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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의 이해와 오해

천재적 아이디어로 만든 시장일까? 아무도 못 봤던 시장을 찾는 것

김동준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블루오션 시프트』는 기업의 신시장 창출을 위해선 전략뿐만 아니라 조직의 자신감(Humanness)이 중요한 요소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2005년 삼성전자 보르도TV의 성공 사례는 블루오션 시프트 관점에 입각해 국내 기업들이 혁신팀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첫째, 혁신팀은 제품 및 시장 개발에 필요한 사내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혁신팀 과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거대한 목표에 압도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셋째, 리더는 혁신팀의 결과물이 아닌 고객과 가치의 발굴 과정을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혁신팀과 임직원이 블루오션 발굴 과정과 관련한 적극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직원을 신뢰하고 혁신 프로젝트의 사명과 비전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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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불러일으켜서 새로운 성장을 움켜잡는 걸음걸이에 대한 소고
(On Steps to Inspire Confidence and Seize New Growth)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블루오션 전략』이 경영 학계와 기업 현장을 떠들썩하게 한 지 12년 만인 2017년 말 『블루오션 시프트』가 출간됐다. 얼핏 보기엔 블루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시프트’는 다르지 않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블루오션 공간 창출을 위한 전략이 무엇(what)인지를 방법론 차원에서 다뤘다면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블루오션 시장을 어떻게(how) 창출하는지에 대한 프로세스와 프로세스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을 파악해 소개하고 있다.

사실 블루오션은 혁신을 통해 개척하는 새로운 시장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과 상품·서비스를 이해한 후 사업을 전개해 고객과 기업, 나아가 사회까지 그 혜택을 얻게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실제로 가보기 전까지는 블루오션이 존재하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블루오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조직원의 자신감이 신사업을 개척하는 ‘과정 중의 인간다움(humanness in the process)’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중의 인간다움’을 자라게 하기 위한 3가지 요소, 원자화/세분화(Atomization), 직접적인 발견(Firsthand Discovery),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를 언급한다. 과연 이러한 요소들을 국내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2001년 삼성전자가 진행한 보르도 TV 프로젝트를 포함해 수십여 개의 실제 가치혁신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프로세스를 리딩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지금부터 ‘블루오션 전략’ 이후로 ‘블루오션 시프트’로 진화된 노하우가 무엇인지 실무적인 차원에서 간략하게 짚어봤다. 또한 블루오션 시프트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로 일컬어지는 격변과 혼란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삼성 보르도TV에서 찾은 블루오션 시프트

삼성전자 보르도TV 이야기가 식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벌써 10여 년이 지난 빛바랜 성공담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보르도TV의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혹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2006년 3월 보르도TV가 미국 시장에 진입한 지 6개월 만에 100만 대, 8개월 만에 200만 대를 팔았다. 삼성전자는 3사분기 평판 TV 분야뿐만 아니라 TV 전체 매출액과 판매량에서 글로벌 1위로 등극한다. 삼성전자가 TV 사업 진출한 지 3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그러나 이 쾌거는 서곡에 불과했다. 그 이후 2017년까지 11년 연속 글로벌 1등 TV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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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기술력이나 시장 영향력이 월등히 좋아서 이룬 결과도 아니다.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바로 직전인 2005년 5월만 해도 미국 TV 시장에서 샤프의 시장점유율은 24%에 달했지만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2%로 샤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시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TV 기술로 불연속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모두가 디지털 TV 기술의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경쟁사들이 TV의 디지털 기술에 집착할 때 삼성전자 보르도TV 프로젝트는 과감히 고객에게 눈을 돌렸다. 고객들이 원하는 ‘거실에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의 TV’를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보르도TV는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한 성공적인 예로 소개됐다. 하지만 보르도TV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들여다본 사람은 드물다. 보르도TV는 삼성전자가 디자인한 혁신팀이 수개월간 노력해 만든 성과물이다. 보르도TV는 블루오션 시프트의 핵심을 정확히 간파해 실행한 사례다. 이번 기회에 보르도TV 전략 그 자체가 아닌 혁신팀의 전략 발굴 과정을 조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다. 특히 블루오션 시프트를 실제로 국내 기업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의문점을 가진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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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표의 세분화 - 큰일을 작은 일로 나누면 시작할 수 있다

