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Strategy
노키아 몰락, 진짜 원인은?
“Distributed attention and shared emotions in the inno-vation process: How Nokia lost the Smartphone battle” by Timo O. Vuori and Quy N. Huy in th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6, 61(1), pp.9-51.
무엇을 연구했나?
한때는 핀란드 수출 물량의 20%를 책임지며 세계 핸드폰시장의 40%를 육박하는 점유율로 호령하던 회사가 있었다. 핀란드의 노키아 이야기다. 우리는 혁신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핀란드 국민 기업인 노키아가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자기 기술에 대한 지나친 확신, 시장점유율에 대한 자만, 스마트폰 기술 혁신을 이루고도 상용화 시키지 못한 판단의 오류, 협업 대신 독자 노선만을 고집한 시대착오적인 상황인식 등이 그것이다. 노키아 몰락의 교훈은 소위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우리도 한 순간에 노키아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노키아 몰락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최근 세계적 학술지인를 통해 발표 됐다. 몰락의 모습은 다양하나 그 원인은 늘 같다. 현실 안주, 환경 변화에 둔감, 판단 착오와 잘못된 전략적 선택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궁금해 하는 건 “경영진은 대체 뭘 하고 있었기에 기업이 그렇게 되도록 아무 손도 써보지 못했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문제는 몰락한 회사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고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의 이 연구는 우리가 몰랐던 노키아 몰락의 속사정을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핀란드 알토대와 프랑스 인시아드대가 노키아가 갑자기 몰락한 내부 사정을 알기 위해 2005년부터 2010년간 회사 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심층적으로 관찰했다. 이 기간은 2010년 노키아가 애플과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참패를 당하며 급격하게 몰락하기 직전인 가장 화려했던 기간이었으나 삼성, 애플 등이 새로운 운영 체제를 도입하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출시를 눈앞에 둔 먹구름이 드리우던 시점이었다. 당시 노키아 최고경영진, 중간관리자, 외부 전문가 74명을 인터뷰했고, 내부에 어떠한 상황이 전개됐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노키아 몰락의 원인이 됐던 내부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핀란드라는 한정된 인구에 기반한 기업으로서 노키아는 일반 글로벌 첨단기업과는 달리 위계적 조직구조(hierarchical structure)였다. 자아실현이나 개인적 가치보다는 관계지향적·의존적인 조직이었다. 둘째, 최고경영진과 중간관리자가 모두 회사에 곧 닥치게 될 위기 와 공포를 감지했다. 그러나 그 성격이 달랐다. 최고 경영진은 노키아에 닥쳐올 위기, 이른바 외부적 공포(external fear)를 충분히 체감했고 대응책을 모색 하려 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다. 이들의 역량 부족은 고스란히 중간관리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전가됐다. 중간 관리자들은 최고경영진의 압박이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신분, 지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이른바 내부적 공포(internal fear)만을 키울 뿐이었다. 셋째, 최고경영진과 중간관리자들이 감지하던 공포에 대한 괴리감은 위기상황에서 최고위층은 더욱 공격적이고 감정적으로 변 하게 했고 중간관리자들은 더욱 움츠러들게 해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상하로의 정보 전달이 왜곡되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사태를 타개해나갈 협력과 단결이 전혀 이뤄질 수 없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노키아 몰락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 내용을 알고 보면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우리가 추측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혁신이나 기술에 뒤처져서 몰락했다기 보다 위기를 알고도 각 계층의 관리자가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고 살 궁리와 책임전가만 하느라 제대로 대응을 못했던 것이다.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결국 에는 화를 키운 것이다. 아무리 외부 환경이 어렵더라도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내부가 결속된다면 막지 못할 위기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류주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 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 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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