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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따르는 실패들, 과도한 방향수정 요구는 안 된다

김수경,김현경,류주한,곽승욱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Strategy


혁신에 따르는 실패들, 과도한 방향수정 요구는 안 된다


“Why Learning from failure isn't easy (and what to do about it): innovation trauma at Sun Microsystems" by Liisa Valikangas, Martin Hoegl and Michael Gibbert in European Management Journal, 2009, 27, pp.225-233.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술적 결함으로 생산·판매가 전면 중단된 갤럭시 노트 7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디자인·기능·기술·보안 측면에 선도적 혁신제품이라고 호평일색이던 외국 언론들의 도를 넘어선 질타가 거세지고 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글로벌 기업들이 어디 한둘인가? GE, 도요타도 유사한 위기를 겪었으나 보란 듯 회생했다. 2000년 초 타이어 제품결함으로 전량 리콜과 보상을 했던 브리지스톤사는 재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업계 1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마치 내일이라도 파산할 것처럼 대대적으로 기술진을 문책하고 조직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회사의 혁신동력에 해가될까 우려스럽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는 위로하듯 “실패에서 배운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 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의 최근 주장에 따르면 혁신 실패 시 우선적으로 극복할 것은 금전적 손실,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아닌 혁신 트라우마다. ‘혁신 트라우마’란 혁신의 실패로 인해 기업이 홍역처럼 치르게 되는 혼돈, 몰입도와 자신감 결여, 사기저하를 뜻한다. 실패로부터의 배움이나 교훈을 막는 혁신 활동의 가장 큰 저해요소다. 혁신팀의 사기가 떨어지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전사적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연구진은 지금은 오라클에 인수된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바스테이션(Java Station)의 실패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한 이후의 혁신들이 기술 개발에는 성공하고도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를 관련 사례로 지목했다. 미국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야심 차게 선보인 자바스테이션이 예상과 달리 크게 실패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혁신제품인 선레이(SunRay)라는 소프트웨어를 1999년 시장에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주를 막을 제품이라는 시장의 호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회사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38명의 회사 고위관리자와 관련 기술진과 수개월에 걸친 심층 면접 등을 실시해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쳤다. 연구결과 자바스테이션 실패가 후속 혁신제품인 선레이의 실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자바스테이션 실패 후 무려 6번이나 최고관리자가 바뀌었고 기술진의 대대적인 재배치가 이뤄졌다. 이는 선레이 제작팀과 자바스테이션 기술진이 서로 뒤섞이는 결과로 이어져 역효과를 낳았다. 핵심 기술 인력이 200여 명으로 늘었지만 혁신 동인은 크게 감소했다. 이는 상품을 최종 시장에 소개해야 할 마케팅 부서의 불확신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자바스테이션의 실패로부터 생겨난 스스로의 불신을 떨쳐내지 못해 패배적인 기업 문화를 양산했다. 예상치 못한 실패 후유증이 후속 혁신 작업 중에도 열병처럼 번진 것이 패인이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혁신에는 늘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조직 전체를 흔들어버리거나 과도한 궤도수정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자칫 그동안 이어온 혁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변화와 혁신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실패다. 차분히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기술진이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당황하지 않고 더욱 혁신에 매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삼성전자의 개선책은 오히려 혁신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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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경sookyungkim@korea.ac.kr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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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경fhin@naver.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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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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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swkwag@sookmyung.ac.kr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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