보르도TV 프로젝트는 인류 최초로 평판 TV 100만 대를 1년 이내에 팔아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왜 그런 목표를 세웠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냥 많으면 좋을 것 같아서는 아니었다. 당시 삼성전자 TV사업부는 그 정도의 매출을 일으키는 상품이 없다면 과연 삼성전자 내에 TV사업부가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가 성장하면서 꿈꿔왔던 비전과도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기를 원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 제품 원 히트(One Product, One Hit)를 통해 세계 일등 제품을 20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필자가 소속됐던 가치혁신센터(VIPC·Value Innovation Program Center)도 많은 글로벌 혁신 방법론을 연구하며 ‘내재화’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VIP센터는 협업 기반의 혁신을 위한 방법론 연구와 그 실행을 위한 가이드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적으로 효과와 효율을 인정받은 혁신 방법론을 연구해 삼성전자에 적합하도록 변화시켜 실제 현업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디자인하고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촉진)까지 하는 전담 부서다. 실제로 GE의 VE(Value Engineering)를 GVE(Group Value Engineering)라는 원가혁신 방법론으로 ‘삼성화’했고 트리즈(TRIZ), CAE, DFX, VR(Virtual Reality) 등 많은 방법론을 삼성화해 사내 혁신 프로젝트들에 적용했다. 2005년 당시 VIP센터는 ‘원 제품 원 히트’추진을 위해 상품 기획을 위한 혁신 방법론을 개발했는데 그 방법론의 근간이 바로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보르도TV 프로젝트는 CEO의 결재하에 전사 마케팅실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상품기획, 전략, 마켓 리서치, 디자인 및 기구/회로/SW 엔지니어 등 10여 명의 다기능 협업팀(CFT·Cross-Functional Team)을 전담팀으로 구성해 VIP센터 프로젝트 룸에 상주 멤버로 배치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그러하듯이 회사의 비전이나 사장의 사명과 임직원, 즉, 나의 사명은 다른 경우가 많다. 이것이 혁신 프로젝트가 부딪히는 첫 번째 문제다. “그래, 인류 최초로 100만 대를 판매하는 목표야 좋지,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한데, 방법이 있어? 있으면 내가 하지!”라는 태도로는 블루오션과 같은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없다.

결과적으로 팀이 히말라야 같은 큰 산을 오르려면 각 팀원은 가이드의 말을 믿고 매일 하루의 여정을 묵묵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히말라야라는 큰 산에 대한 두려움에 떨기보다 나의 한 걸음에 대한 자신감으로 전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원대한 도전 목표를 작지만 확실한 행동으로 쪼개야 한다. 그러면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그 작은 행동 하나를 한 걸음, 한 걸음씩 밟아 나가다 보면 ‘우리가 이 어려운 도전도 성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의 변화는 ‘나도 할 수 있지’에서 ‘우리가 성취할 수 있다’로 진화하는 자신감이다.

처음에는 개인적 자신감으로 시작해 중간에 ‘집단적인 자신감(Collective Confidence)’으로 전환해야 한다. 삼성전자 ‘가치혁신센터’에서는 당시 ‘원 제품 원 히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혁신 상품 창출 매뉴얼’을 만들었다. 최초의 매뉴얼은 6개월간의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이를 블루오션 전략 위주로 재편해 혁신 프로젝트를 두 달에 끝낼 수 있도록 단순화했다.

