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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로망

모리모토 오사무(森本 修) | 178호 (2015년 6월 Issue 1)

필자는 소니 반도체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현재 소니코리아에 몸 담기까지 약 34년의 시간을 전자회사에서 보냈다. 정말 천지개벽이 일어나던 30여 년이었다. 오디오 기기와 이를 구현해주는 기기의 발전은 특히 그랬다. 필자는오디오 개인화의 이정표가 된 워크맨의 세계적 성공을 지켜봤다. 1982 CD의 등장으로 시작된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함께할 수 있던 것도 개인적인 영광이다. 1990년대 들어 네트워크 기술이 출현했다. 물론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한 오디오 플레이어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2001아이팟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또한 2010년 이후 보편화된 스마트폰은 MP3 플레이어를 포함한 모든 주변 기기를 흡수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오디오 시장을 조망하면 다른 산업에서도 인간 본연의 욕구를 찾는 과정에서 좋은 통찰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하는 축복을 받은 현 시대 경영자들의 역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한창 젊었던 그때, 커다란 하이파이 오디오를 구입하는 것은 하나의 목표이자로망이었다. CD 앨범을 하나씩 구입할 때마다 느꼈던 감흥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시대로의 복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오디오 시대로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도 단견이다.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는 결국 우리 모두가 가진 인간 본연의 욕구에서 출발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기술이라는 측면부터 살펴보자. 새로운 기술 개발과 이에 따른 기기의 출현만으로 한 세대와 다음 세대가 곧바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단적인 예로 아날로그 비닐 레코드에서 CD로의 변화는 기술적으로는 큰 혁명이었으나 오디오 산업의 기본 구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을 구매하고 이를 개인용 플레이어로 재생시켜 듣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네트워크화는 큰 변화를 촉발했다. 단순히 패키지 미디어가 사라지고 음원이 디지털화된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모든 구매는 전자 상거래로 진행되며 다운로드를 통한소유권구매 이외에도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스트리밍 권리를 사는 형태까지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전체 앨범이 아닌 한 곡씩 선별해 들을 수 있게 됨으로써 콘텐츠를 생산하는 뮤지션 역시 창작 과정부터 음악 활동까지 모든 방식을 바꾸게 됐다. 이러한 산업의 생산과 소비 구조의 전면적 변화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근본적인 차이를 낳았다.

 

그렇다면 음악과 오디오 시장에서 다음의 변화는 무엇일까. 필자는 여기서 아날로그 시대의 경험과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복원해야 할 아날로그적 가치는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본연의 욕구와 맞닿아 있다. 네트워크 오디오의 등장으로 휴대성(편의성)이 완성되면서 새롭게 오디오 시장에서 태동하고 있는 변화는고음질 사운드에 대한 욕구다. 필자가 그토록 하이파이 오디오를 갖고 싶었던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기존 MP3플레이어 대비 약 30배 용량의 고음질 음원을 통해 스튜디오 원음 수준의 고해상도 사운드를 즐기고 싶은, 그 감동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HRA(High Resolution Audio)라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오디오 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오디오 시장 변화의 흐름과 전망은 다른 모든 첨단산업에도 적용될 것이다. 아날로그적 가치, 인간 본연의 욕구는 디지털을 통해서 최대로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리모토 오사무(森本 ) 소니코리아 대표

필자는 1981년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소니에 전기공학 엔지니어로 입사해 반도체 R&D 부문과 영업 부문 등을 거친 뒤 2000년 소니 비주얼 디바이스 마케팅 본부 총괄부장을 지냈다. 소니 유럽 S&E 솔루션 부사장, 소니 디바이스 솔루션 비즈니스 그룹에서 디바이스 부문 영업 및 마케팅 본부장을 거쳐 현재 소니코리아 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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