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창간 125주년 특집에 기고했던 한 창업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른바 ‘민주화된(democratized) 창업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창업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투자가 높다는 뜻이며, 누구나 마음먹으면 창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오래 전부터 창업환경이 잘 구축돼 있던 미국이나 핀란드 등에서부터 보수적인 일본이나 유럽, 최근 고성장이 주춤한 중국에 이르기까지 각국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창업 활성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창조경제’라는 타이틀 아래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상금을 지원하는 TV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창업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창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떠한가?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여전히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 상반기 한 기관에서 20∼30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창업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대답했으며, 거의 과반수가 창업 희망 분야로 소매업이나 외식업 등을 꼽아 기술형 창업보다는 일반 서비스 창업에 더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의 2014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계형 창업은 그 비중이 63%로 조사대상 29개국 중 가장 높은 반면 기회추구형은 21%로 가장 낮았다.
성공적인 창업자를 배출하기 위해 향후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가장 우선적으로 창업교육의 일반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창업교육의 일반화는 창업의 기본 소양에 대한 범용적인 교육을 의미한다. 창업교육은 단순히 ‘회사를 차리고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이해하고 도전과 창의정신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창업으로 진로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미국의 대학들이 기업가정신 등 창업의 기초 과목을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대상으로 개설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창업교육의 전문화는 창업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의미한다. 단순히 교양과목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론이 실제로 이어지고, 창업의 형태나 창업 분야의 특성에 따라 맞춤화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창업교육 전문가의 영입 및 양성과 체계적인 커리큘럼 개발이 필수다. 학생들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받고 실습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실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캠퍼스 내에서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창업은 취업 대신 선택하는 차선책이 아니다. 창업이 근래의 취업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당장 취업이 어렵거나 향후 원하는 곳으로의 취직을 위해 창업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학생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창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학부모들은 이런 자녀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창업의 의미와 중요성, 창업자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인식 확산과 진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이제는 생계형에서 기회추구형 창업으로, 일반 서비스업에서 기술형 창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도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전환을 담당하는 주축은 도전과 모험정신이 강한 젊은 세대여야 하며, 그래야 비로소 창업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선순환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학들이 하루라도 빨리 체계적인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창업교육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대학들의 노력은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창업생태계가 형성되도록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학자들, 특히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김동훈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주립대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세대 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기도 했다. 201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활발한 대외활동 및 연구활동을 펼쳐오면서 한국경영학회 상임이사, 국무조정실 정책 평가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촉진관리> <마케팅 관리론>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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