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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인재 융합’에 달려”

배미정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대기업 개방형 혁신 가능한가?: 박영훈 GS홈쇼핑 전무 대담

조진서 DBR 기자: 2017년 초에 케이스 스터디 기사가 나간 후 벤처 투자 부문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박영훈 GS홈쇼핑 전무: DBR을 통해 자사의 케이스가 소개될 때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거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의 소진과 돌파구의 부재였다. 한국 기업, 특히 대기업은 굉장히 잘 짜인 오퍼레이션 모델을 갖추고 잘 훈련받은 인재들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는 장점을 갖춘 동시에 룰 파괴자(Rule Breaker)들이 파괴적인 생각을 펼칠 공간이 없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시도는 많이 했지만 조직의 관성과 조직 문화가 아직 개방돼 있지 않았다. 내부로부터의 혁신과 변화에는 한계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외부로부터의 혁신, 외부와의 연계를 통한 변화가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키워드로 꼽게 됐다. 이노베이션을 우리 자체적으로 하긴 힘드니 외부와의 연계를 통해 이노베이션 하자는 생각을 하고 밖을 찾아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노베이션을 가장 활발하게 일으키고 있는 기업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유럽 도시들에서 찾았다. 그들의 이노베이션과 그 이노베이션을 통해 나타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우리가 끊임없이 연계하고 배워서 우리 스스로의 변화를 촉발하고 그 변화로부터 일어나는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잡아내야겠다는 게 출발점이었다.

그동안 많은 회사에 투자했다. 또 이들과 수년간 교류하면서 우리 회사도 스스로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그동안 상황을 업데이트하자면 지금 지역적으로는 한국, 미국, 동남아, 중국, 중동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간접투자는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단위 금액은 적지만 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있고 직접투자로 일부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 기업의 스테이지별로 보면 아무래도 초기(Early)나 성장 단계(Growth Stage)가 훨씬 더 많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 비중이 높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향후 청년 잠재력이 가장 높은 시장을 감안했을 때 미국이나 중국, 한국에서 획득한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동남아 쪽에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분야를 보면 IT 커머스, O2O, 디지털 콘텐츠, 모바일 서비스가 많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나 데이터 관련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며 바이오까지 시작했다.

어떤 분들은 GS홈쇼핑이 주업은 리테일인데 투자 범위가 너무 큰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서 일어난 혁신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메인 비즈니스의 경쟁자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가능하면 얇고 넓게 펼쳐가면서 우리와 인접하지 않은 산업에서 코어 비즈니스에 위협이 될 만한, 또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데 GS홈쇼핑도 벤처 투자를 할 때 4차 산업혁명의 특정 테마를 잡고 검토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는지 궁금하다.

박: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인간의 행동이 바뀌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포괄적인 과정이 굉장히 빨리 일어나고 있다. 물론 과거 산업혁명, 컴퓨터를 통한 IT 혁명도 그랬다. 혁명은 많은 변화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우리에게 닥친 빠른 변화의 본질은 정보통신 혹은 컴퓨터에 기반한 세상 모든 것의 재편성이라고 본다.

가장 최초는 아마 스마트폰이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정보에 자유롭게 액세스하게 되는 데서 시작됐는데 액세스하는 게 점점 개인의 의사결정이나 패턴을 규제하게 되고 개인의 선을 넘어서 조직과 기업과 우리 생활을 유지하게 만들고, 커머스까지 장악했다. 미디어 커머스는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이 없으면 설명하기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B2B 쪽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중장비나 오일, 가스,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생물학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나 속도가 인류가 과거 2∼3번 겪었던 큰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인 싱귤래러티(Singularity)가 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리의 테마라면 AI라는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기술과 클라우드나 IoT같이 과거에 비해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는 단위 비용이 폭발적으로 떨어지는 환경을 들 수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블록체인처럼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화들이 세상을 바꾸고, 또 그게 비즈니스의 코어를 바꿀 것이기 때문에 그런 테마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을 영역들을 찾아서 투자, 교류하는 게 우선순위가 높은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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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DBR 케이스 스터디가 나간 후 많은 기업인, 심지어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GS홈쇼핑의 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주도 벤처캐피털) 사례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상당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DBR 기사가 나온 후 많은 기업이 실제로 찾아와 어떻게 하고 있냐 묻고 같이할 건 없냐며 대화를 제의했다. 처음 도입하는 것은 차라리 쉬울지 모르겠다. 이 회사, 저 회사, 마음에 드는 회사에 투자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전략적으로 뽑아내고 우리 회사의 코어 비즈니스와 연결하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내부에 있는 분들의 경험이나 조직 문화, 철학이 있는데 그걸 유지하면서 외부와의 오픈 이노베이션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우리 팀은 3분의 2 정도가 외부 출신이다. 물론 기존 조직과의 연계도 중요하고 외부와의 연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팀 구성에 있어 내부와 외부를 잘 연결할 수 있는 조합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 와중에 많은 갈등과 오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걸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결국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CVC를 하고 싶은 회사들에 내가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누가 할 거냐’ ‘적합한 사람이 있느냐’ ‘그런 큰돈을 맡아 운용할 만큼 믿을 만한 외부 사람을 데려올 의지나 여력이 있느냐’다. 많은 회사가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게 사실 제일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조: 기사화됐던 어벤저스 같은 조직, CoE(Center of Excellency)팀이라든가,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등을 통해 내부와 외부 인재들을 융합하려던 시도는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나.

박: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라고 본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CoE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내부에 많다는 것이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경력에도 도움이 되고,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고,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가하고 싶어 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 단점은 여기서 일을 좀 하다가 좋은 회사와 인연을 맺으면 자꾸 그리로 간다는 것이다. 벌써 4∼5명이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의 CTO, CEO 등으로 빠져나가서 굉장히 힘들다. 그래도 어차피 우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 생태계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고, 국가 차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기업 스트럭처를 넣어 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여러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2017년 2월 DBR 218호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GS홈쇼핑의 사내 벤처 투자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해당 기사는 IT와 테크업계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반 대기업도 참고할 수 있는 기업주도 벤처캐피털(CVC)의 모범 사례를 제시해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DBR 창간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해당 기사의 주인공인 GS홈쇼핑의 박영훈 전무와 취재를 담당한 조진서 DBR 기자가 대담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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