다시 말해서 블루오션의 주요 프레임워크인 ERRC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링, 마케팅, 디자인 등 각 전문 분야의 독립적인 활동을 제거(Eliminate)하거나 축소(Reduce)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이해, 팀원 간의 관점을 확대시키는 직접 관찰이나 체험 활동,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나는 시각적 활동(visual thinking & doing)은 증가(Raise)시키고, 전략 캔버스 등 블루오션 전략의 활동 등은 새로 추가(Create)했다.

그리고 그 행동 단위는 ‘3일이 넘는 작업은 나눈다’라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즉, 하나의 활동이 3일(작업 시간으로는 하루 8시간씩 총 24시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면 더 작은 단위로 하나의 과업(task)을 세분화했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는 이를 원자화(atomization)라고 표현했는데, 예를 들어 고객을 직접 체험하는 과업이 일주일 넘게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주요 고객, 대체 고객, 비고객으로 나눠 행위를 더 작게 쪼갠다. 비고객은 다시 1차, 2차 및 3차 비고객으로 정의해 각각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관찰법이나 인터뷰 방법과 도구로 활동을 세분화했다.

한 계단씩 오르는 것만으로 우리의 자신감을 완성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인지한 도전의 필요성이 우리의 인간다움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환된다. 보르도TV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보르도TV 프로젝트팀원은 서울 용산에 있는 전자상가만을 관찰의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청담동 가구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왜냐하면 블루오션에서 제시한 첫 번째 경로인 산업의 경계를 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급 가구 매장은 개인 신분으로 출입하기가 어려워서 디자인팀의 공식적인 협조를 받아서 체험했다. 그렇게 가구 거리를 직접 헤매면서 인지한 사실은 아주 분명했다. 고급 가구와 어울리는 TV는 단 한 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TV를 가구와 어울리는 인테리어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앞에서 언급한 아주 세분화된 단계를 밟으면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인지한 이해가 융합할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을 깨닫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연하다. 우리 팀도 그랬다. 그런데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그러한 TV를 최초로 구현한 사람들은 보르도TV 프로젝트 멤버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블루오션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인데, 아무도 보지 못하고 구현하지 못한 것을 찾아서 시장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실존하게 하는 기업이 블루오션의 시장을 장악한다. 즉 당신도, 그 누구도 블루오션을 장악할 수 있다. 단, 자신감 있게 실천할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된 과정이 있어야 하며 그 방법론을 실행하면서 직접 관찰을 통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통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마음’과 ‘고객의 마음’을 직접 느끼고, 그 차이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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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참여와 합의-구성원은 모두가 필요한 존재다

