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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HRD 전략: 신동엽 연세대 교수 강연

‘헤쳐 모여식 유연한 조직구조로 혁명의 주역이 돼라!’

이미영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HRD 전략: 신동엽 연세대 교수 강연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경영 환경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제껏 우리가 경쟁을 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이 됐던 역량 또는 가치관, 행동양식이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불연속’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0년을 지배한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코닥, 모토로라, 제록스 등은 2010년을 전후로 이미 사라졌고, GM은 2000년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 자리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스타트업 출신 기업들이 꿰찼다. 불과 
7∼8년 만의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를 구성하는 5대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가상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이다.1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초연결, 아무리 탁월한 사람이라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초지능, 그리고 이 결과 벌어지는 극단적인 경쟁인 초경쟁으로 연결된다. 기업의 경영 속도는 극단적으로 빨라지고, 시장이 확대되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들면서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확대된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변혁, 혁명, 혹은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경쟁우위와 성과 창출이 기반이 되는 역량, 구성원들의 태도 등 지금까지 일해온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역량,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전략을 세워 변화해 나가야 한다.

결국 기업이 이런 상황에 적합한 인적자원을 전략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에 접근해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에 따라 기업의 구조, 프로세스, 전략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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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객에 대한 지식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상품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빅데이터, IoT나 AI를 활용해 총체적 시장이 형성된다. 아마존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AI와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24시간, 365일을 파악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시에 집으로 ‘알아서’ 배달해준다. 또한 어떤 상품들이 언제, 어떤 상품하고 같이 쓰이는지도 알아내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시간에 고객의 집까지 배달해준다.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마존의 핵심 가치가 상품 중심, 기술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조직이 ‘상시’ 혁신할 수 있는 역량도 길러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주기는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혁신을 한 후 혁신을 바탕으로 시장을 이끌어 나갔지만 이제는 그런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혁신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상품을 효율적으로 잘 팔고, 잘 생산하는 데 집착한다. 이 관성에서 벗어나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

플랫폼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흔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플랫폼’을 지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으로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플랫폼을 생태계로 치환해 생각해보자. 생태계 안에서는 사자도 있고, 코끼리도 있고, 호랑이도 있다. 저마다 역할이 다 다르다. 메인 플레이어가 아니어도 자신의 경쟁력으로 공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두가 플랫폼을 선점한 아마존과 구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생태계가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독점하는 기업이 될 수는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의 반도체다. 애플의 iOS 생태계든, 구글 생태계든 삼성의 반도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무조건 데이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이 중에서 어떤 역할을 선택하고, 이에 적합하고 필요한 역량을 체득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조직 구조도 기존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환된다. 집권화와 분권화가 공존하는 이른바 ‘집분권화’ 구조가 예상된다. AI나, 빅데이터나 IoT가 있기 때문에 중간관리자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심의 역할도 함께 강화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무수하게 다양한 상품이 연결돼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중심부의 의사결정 기능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물망처럼 촘촘하지만 대규모로 확대된 현장을 관리하기 위한 본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구글은 최근 5년간 약 200개의 비관련 다각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심부의 기능이 오히려 더욱 강화됐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플랫폼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중심의 역할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성숙한 상황에선 조직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새로운 상황에 맞춰 전혀 다른 서비스나 사업으로 혁신하기 위해선 조직을 바꾸고 인력도 교체해야 하는데, 이는 많은 자원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더 이상 조직의 형태를 갖추지 않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그때그때 구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른바 ‘헤쳐 모여’ 방식이다. 결국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 그 자체는 장밋빛도, 암흑도 아니다. 다양한 대안과 선택을 통해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어떠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펼쳐질지 미리 살펴보고 이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미래를 움직이는 사람이다. 조직구조와 인적자원의 핵심 역량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바꿔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혁명의 주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혁명에서 타도당하고 숙청당하는 낙오자가 될 것인가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행동에 달려 있다.   

정리=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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