼저 노트북 컴퓨터의 예를 보자.

노트북은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것이므로 휴대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애플은 자사의 초기 노트북인 파워북을 설계할 때 디자인의 초점을 휴대성에 맞췄다. 노트북을 기차나 비행기 좌석 등에서 사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마우스를 놓을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워북은 마우스를 대체할 트랙볼을 본체에 내장했다. 1991년 출시된 이 제품은 1년 만에 매출액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산 정주영 회장의 창의력을 잘 보여주는 정주영식 물막이 공법도 수단 대체의 좋은 예다.2 1984년 서산 천수만 간척지 조성사업 당시 현대건설은 최종 물막이 공사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길이 6400m의 방조제를 양쪽 끝에서부터 쌓아오던 중 가운데 270m를 남겨놓고 공사가 중단됐다. 초속 8m의 엄청난 급류 때문에 철사로 돌망태를 엮어서 쏟아부어도 계속 쓸려나갔다. 이를 본 정주영은 큰소리로 외쳤다.

“고철로 팔아먹으려고 사 온 유조선 있지? 그걸 당장 서산 앞바다로 끌고 와!”

당시 현대는 해체해서 고철로 팔기 위해 30억 원을 주고 스웨덴에서 사 온 폐(廢)유조선을 울산 앞바다에 묶어두고 있었다. 332m 길이의 이 고철선에 물을 채운 후 가라앉혀서 거센 물결을 막을 수 있었다. 사상 초유의 이 공법은 미국의 뉴스위크지와 타임지에도 소개됐다.

정주영 공법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대체 사례가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부자는 석유왕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다. 전성기 때 그의 재산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빌 게이츠보다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다음은 그가 재산을 불려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다.

131


1870년 록펠러는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을 설립하고 원유를 채굴, 정제해서 미국 전역에 판매했다. 회사 이름에 ‘스탠더드’를 넣은 것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등유는 규격에 부합하는 믿을 만한 품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많은 사람은 등유에 불순물이 섞여 폭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록펠러는 사업의 성공 여부가 물류비용을 얼마나 낮추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후 철도왕으로 불리던 코넬리어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에게 운송 독점권을 주는 대신 운임을 대폭 낮췄다. 록펠러의 생산능력이 밴더빌트의 수송능력을 넘어서자 그 틈새를 밴더빌트의 경쟁자 토머스 스콧(Thomas A. Scott)이 치고 들어왔다. 스콧이 운영하던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는 밴더빌트보다 더 좋은 조건을 록펠러에게 제시했다. 밴더빌트는 이러한 출혈경쟁이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고 스콧을 설득해 공동으로 운임을 대폭 인상했다.

록펠러는 이러한 담합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사업의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를 선택한다. 석유를 수송할 다른 대안을 찾기로 한 것. 만약 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대체 수단을 찾는 것이 절박했다. 정유공장 내에서 기름이 파이프로 이동되는 것을 본 록펠러는 파이프를 이용해 장거리 수송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충분한 양의 석유를 수송하기 위해 큰 직경의 송유관을 장장 640㎞나 연결했다. 송유관을 설치하기 전에는 철도가 미국의 최대 산업이었지만 전체 수송물량의 40%를 차지하던 록펠러의 물량이 사라지자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진다. 철도왕 밴더빌트는 최고 부자 자리를 록펠러에게 넘겨주고 눈을 감았으며 스콧은 이후 재기하지 못했다.

132


광고에서의 대체코드 활용

대체코드는 특히 광고에서 많이 활용된다. 아마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반은 새롭고 절반은 익숙하게’라는 원칙이 중요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것도 갈릴까? 그것이 궁금하다!” 믹서기 제조업체 블렌텍의 CEO인 톰 딕슨(Tom Dickson)이 유튜브에 올리는 동영상 광고들의 시작 멘트다. 2007년 아이폰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아이폰도 갈릴까? 그것이 궁금하다!”는 광고를 올린다. 아이폰을 믹서기로 간다니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믹서기에 들어간 아이폰은 얼마 후 검은색 가루로 변하며 연기를 뿜어낸다. 믹서기의 성능에 대한 강한 인상을 극적으로 전달한 이 광고의 핵심은 믹서기에 넣는 내용물을 식품 대신 당시 최고의 히트상품이던 스마트폰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 동영상이 입소문을 탄 후 블렌텍의 매출액은 5배 늘어났다고 한다.

2010년 아이패드가 출시되자 이번에는 “아이패드도 갈릴까? 그것이 궁금하다!”라는 후속 광고를 내보낸다. 또한 2012년 삼성의 갤럭시S3가 아이폰5의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하자 “아이폰5와 갤럭시S3의 대결, 어떤 것이 먼저 갈릴까? 그것이 궁금하다!”라는 광고를 내보낸다. 아이폰과 갤럭시 중 어떤 것이 먼저 갈릴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결과는 싱겁게도 두 제품이 거의 같은 시간에 검은 가루로 변했다.

[그림 8]은 광고 전문가 이제석이 디자인한 살충제 레이드 광고다. 레이드 상표가 붙은 폭스바겐의 딱정벌레(beetle) 차가 뒤집혀 있는 이 광고를 보면 살충제의 성능에 대한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딱정벌레를 딱정벌레 형상의 자동차로 대체한 기막힌 광고다.

광고가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점은 10초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머릿속에 팍 꽂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석의 레이드 광고는 대체코드를 적용해 이러한 광고의 특성을 잘 충족시켰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창의적 사고는 완전 새로운 사고가 아니다. 익숙한 것을 약간 비틀고 뒤집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절반은 새롭고 절반은 익숙하게’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익숙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해보는 대체 코드 기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