여기에 ‘공정한 절차(Fair Process)’가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인간다움(Humanness)’이 우리의 자신감을 고취시킨다.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는 참여(Engagement), 설명(Explanation), 명확한 기대(Clear Expectation)라는 세 가지에 의해 완성된다. 첫째, ‘참여’에서는 ‘이해관계자는 다 참여시켜라!’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특히 혁신 프로젝트에서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많은 것을 새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이 많은 일보다는 처음 시도해보거나, 기준이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며 말하는 일이 혁신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처음부터 모두 함께 참여해서 직접 체험하며 조각조각을 협의하지 않고, 일부만이 모여서 결정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합의하겠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마케터가 먼저 혁신 상품을 기획한 다음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를 설득하고자 한다든지, 아니면 기술자가 먼저 신상품을 디자인한 다음 마케터나 디자이너를 설득하려고 한다. 말이 설득이지 “이거 정말 끝내주지!”라는 자랑인 경우도 너무 많다. 결국 그 속내는 ‘이걸 기술적으로 해결 못하면 엔지니어가 아니지’ 혹은 ‘이건 초등학생도 팔 수 있는 물건인데 이걸 못 팔면 마케터 관둬야지’라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래서는 혁신을 완성하기는커녕 시작하기도 어렵다. 혁신의 목적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높이 오르는 것이다. 높이 오르려면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먼저 뛰어가서 뒤에 오는 사람을 조롱해서는 오를 수 없는 산이 혁신이다. 따라서 모두 참여(Engagement)시켜 충분히 설명(Explanation)해 그 결과를 명확히 기대(Clear Expectation)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과정에 대한 주인의식(ownership)을 가진 팀이 이뤄진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프로그램 첫날 다기능 협업팀이 모여 왜 100만 대 프로젝트가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도 했고, 향후 두 달 동안 어떤 과정이 있을 것인지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장의 항의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팀장은 왜 마케팅 프로젝트에 개발자를 포함시키냐고 계속해서 항의했다. 결국 엔지니어들이 상주 인력으로 활동하기는 어려웠다. 엔지니어들은 퇴근 후나 업무 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해줬다. 하지만 저녁 시간에 온 엔지니어들은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몇 시간의 혁신 활동 후에는 다시 사업부로 돌아가서 일해야만 했다. 그래서 VIP센터 프로젝트 룸에는 오기는 했지만 와서 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주 활동을 하던 프로젝트 팀원들은 그들이 와준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 비록 와서 졸고 있을지라도 기술에 대한 이슈가 나와서 질문하면 졸음을 깨고 진실되게 답해줬기 때문이다. 이때 이들은 어렵지만 이렇게 해야 하는 필요성을 각자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고, 어려운 역경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우리는 100만 대를 팔 수 있는 TV를 만드는 한 팀이라는 의식이 형성됐다.

이러한 현상은 엔지니어에게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다. 2005년 보르도TV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이전 디자이너가 한 프로젝트에 상주 멤버로 할당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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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 멤버였던 디자이너가 오전에는 서울 서소문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수원으로 매일 내려와서 혁신팀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너무도 궁금했던 당시 VIP센터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필자는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이 활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때 그 디자이너의 대답은 아주 확실했다. 지금까지 수십 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이번처럼 디자이너의 말을 들어준 프로젝트는 처음이라고 했다. 심한 경우는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변경했는데도 말해주지 않아서 상품이 출시된 이후 매장에서 변경된 자신의 디자인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연말에 시상하는 ‘자랑스런 삼성인 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뛰어난 디자이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르도TV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보르도TV가 100만 대 판매를 달성하며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자 필자는 상품기획 담당자인 마케터에게도 질문을 했다. 보르도TV 프로젝트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했다. “합의(consensus)요!” 너무도 확신에 찬 이 대답에 다시 물었다. 그럼 그전 프로젝트에서는 합의한 적이 없었는지. 그는 아주 간단명료하게 즉답했다. “네.” 그때 느꼈다. 혁신을 성공으로 이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이런 ‘인문학적 과정(humanistic process)’을 거쳐 만들어진 자신감이라는 것을.

여기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자신감’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공유된 자신감(shared confidence)’이어야 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이를 ‘집단적 자신감(collective confidence)’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집단적 자신감’은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보르도TV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마케팅팀장, 개발팀장, 사업부장에게 의사결정을 받을 때마다 집단적 자신감은 빛을 발했다. 부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는 마케팅 부서에서 상품기획을 한 후 사장 주관으로 모여서 보고회를 연다. 이때 마케팅팀의 보고가 끝나면 사장은 기술 담당자에게 묻는다. 이때 그 담당자가 임원이든, 직원이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경우 마케팅의 상품기획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면 사장은 다음으로 디자인 담당자에게 묻는다. 그때 디자인 담당의 의견은 마케팅이나 엔지니어링의 그것과는 또 달랐다. 모든 전문가가 자기 전문 분야의 입장과 의견을 피력할 뿐 합의된 의견을 사장에게 주장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만일 모든 프로젝트팀 멤버가 하나의 목소리로, 그것도 강력하게 어떤 의견을 사장에게 주장한다면 사장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경험한 바로는 어쩐 일로 이들이 이렇게 의견의 일치를 보았는지 궁금한 사장은 별것 없는 상품기획안이라도 믿어볼까, 아니 속아볼까 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왜냐하면 이렇게 단결된 자신감을 좀처럼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벤처투자가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동일한 의미다. “상품 콘셉트나 비즈니스모델을 보고 투자합니까? 리더와 팀이 어떤 난관이 닥쳐도 뚫고 나갈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3)혁신의 리더십-과정을 믿어라

