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이며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Edward Buffett)과 비견할 만한 중국 역사 속의 투자 달인은 진(秦)나라 여불위(呂不韋)다. 진시황제의 친아버지라고 알려져 있는 여불위는 특히 사람에게 투자해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많은 수익을 올린 상인이다. 농사를 지으면 열 배가 남고 장사를 하면 백 배가 남지만 사람에게 투자하면 몇 배가 남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여불위는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진나라 왕자 중에 왕위 계승 순위가 한참 뒤인 자초(子楚)에게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여불위의 투자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면 무조건 투자해라! 즉 희소성의 투자원칙이다. ‘기화가거(奇貨可居)’ 특별한(奇) 상품(貨)은 무조건 차지(居)해도 좋다(可)! 그리고 당장은 힘들지만 미래가 있는 대상을 골라 투자하라! ‘거처곤부득의(居處困不得意)’ 현재 처(處)한 상황(居)이 어려워서(困) 자신의 능력과 뜻(意)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不得)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투자 원칙을 가지고 자초 왕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한 여불위는 결국 자초를 왕위에 오르게 하고 낙양의 제후로 봉해졌으며 큰 권력과 부를 갖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여불위의 인생 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여불위의 권력이 강해지는 것에 위협을 느낀 진시황제는 여불위를 다방면에서 압박했고 결국 여불위는 스스로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그토록 부귀영화를 누리던 투자의 귀재 여불위의 말로는 여느 여염집 필부(匹夫)보다도 못한 비참한 최후였다.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史記)>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에서 여불위의 인생을 네 글자로 평가했다. ‘유문무실(有聞無實).’ 그의 인생은 화려하다는 소문(聞)만 무성했지 실제(實)로는 별 볼 일 없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권력의 정점에서 세상을 호령했고 천하의 부를 소유해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했더라도 결국 여불위 인생의 실제는 별 볼 일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도 명성만 무성하지 실제 인생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주는 명예를 얻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권력과 부를 소유했던 사람들이 진정 행복하고 알찬 인생을 살다 갔느냐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일이다. 권력에서 밀려난 후의 무상함, 재산을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후손들의 추태, 이런 인생이 ‘유문무실’ 즉, 소문만 무성하지 끝내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만드는 것들이다. 여불위가 정말 명성에 걸맞은 인생의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면 물러날 때를 알았어야 옳았다. 워런 버핏은 투자에도 귀재지만 나눔에도 역시 뛰어난 사람이다. 그래서 투자와 기부활동을 잘하고 있는 그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공을 이뤘으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功成身退)’고 말하고, 타로카드에서는 ‘태양(The Sun)카드를 뽑았다면 바보(The fool)카드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나라 문장가 정판교(鄭板橋)는 ‘잘났다면 바보처럼 살아야 그 광채가 유지된다(難得糊塗)’고 강조했다. 인생이란 원하는 정점에 오르기도 힘들지만 적절하게 마무리하며 내려오는 출구 전략이 더욱 절실한 긴 여정이다. 세간의 평가와 명예만 의식하며 소문만 무성하고 내실은 별로 없는 인생을 살기보다는 내(我) 실(實)이 튼튼한 인생을 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여불위의 인생역정을 통해 확인해 본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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