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자아

136호 (2013년 9월 Issue 1)

 

최근 들어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른 개념 중 하나가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하지만 동양철학자들은 이미 2000년 전에 나온 유학의 핵심 개념이 진정성과 맞닿아 있다고 말합니다. ()과 성() 같은 개념이 대표적입니다.

 

일반적으로임금에 대한 복종’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란 의미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후대에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것입니다. 원래 뜻은 가운데() 마음()이란 글자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진심, 본심, 자아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진실된 마음을 다한다는 의미입니다. 진실, , 참되게 할, 정성 등으로 풀이되는데 말 그대로 진실하게 정성을 다하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루한 용어가 아니라 참된 본심을 발견하고 본래 마음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뜻합니다.

 

동양철학의 이런 접근은 진정성이란 영어 단어의 어원인 authentikos ‘eauton(자기)’ ‘theto(정립)’의 합성어여서 자신을 정립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과 묘하게 연결됩니다. 서구문화에서도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자아를 발견하고 이 본래의 자아가 원하는 바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진정성을 단기적 성과 향상을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본질과 한참 거리가 먼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래 마음, 혹은 자아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또 자아가 원하는 바대로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돈 벌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 기업이 굳이 자아를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돈버는 조직으로만 보는 접근은 인간을 먹고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처럼 지극히 일면만 반영한 단견입니다.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서도 노력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때로는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불이익도 감수합니다. 기업도 단순한 수익목표를 넘어서는 존재 이유에 대해 보다 본원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진정성의 출발입니다.

 

중용(中庸)의 지혜는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경영자들에게 유용한 교훈을 줍니다. 특히성실함은 자신의 완성을 통해 남을 완성하는 것(成己成物)’이라는 교훈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공유가치 창출(CSV)의 이념과도 연결됩니다.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해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사회에도 이익을 줍니다. 대부분 훌륭한 기업들은 공익적 사명을 갖고 있다는 한 경영학자의 통찰은 이런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성실함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도에 맞아(從容中道) 공감을 얻고 조화를 이루며 상생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 수익이나 위기관리와 같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심을 드러내는 것처럼 치장해서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진정성의 토대이자 필수 조건입니다.

 

지극한 성실함은 쉼이 없는 것(至誠無息)이란 지혜도 무척 소중합니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비 오는 날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전쟁 희생자들에게 사죄했지만 그 이후에도 독일의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쉼 없이 이어지면 진정성이 발현됩니다. 이제 독일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은 형식적 사과 후 끝없이 도발을 이어가 인접국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진정성에 대한 경영계의 관심은 관점의 획기적인 전환입니다. 과거 서구 경영학은 시장 환경과 외부 여건을 체계적으로 잘 분석하면 최적의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내부 분석은 장단점이나 역량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진정성에 대한 관심은 내면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접근입니다. 진정성은 동양에서 훨씬 더 깊이 있게 탐구됐기 때문에 이 분야만큼은 우리가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진정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집약했고 기업 활동별로 진정성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을 탐구했습니다. 이번 리포트가 진정성에 대한 경영계의 논의와 관심을 확산시키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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