자신감은 팀원만이 가져야 할 혁신의 성공 요인은 아니다. 이것은 의사결정자도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성공이 입증된 프로젝트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일은 로봇도 할 수 있다. 블루오션 프로젝트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성공의 집단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팀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조직 전체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보르도TV 프로젝트의 경우 개발팀장에게 혁신팀의 결과를 보고하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의를 여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개발팀장이 이 프로젝트에 매우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팀과 임원들이 함께 참여한 ‘블루오션 품평회(Blue Ocean Fair)’에선 반대하는 임원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 회의의 시작은 “그런데 프로젝트명이 왜 ‘보르도’로 정해졌는데…?”라는 험한 톤의 어조일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팀이 내놓은 전략 캔버스 한 장으로 우선 마음을 열 수 있다. 이 전략 캔버스 안에는 프로젝트팀이 현장을 다니면서 직접 체험한 고객의 문제가 담겨 있다. 또한 어떻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도 적혀 있다. 단 한 장의 그림 속에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와 핵심 고객 가치가 명확히 설명돼 있기 때문이다. 개발팀장을 비롯한 반대자들은 그림을 보고 난 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조금 움직일 수 있다. 프로젝트팀은 100만 대를 팔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전략을 블루오션의 6가지 경로 프레임워크(산업, 구매자, 제품/서비스 범위 및 특징, 트렌드 분석 등)에 따라 추가적으로 계속 설명해 나간다. ‘야! 이것 봐라!’ 하는 생각과 ‘놀지는 않았구나!’ 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후 이들의 주요 고객이 기존 타깃 고객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우리가 무시했던 비고객의 영역까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면 그 결말은 ‘이 프로젝트는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지금까지 하고는 많이 달라졌네?”로 마무리될 확률이 높아진다.

애초에 개발팀장은 100만 대를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혔을 수 있다. 개발팀장 입장에선 새로운 기술 혁신만이 답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팀의 발표를 통해 시장과 고객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기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프로젝트팀의 자신감까지 더해지면 리더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가능성 있는 도전으로 여기게 된다.

반대한 리더를 설득하면 프로젝트팀은 천군만마를 얻는다. 자원 및 인력 배분, 추진 일정 등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들이 일사천리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결정했다면 그 결정을 책임지고 지지해야만 새로운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당시 개발팀장이 이것이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입증하라고 팀에 요구했다면 오늘날 11년 연속 글로벌 1등의 서곡은 연주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트랜스포메이션하는 당시 TV 시장에서 이것이 디지털 TV 최초로 밀리언셀러가 될 TV의 콘셉트이고 전략이라고 입증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시스템적으로 철저하게 단계를 밟은 프로그램과 직접 관찰을 통해 얻은 직관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합의된 자신감’으로부터 우러나온 팀원과 리더 상호 간 신뢰 형성의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입증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100만 대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상호 결의한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의사결정권자가 진다. 이것이 혁신의 리더십이다.

