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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여진 정서적 관계 경제활동에 윤활유 될 수 있다 外

정동일,류주한,곽승욱,홍진환,김현경,송찬후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Sociology

 

잘 짜여진 정서적 관계

경제활동에 윤활유 될 수 있다

 

Social Belonging and Economic Action: Affection-Based Social Circles in the Creation of Private Entrepreneurship”, by Dali Ma in Social Forces, 2015, 94(1), pp. 87∼1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제학에서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불리는 인간의 모습을 상정한다. 경제적 행위의 목적은 다름 아닌 효용의 극대화이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은합리성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나 감정적 애착 같은 요소들이 경제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요소들은 너무주변적이어서 인간의 경제적 행위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가 사회학자 그라노베터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 깊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관계가 경제적 행위의 선택지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라노베터는 사회적 관계가 경제적 행위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원자처럼 고립돼 있는 경제적 인간은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는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한 신뢰로 엮여 있는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나 자원을 기꺼이 제공한다. 언젠가는 상대방이 나에게 필요한 정보나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적 자본과 경제적 행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주장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이어받아 사회적 관계가 경제적 행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우선 사회적 관계를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적 관계와 감정적 애착으로 얽혀 있는 정서적 관계로 구분했다. 이 구분을 활용해서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매니저들의 창업 활동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조직에서 비즈니스 중심의 도구적 관계를 발전시켰던 전직 매니저들과 감정적 애착을 중심으로 한 정서적 관계를 발전시켰던 전직 매니저들을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성공적으로 창업활동을 하는지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1990년대, 시장경제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던 중국에서는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단행했다. 주요 표적은 중간관리자들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직 이후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 논문에서 발견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전 직장에서 사회적 관계가 별로 없었던 전직 매니저들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강하게 발전시켰던 이들이 창업에 보다 성공적이었다. 같이 실직하게 된 동료들이 서로 도움을 주기도 했고, 직장에 남아 있는 동료로부터 창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비즈니스 관계로 얽힌 사회적 관계보다는 감정적 애착으로 얽힌 사회적 관계가 창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서적 애착으로 연결된 전직 매니저들은 공동 창업을 하거나 서로의 창업활동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경향이 있었다. 또 직장에 남아 있는 매니저들과도 끈끈한 관계가 형성돼 있어 창업에 대한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이 논문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정서적 관계는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직을 당하게 되면 실의에 빠지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관계를 맺던 사람은 관계가 끊어지기 쉽고, 따라서 사회적 배제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반면에 정서적 관계가 강한 경우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전문가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의 전문성을 살려 창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정서적 관계는 실직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활동을 전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즈니스 관계는 보통 특수한 영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마케팅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는 식이다. 하지만 정서적 관계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마케팅 전문가와 연구개발 전문가가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직 이후 다양한 사업 기회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사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온갖 경제적 비리, 정경유착, 정치적 부정부패가 난무한다. 하지만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 혹은 도구적 관계와 정서적 관계 간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정서적 관계가 경제적 행위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정서적 관계는 한 사회나 집단의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해 공공선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요즘 기업에서도 구성원들 간의 친목을 촉진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실험해 봄으로써 혁신과 창의성을 고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정서적 관계가 도구적 관계를 압도하면 비리와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정서적 관계가 각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사회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dijung@sookmyung.ac.kr

 

필자는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학과를 거쳐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 제도주의 조직이론, 조직학습, 경제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플랫폼 기반 조직생태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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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일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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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jhryoo@hanyang.ac.kr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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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swkwag@sookmyung.ac.kr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경제학, 기업 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 및 규제, AI 재무 분석 등이고 역·저서에는 『재무관리의 이해』와 『생각과 행동, 그리고 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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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경fhin@naver.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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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찬후chanhoo@kaist.ac.kr

    - (현)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 미국 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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