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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防未然: 군자는 의혹이 일기 전에 미리 조심해야

박재희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일부 기업인과 지도층 인사들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말조차 생소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말 그대로라면 세금을 안 내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회사를 만들어 몰래 운영했다는 뜻인 것 같다. 회사라고 하는 것은 정당한 기업 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발전하는 것인데 서류상으로만 회사의 요건을 갖추고 그 속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회사를 설립 운영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아무리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 행위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세간의 이목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특별한 학교에 자녀를 입학하기 위한 지도층 인사들의 불법적 행위 역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일부 부유층 인사들의 과도한 자식 사랑과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잘못된 관행을 만들고 도리에 어긋난 입학생을 선발한 해당 학교 당사자들의 추락 역시 연일 보도되는 뉴스의 초점이다. 본인들은 어쩔 수 없는 관행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역시 잘못된 일임에는 분명하다.

 

중국 원()나라 좌극명(左克明)이 편집한 <고악부(古樂府)>에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실려 있다. 일명 사회지도층 인사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원칙을 담은 <군자행(君子行)>이다. 귀족인 군자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원칙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의심받을 행동은 애초부터 하지 말라는 지침이다. 내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해도 남에게 의혹을 사거나 의심받을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오이 밭에 가서 신발 끈 매지 말고, 자두나무 밑에서 갓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李下不整冠)’는 속담의 원전이다. 아무리 신발 끈을 고쳐 매려고 머리를 숙였다고 하지만 그곳이 오이 밭이라면 오이를 훔치는 행동이라고 오해를 받을 것이고 아무리 관을 고쳐 쓰려고 손을 들어 관을 만졌다고는 하지만 그곳이 자두나무 밑이라면 자두를 따려고 손을 들었다는 의심을 사게 될 것이란 것이다. 이 말 속에는 지도층 인사들은 남의 의심이나 의혹을 살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도 남의 주목을 크게 받지 않기에 넘어 갈 수 있는 일도 공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층 인사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엄격한 자기관리 원칙이다. 그래서 군자(公人)는 어떤 행동을 하던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연(未然)에 방지해 다른 사람의 오해를 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군자는 의혹이 일기 전에 미리 조심해야 한다(君子防未然). 남들이 의혹을 살만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不處嫌疑間)이라.’ 요즘 교수 연구실이나 기업의 고위직 방에는 CCTV를 설치하거나 문을 항상 열어놓는다고 한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군자는 큰길로 다니라는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말 역시 아무리 샛길이 빠르고 편하더라도 공인은 늘 남이 보는 곳에서 당당하게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군자는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君子防未然). 아무리 나는 떳떳하고 죄가 없다고 항변하더라도 누구나 뻔히 아는 조세피난처에 이름만 회사를 만들어놓고 돈을 모은 것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유령회사를 세웠다는 의심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은 애초부터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진정 군자가 가야 할 당당한 길이다. 그만큼 공인(公人)이나 지도층 인사로 산다는 것은 다른 어떤 인생보다 책임 질 것이 많은 힘든 길임에 분명하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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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희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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