블루오션 시프트 과정에서 함께해야 하는 것들

‘블루오션 전략’의 내용은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블루오션의 시장은 파괴적 창출(Disruptive Creation)과 같이 정해진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의 기술과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의 시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가치가 계속 창조되고 확장되는 우주와 같은 무한한 시공간을 창출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즉,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든지 인류, 고객과 기업, 그리고 사회는 새롭게 창출된 가치를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비파괴적 창출(Non-Disruptive Creation)의 비경쟁 공간을 기꺼이 수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 ‘블루오션 시프트’는 그 도구(tool)와 프레임워크(framework)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더욱 효율적으로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활용하면 좋을 실무적인 팁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혁신 전담팀(initiative team)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팀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 일만을 전담해야 하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는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이것은 필수적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혁신은 기존 업무와 달리 새롭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기존 업무와 병행해서 혁신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팀과 팀원을 모두 탈진(burn-out)시켜 버릴 것이기 때문에 다시는 혁신팀에 참여하고 싶지 않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혁신은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팀원을 탈진시켜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혁신 팀원이 아닌 일반 임직원도 혁신팀에 참여하고 싶게 하는 동기를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혁신팀을 탈진시킬 경우 혁신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질 것이다. 더불어서 전담이어야 하는 중요한 이슈는 바로 ‘책임’의 문제이다. 전담을 하지 않으면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져서 혁신을 성취해야 할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소진하게 된다.

둘째, 독립적인 공간은 그 이상의 효과와 의미를 지닌다. 혁신 프로젝트팀원들만이 전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은 필수다. 전용 공간은 그 어떤 요소보다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다. 사람의 기억은 보통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 감각 기억으로 나뉜다. 그런데 혁신 프로젝트에서는 새로운 사실과 경험, 창의적인 상상을 위주로 진행되므로 지식과 경험의 양만큼 꺼낼 수 있는 장기 기억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단기 기억에 의존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대개 몇 가지 내용을 짧은 시간 동안만 기억한다. 이를 ‘매직 넘버 7(magic number 7)’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 기억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넓은 벽면에 종이를 활용해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보면서 생각하면, 서로 낯선 것들을 연결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합성하는 등 단기 기억 용량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종이는 확장된 뇌의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창의 워크숍이나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종이를 넓게 펼쳐 놓을 수 있는 벽면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혁신 프로젝트는 하루에 끝나는 법이 없다. 짧게는 수일에서 수주 혹은 몇 달에 걸쳐서 진행된다. 보르도TV 프로젝트의 경우 블루오션 전략을 수립하는 데 2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전용 공간이 없어서 종이를 펼쳤다 접었다 해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과연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있을까? 삼성전자 VIP센터에는 이러한 전용 프로젝트 공간이 수십여 개가 있다. 특히 블루오션과 같은 혁신 프로젝트를 위한 특별 전용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부디 경제적인 이유로 전용 공간을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 마감 시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프로젝트팀원들이 시간의 부족함을 호소한다. 물론 불가능한 시간을 주고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무한정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전략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충분히 주면 디테일의 수렁에 빠져 숲이 아닌 나무를 그리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략 프로젝트에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므로 블루오션 품평회와 같은 주요 의사결정 일정을 미리 정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주요 의사결정권자는 반드시 블루오션 품평회에 참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혁신 프로젝트에서 있으나 없으나 티가 나지 않는 것이 가이드이다. 이것은 마치 피트니스클럽의 트레이너 혹은 코치 같아서 이들이 대신 활동을 해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혁신 가이드들은 프로젝트 목적과 팀원의 역량에 따라 혁신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프로그램에 따른 도구(tool) 혹은 프레임워크(framework)가 필요할 때 활용법을 알려주거나 워크숍 진행을 주관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을 한다. 더불어 때때로 팀원의 동기를 부여해주고, 개인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코치의 역할도 병행한다. 결국 화학 반응에서의 촉매와 같이 혁신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혁신 결과에는 개입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catalyst)다. 그래서 그 효용성을 입증하라고 하면 입증하기 어렵지만 피트니스클럽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아 효과를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필요성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과에 매몰되지 말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의 마음이 바쁘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블루오션 전략과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블루오션 시프트는 분명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혼돈 수용 능력(Negative Capability)이 필요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빠른 변화와 불연속성이라는 특징으로 표현된다면 4차 산업혁명의 세계관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영문 첫 글자를 모아서 만든 신조어인 VUCA로 설명된다. 즉, 이젠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미스터리의 세상 속에서 비즈니스도 운영하고 블루오션도 창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는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관과 같이 확실한 답이 보이는 시대가 아니다. 예를 들어 2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부장이 일본의 소니(Sony)를 2박3일 동안 벤치마킹하고 돌아오면 부서원들을 모아 놓고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정답이 이것이었다고 일장 연설을 한 후 부서원들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삼성전자의 사장단이 3개월 동안 수십억 원의 경비를 들여서 세상 최고의 구루를 만나고 왔다고 해서 임직원에게 우리가 이것을 몰랐으니 이제부터 이것을 해야 한다고 지시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 그 어떤 기업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혼돈의 시절에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혼돈 수용 능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소비자의 손에 제품을 쥐어주고 그 표정을 보기 전까지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무엇인지 빨리 알아내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하고 미스터리한 혁신의 혼돈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앞으로 한 걸음씩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창의적 역량(creative competence)이다. 따라서 혁신의 과정에서 ‘그것이 정답인가’ ‘입증할 수 있나?’ ‘결과를 책임질 수 있나’ 등의 질문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특히 리더십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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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시프트에서 다루지 않은 것들

