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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발상·연상법

기존 것을 새롭게 조합하라 다시 보고, 의심하고 뒤흔들어라

유영만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어 발상의 요건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존의 것새롭게 조합해서 선보이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 발상을 위해서는 재료가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축적한 재료들을 낯설지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재료 확보를 위해 기억해야 할 단어는체인지. 몸으로 체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아야 한다. 새로운 조합을 위해서는 행동을 달리하거나 단어 또는 이미지를 기존과 다르게 연결해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또한 창의적인 자극이 입력될 때 아이디어로 연결할 수 있도록 뇌 안의 해석틀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미국의 저명 광고인이자 <손에 잡히는 IDEA>의 저자인 제임스 웹 영은아이디어는 기존 것의 새로운 조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써야 할 모든 이야기는 이미 다 쓰였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다시 쓰여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T.S. 앨리엇은훌륭한 시인은 훔쳐온 것들을 결합해서 완전히 독창적인 느낌을 창조해내고 애초에 그가 어떤 것을 훔쳐왔는지도 모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킨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생으로 세계적인 명작을 많이 남긴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일갈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시창의성의 원천은 내가 아이디어를 훔쳐온 원천을 숨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위대한 작품으로, 우수한 창의성으로 칭송 받은 많은 이들이 창의성의 원천으로 모방을 꼽았다. 즉 창의 혹은 창조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해낸 결과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디어는 결국 두 가지 문제로 압축된다. ‘기존의 것새로운 조합이다. ‘기존의 것은 지금까지 내가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것의 총합이고새로운 조합은 익숙한 기존의 것을 남다르게 엮어내는 능력이다.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이디어 재료가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이 재료들을 조합하고 편집해서 색다르게 제시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아무리 아이디어 발상법을 배워봐야 아이디어의 원료인 직간접적 체험이 부족하면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무리 좋은 재료들을 많이 확보했다고 해도 새롭게 조합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는 불가능하다.

 

아이디어 재료 얻기: 체인지(體仁知)를 기억하라

 

우선 재료를 확보하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아이디어 연상능력은 내가 이제까지 겪어온 직간접적 경험의 총합이나 두께에 비례한다. 체험이 없는 사람은 아이디어 뱅크에 두 가지 이상을 서로 엮어 새로운 것을 연상할 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연상의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연상하는 방법을 배워봐야 도로무공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료를 축적하는 일정한 체험적 여정이 필요하다. 즉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재료를 일정기간 축적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양적 축적이 질적 반전을 이루듯 체험이 축적되다보면 어느 순간 창작의 불꽃이 튀면서 폭발하기 시작한다. 그 지점이 바로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순간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는 생각지도 못한 체인지(體仁知)에서 유래된다. 체인지(體仁知)는 온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외부에서 흡수하는 지식()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세상을 체인지(change)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발상이 아니고 연상이며 기존의 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하는 것이라면 남다른 아이디어를 연상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창고에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해서 연상시킬 재료를 축적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기존 아이디어와 근본적으로 다른 아이디어를 연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분야의 자극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로 체(), (), ().

 

낯선 마주침으로 색다른 깨우침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이전과 다른 경험으로 생각의 발로를 다르게 자극할 필요가 있다. 체험적 인연(體緣)이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경험과 지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료가 된다. 체연이 바뀌지 않으면 체험적 상상력의 변화가 따르지 않아서 생각의 발로가 달라지지 않는다. 다음은 인간적 자극, 인연(因緣)이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정서적 자극은 그 자체로 좋은 재료가 된다. 마지막은 다독을 통한 다양한 지식 확보다. 지적 자극으로 생기는 지연(知緣)이 바뀌지 않으면 내가 창조할 수 있는 지식의 수준도 바뀌지 않는다.

 

네가 자주 가는 곳,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네가 자주 읽는 책이 너를 말해준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한 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자주 가는 곳이 어딘지, 자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주 읽는 책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면 된다. 체험을 e(experience), 인간적 만남으로 맺어지는 관계를 r(relationship), 책을 읽으며 받는 지적 자극을 r(reading)이라고 두고 이를 공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y=er2

y: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량

e: 체험(experience)

r: 독서(reading)

r: 인간관계(relationship)

 

이 공식에 따르면 체험이 0에 가까우면 독서와 인간관계의 합(R2)이 아무리 커져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진다. 즉 체험의 깊이와 넓이가 전제되지 않으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체험적 깨달음의 깊이와 넓이가 중요하다. 이와 동일하게 다른 이와의 관계나 독서를 통한 지적 깨우침이 없다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체인지(體仁知)가 풍부한 사람이며 체인지가 풍부해야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변화(change)를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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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만

    - (현) 한양대 사범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 (현)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연구센터장
    - 삼성경제 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경영혁신,지식경영 교육담당
    -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학습체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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