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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영업전략

단기 실적만 강요하는 영업조직,'미래 자산' 고객정보는 매몰된다

이장석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ICT의 발달로 고객 정보 수집 방법이 다양해지고 비용도 줄어들었지만 B2B 영업 현장에서는 고객 정보들이 제대로 축적되지 않고 있다. 영업조직의 의지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개별 영업 직원들이 조직에 필요한 고객 정보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고객 관계를 정형화된 틀에 가둬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 프로세스와 플랫폼이 정립돼야 하며, 2)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하고, 3) 직원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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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영업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업무용 기기는 PC가 전부였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인해 오늘날 영업직원들은 다양한 모바일 정보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업무용 외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정보기기까지 고려하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본다. 이는 회사 차원에서 볼 때 각 영업직원이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관리하는지 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더군다나 영업직원들이 담당하는 고객 수는 과거에 비해 훨씬 늘었고, 고객사마다 관리해야 할 대상 고객도 다양해지다 보니 한 사람의 영업직원에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영업정보가 생성되고 있다. 컴퓨터의 정보처리 용량이 8년마다 1000배 이상 향상돼 온 것에는 못 미치겠지만 한 영업직원이 관리해야 할 고객 관련 정보는 지난 30년 동안 적어도 1000배는 늘었다고 본다.

아무리 정보기기가 고도화되고 다양화됐어도 조직적인 의지가 없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없으면 이런 엄청난 부하(Load)를 극복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다’라는 한계의식이 뿌리내리고 조직 전체가 둔감해진다. 더욱이 시대적 상황이 변화하면서 회사 구분 없이 영업직원의 이직률은 급격히 높아졌다. 회사를 옮기는 직원은 말없이 떠난다. 그러면서 고객의 정보는 소리 없이 묻히고 사라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늘날 고객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극히 소수이며, 더욱 큰 문제는 기업이 관리할 의지도 없다는 데 있다. 많은 이가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자동적으로 고객의 정보를 분석해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고 정보가 축적되지 않으면 그 어떤 기술도 의미가 없다.

쌓이지 않는 고객 정보,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날 영업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객 관련 정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직원의 수첩에 기록됐다 없어지기도 하고, PC에 저장됐다 공유되지 않고 컴퓨터와 함께 파쇄되기도 하며,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만 머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영업의 시작인 고객의 정보가 다양한 형태의 암묵지(暗默知)로 머물다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쉽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정보기기를 누구나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고객정보는 이런 도구를 통해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IT 혁신에 의해 정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떨어졌는데도 기업은 답을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직원들이 아무리 다양한 정보기기를 가지고 다녀도,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영업 조직의 의지’다. 소중한 정보자산을 매몰시키고 있으면서 영업직원은 언제나 일이 많고 바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영업직원들은 항상 바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문제는 바쁜 것이 아니라 가장 본원적인 책무를 소홀히 여기는 잘못된 의식이다. 리더들은 단기목표 달성이라는 굴레에 얽혀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집요하지 못하다. 고객정보의 축적과 공유가 영업조직의 기본임을 잊고 그때그때의 결과에만 매몰되니 직원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고객정보는 매몰되고 사라진다.

모든 기업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엄청난 돈을 쓰지만 가장 진솔한 얘기를 놓치며, 쉽게 모을 수 있는 기회를 흘리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고기 떼가 몰려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설치하지 않고, 고기 한 마리 없는 곳에서 낚싯대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어떤 기업이든 영업직원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매일 고객을 만나고 대화한다. 어떤 만남이든 사람은 만나면 대화를 하게 되고, 고객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표현한다. 이러한 대화에서는 때론 영업직원들이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새로운 정보, 우리 회사에 대한 불평,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점, 마음으로부터의 충고, 새로운 제언 등 솔직하고 가식 없는 얘기들이 다양한 사람을 통해 표현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대충 듣고 흘리며, 그나마 들은 정보들로 구슬을 꿰지도 못한다. 그 결과, 소중한 정보가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공유되고 쌓이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객관계는 영업의 가장 중요한 축(軸)이다. ‘을’의 입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도 언제나 핵심은 고객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영업의 핵심인 고객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1. 프로세스와 플랫폼이 정립돼야 한다.

선언적인 지침을 전달하고 지시만 해서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어떤 일이든 실행되기 위해선 프로세스와 그것을 지원하는 플랫폼 또는 툴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고객정보의 질은 수치로 측정되거나 쉽게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실상을 알 수도 없다. ‘고객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고객과의 접촉 이후,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정리하고 공유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실행의 경과를 볼 것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세스와 플랫폼을 너무 크고 어렵게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결코 안이하게 접근해서도 안 된다. ‘다른 회사에서 성공한 시스템을 가져다 쓰면 되겠네’ ‘좋은 소프트웨어 있으면 가져다 쓰세요’라는 식의 접근방법은 지양돼야 한다. 회사마다 조직, 역할, 고객의 유형, 대상 고객 범위가 모두 다르고, 고객의 목소리를 어떤 범주로 구별해 관리할 것인가도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정보에 지속적으로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분히 쌓인다면 관련자 누구나 고객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영업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된다. 그곳에서부터 영업의 전략이 시작되고, 영업기회가 보이며, 고객만족이 완성된다.

2. 리더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프로세스와 플랫폼이 준비돼 있어도 집요하게 실행하고 관리하는 리더가 없으면 소용없다. 고객정보에 대한 고민을 논의할 때 “좋은 시스템을 제공하면 뭐 하나요? 제대로 쓰질 않는데” “우리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같은 이야기를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이런 리더들은 먼저 그들이 고객을 만날 때 정보를 입력하고 공유하는지에 대해 자문해야 한다. 직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다. 리더부터 먼저 발 벗고 나서 고객을 만나 관련된 정보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직원이 어찌 바뀌지 않겠는가? 리더 본인은 실행도 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떠든다면 어떤 시스템도 작동되지 않는다. 직원의 의식을 바꾸려면 리더가 먼저 더 많은 고객을 만나 그를 통해 얻은 소중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3. 의식을 바꿔야 한다.

고객 중심 영업의 시작은 조직원 누구든 고객을 만났다면 한 줄이라도 그 내용을 기록해 동료들과 공유한다는 기본 의식의 형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소한 고객의 넋두리도 좋고, 칭찬이어도 좋고, 심각한 불평이어도 좋다. 이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영업직원을 비롯한 직원에게 이런 지시가 떨어지면, 직원들은 또 새로운 일을 시킨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일부 중간관리자들 역시 그런 의식에 편승해 조직원들이 실행하지 않는 것을 방치한다. 그러나 이 건에 대해선 단호해야 한다. 회사의 직원이 고객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아니라 직원의 기본 책무임을 주지시키고 실행하게 해야 한다. 타협하거나 토론할 주제가 아니다. 명확한 원칙과 프로세스, 집요한 교육 및 실행에 리더의 단호한 의지가 더해진다면 모든 직원의 의식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히게 되고 결국 조직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다. 

편집자주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 대표가 영업, 그중에서도 B2B 영업의 핵심을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연재합니다. 이 대표는 한국IBM에 사원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로 30년 이상 B2B 영업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 대표 js.aquinas@gmail.com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했다. 한국IBM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제품사업, 고객영업, 서비스사업, 전략, 마케팅, 협력사 비즈니스, 신사업 등 전 부문을 이끈 경험으로 2016년 한국영업혁신그룹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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