블루오션 시프트는 유효한 방법론이지만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다. 모든 사물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기업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다양하다. 블루오션 시프트를 시작하기 전이나 블루오션 전략을 완성한 후에 반드시 한 번쯤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첫째, 블루오션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라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그려지지 않거나, 그릴 수 없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비즈니스 모델은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분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다루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중요한 프레임워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략 캔버스를 완성했다면 이와 함께, 혹은 이후에 비즈니스 모델도 꼭 함께 품평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둘째, 디지털 시대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플랫폼’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디지털의 특성상 일대일 교환 가치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기보다는 양면적 혹은 다면적 플랫폼이 훨씬 더 커다란 시장 혹은 에코 시스템(eco-system)을 창출할 수 있으므로 이를 간과한다면 디지털 산업 혹은 시장에서의 블루오션을 창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디지털 다면 시장에서의 플랫폼은 폐쇄형이기보다는 개방형이라는 특징을 놓치지 말고 공부한다면 애플,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샤오미,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등으로 알려진 디지털 일류 혹은 유니콘 기업 부럽지 않은 블루오션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연속적 변화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혁명 혹은 혁신은 반드시 두 패러다임의 불연속 사이에서 탄생하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불연속성은 기술의 불연속성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진화와 같은 것이다. 이는 디지털카메라와 애플의 아이팟(iPod)으로 시작해서 삼성전자의 보르도TV를 거쳐서 이제 자동차와 은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을 디지털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과 패러다임이 불연속점을 지나 진화할 때는 이전의 기술과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이 가지는 고정관념에 묶여서는 앞으로 탄생할 산업과 시장을 준비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불연속 구간을 건너 진화할 때 과연 누가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을까?

큰 자가 작은 자를 이긴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긴다.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이긴다. 그렇다. 크거나, 강하거나, 빠르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승리하지는 못해도 환경에 적응한 자가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연속 구간을 넘어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는 없다.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기업은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살아 숨 쉬고 활동하는 팀이 있는 조직이다. 오직 이러한 자신감만이 불연속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경쟁과 무관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준비하고 창출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김동준 박사 한국블루오션연구회 Senior Fellow/innoCatalyst 대표 dongjoon@innoCatalyst.com
김동준 innoCatalyst 대표는 연세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보르도TV 등 60여 개의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삼성그룹 기술상, CTO Best Progress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innoCatalyst 대표, 한국블루오션 연구회 Senior Fellow, 美 Strategos Network Associate로 다양한 기업의 창의적 혁신 및 협업적 혁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 김동준 김동준 | - innoCatalyst 대표
    - Strategos Network Partner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
    - 삼성전자 VIP센터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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