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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cenario

사물인터넷 선진국 한국 … 도로엔 스마트 카, 집에선 냉장고가 말을 건다

편석준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2024년의 어느 흐린 여름날. 스마트가구를 생산하는 회사의 해외마케팅 담당자인 민호는 스웨덴 이케아와의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다. 한국은 사물인터넷 선진국이다. SNS 기능은 주변에 우산을 함께 쓸 사람을 찾아 줄 정도로 발전했으며 침대, 책상 등의 가구와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서로 인터넷으로 소통하며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다만 규제와 인프라 미비 등으로 인해 자동차만이 완전한 무인 주행을 하지 못할 뿐이다. 이불과 잠옷, 변기에도 센서가 달려 있다. 모든 사물인터넷 제품들이 동시에 동일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지는 못했다. 하지만 상호간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발전한 것이 뒤처진 것들을 하나씩 붙잡고 끌어온다.

 

편집자주

SF 작가들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기술과 소비/사회 현상을 과학자나 사회학자보다도 먼저 예측하는 능력을 보여주곤 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단편소설의 형태를 빌려 사물인터넷 기술이 활발하게 사용될 2024년 서울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SF의 통찰력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사물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날수록 업무의 효율성과 인간 일상의 최적화는 증대한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은 기술적 정의와 함께 비즈니스적 정의도 함께 필요하다. 가트너는 CIO들에게 향후 10년 내 IT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벤더(vendor)가 누가 될지 물었다. 32% 1위를 차지한 벤더는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벤더였다. 2위가 28%를 차지한 구글, 3위가 20%인 애플, 4위가 15%인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이코노미스트>지가 2013년에사물인터넷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란 제목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사물인터넷을 활용할 것이라 대답한 기업은 96%에 달했지만 실제 투자한 기업은 30%가량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아직 사물인터넷 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의 비즈니스적 관점을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 아래의 단편소설이 관점 전환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입국

착륙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손목에 찬 밴드의 디스플레이에스킨 이어. 신발이란 글자가 떴다. 민호는 벗어놓은 양복 앞주머니에서 귓볼에 피부 형태로 부착하는 스킨 이어(skin ear)를 꺼냈다. 민호는 서서히 지혜를 갖추기 시작하는 사물들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 스웨덴에서 비행기를 탈 때부터 녀석들을 모두 벗어놓은 상태였다. 다만 너무 피곤해서 밴드를 벗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제, 어차피 일을 시작해야 했다. 스킨 이어를 붙이니 신발이 다급하게 말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요. 제 몸이 다 젖을 것 같아요. 내일 일어나시면 바로 저를 맡겨주세요. 제가 세탁소에 연락해놓을게요.”

 

비행기 안에 사람들이 많아 민호는 미미를 꺼내 문자메시지로 신발에게 답했다. 미미는 민호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이름이다.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 쉽게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용도로 쓰기엔 아직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 2020년부터 음성인식 기술은 대중화됐지만 혼자 있거나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만 주로 쓰였다. 아직 남들 앞에서 컴퓨터 운영체계와 대화하는 것을 사람들은 어색해했다.

 

‘아니, 세탁소에 연락하지마. 그리고 내가 이런 사소한 일은 미미에게 말하라고 했잖아.’

 

신발은 미미에게 슬픈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텍스트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제게 너무 소홀하다고요. 아직 제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잖아요.’

 

사물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도 표현은 인간에게 대화하는 것과 같다. 사물들 간의 대화도 결국 인간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민호는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를 나오며 일부러 쿵쿵 걸었다. 신발에게 나름의 화풀이를 한 것이지만 오히려 녀석은 민호의 운동량이 늘었다고 축하 메시지를 건넬 터였다.

 

회사 후배가 기다리고 있는 공항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했으나 소나기처럼 문득 시작된 비는 장마처럼 길어질 낌새였다. 택시를 타고 갈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민호는 미미를 꺼내 공유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켰다. 아직 공항 청사 실내였지만 실내 GPS 기술로 민호의 위치가 정확하게 확인됐다. 민호는검색, 우산이라고 말했다. 이런 보편적인 단어는 남들에게 들리도록 말해도 겸연쩍지 않았다.

 

미미의 얼굴에 ‘5m/큰 우산/30대 남성/주차장까지 이동/공짜라고 떴다. 그 밑에도 우산 공유가 가능하다는 여러 다른 조건의 메시지가 떴지만 민호는 그 조건에공유 요청버튼을 눌렀다. 그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주차장 입구까지 걸어갔다. 턱수염이 부드럽게 난 남자는 최근에 사물인터넷 면도기를 새로 구입했는데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의 상처까지 알려줘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

 

민호는 친절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우산을 씌워줌으로써선행 포인트를 쌓았을 것이고 이는 절세와 금융상품 할인에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SNS에서도 그의 훌륭한 성품은 당연히 알려질 것이다. 그의 SNS에서 선행 포인트가 자동 업데이트되게 해놓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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