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의 미래
만약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마우스 커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의 아이콘들이 모두 글자로 바뀐다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마우스 커서나 스마트폰의 그림 아이콘처럼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불과 10∼15 년 전만해도 존재하지 않았거나 기술에 밝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방식이었다.
마우스 커서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같은 것을 ‘인터랙션’이라 부른다. 주로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의 기획, 개발, 디자인 분야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사람과 제품 간의 대화, 서비스 및 시스템 간의 대화, 그러한 소통들에서 나오는 부가적인 활동들을 일컫는다. ‘대화’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서로 주고받는 행동과 정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뉴스 앱 아이콘을 클릭하는 활동을 하고 시스템은 그에 반응해 콘텐츠 정보를 화면에 띄워준다. 화면상에 구성돼 있는 뉴스 서비스의 얼개(링크, 사진, 기사 섹션의 배치 등)들은 사용자의 다음 활동을 유발한다.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은 이러한 작은 인터랙션들을 촘촘하게 고려해 최종 결과물을 창작해 낸다.
좋은 인터랙션 설계가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끔 설계된 서비스 기능)’는 아마존이 세계 최대 온라인 리테일 업체로 성장하는 데 엄청나게 기여했다. 쇼핑몰 자체의 매출 증대에 공헌한 것은 물론이고 이 인터랙션을 특허로 등록해 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다른 전자상거래 서비스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익도 상당하다.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iTunes와 앱스토어다. 또 아직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는 주요 특허들은 대부분 제품 및 서비스와 사용자 간의 인터랙션 방식에 대한 것이다.
인터랙션은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범용화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터랙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계하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및 ‘인터랙션 디자인(IxD)’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말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스마트폰은 시장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양식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간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과 효율성 중심으로 혁신돼 오던 IT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및 사용자경험(UX)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빚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이후, 10년 후의 인터랙션은 어떤 모습일까? 향후 어떤 분야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여전히 지금과 같이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미래의 사람과 컴퓨터, 사람과 기술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카네기멜론대에서 인터랙션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교수를 찾았다.
1. 빅데이터 기반의 적응형 서비스
(adaptive service)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의 범죄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를 상상해보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경찰 수사대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체포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런 예측을 위해 초능력자들이 이용되지만 현실에서는 컴퓨터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범죄 예측 시스템이 개발 중에 있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은 최근 사회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구축한 범죄 데이터 모델 기반의 스타트업 회사인 Predpol(http://www.predpol.com)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UCLA, UC어바인 등 캘리포니아 지역의 수학자들과 사회학자들, 범죄학자들과 경찰 출신들이 모여서 만든 이 회사는 마치 기상청에서 날씨를 예측하듯이 실시간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지역을 예측해 그곳으로 경찰력을 재배치하도록 지시한다. 이처럼 빅데이터의 활용은 어느새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그림1)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는 개개인의 일상 생활에도 곧 깊숙이 파고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장 촉망받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예를 들어보자. 피트니스센터에 있는 피지컬 트레이너는 고객이 자신의 목표,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화된 운동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이 힘이 넘치는지 피곤한지, 어느 부위에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에 따라 운동의 종류와 운동량을 조절해준다. 미래에는 이와 같은 역할을 일정 부분 지능형 서비스가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만보계’라고 볼 수 있는 핏빗(Fitbit), 나이키 퓨얼 밴드(Nike Fuel Band)와 같은 장비들은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들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강 관리에서 목표설정, 동기부여와 같은 심리적·사회적인 요소들의 중요성을 파고든 서비스도 있다. 마이피트니스팔(My Fitnesspal)이라는 서비스는 친구들끼리, 혹은 익명의 사람들끼리 오늘 어떤 운동을 얼마큼 했는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서 서로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게 만든다. 또 같은 질병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겹치는 사람들 간에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게 해주는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 Like Me)도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설명할 때에 단순히 ‘스마트’라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방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바탕으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나의 상태에 꼭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점, 나와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점 등이 새로운 패턴이다. 이와 같은 특징들을 ‘적응형 서비스(adaptive service)’ 라고 조디 폴리지 교수는 설명한다. (인터뷰 1)
2.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와
지속 가능한 사회
스마트폰과 태블릿 다음으로 ‘스마트화’가 될 것으로 보는 제품으로 흔히 자동차를 꼽는다. 실제로 차량 내의 대시보드, 운전자의 스마트 기기 등과 연동되는 다양한 IT 서비스와 시스템이 시장에 속속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무인자동차를 연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자동차와 연관해 생각할 수 있는 인터랙션의 발전은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최근 미국 대학가의 주차장에서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집카(Zip Car)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웬만한 대학 주차장에는 멀리서도 눈에 쉽게 띄는 집카 사용 팻말이 있다. 회원카드만 있으면 언제든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활용할 수 있다. 반납 방식도 편리하다. 여러 장소에 위치한 집카 주차장 어느 곳에나 차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
이와 같이, 특정 제품의 ‘소유’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를 촉진하는 서비스들이 전 세계적으로 촉망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집카와 더불어 개인 주택을 숙박 용도로 공유하는 에어비엔비(AirBnB)가 대표 주자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무한 경쟁을 가정한 사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사업 모델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집카는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렌터카 업체 중 하나인 AVIS에 5억 달러(5600억 원)에 인수됐다. 에어비엔비 역시 지역 정보 공유 서비스인 네이브와이즈(Nabewise)를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이렇듯 인터랙션을 첨단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모델 혹은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고려하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캐머런 턴킨와이즈 교수는 이야기한다.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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