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제발 사주세요…”
구걸효과 언제 발휘되나
Based on “The Burden of Disclosure: Increased Compliance With Distrusted Advice” Sunita Sah, George Loewenstein, & Daylian M. Cain (2013,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2), 289-304
왜 연구했나?
변호사와 의사, 세무사, 재무설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 매출을 올린다. 변호사는 법률적인 조언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재무설계사는 금융지식을 제공한다. 그런데 해당 분야의 이해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조언이 중립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의식적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노력해도 무의식으로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고객에게 조언자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할 때가 있다. 조언자가 제공하는 정보에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중을 기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이해가 상충하는 서비스라고 알리면 소비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때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다. 조언자의 이해상충 공개는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실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조언자의 이해상충 사실을 공개해도 의도한 대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제공받은 정보가 편향됐다는 사실을 알아도 편향성을 보정해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조언자의 이해상충 공개 여부가 당초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 이해상충의 공개는 어떻게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울까?
무엇을 연구했나?
조언자의 이해상충 공개는 두 가지의 상반된 효과가 있다. 먼저 정보제공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비자는 신뢰도가 떨어진 정보제공자에게 받은 조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다. 이해상충을 공개해서 조언을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명시적인 메시지는 “당신이 X를 선택하면 나는 이익을 얻습니다”이다. 이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조언을 따르면 제가 한 건 올리는 것이고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오늘도 헛수고하는 것이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신의 사회성(관대함, 협력적, 보답)을 나타내려고 한다. 얼굴을 맞댄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인간은 얼굴을 직접적으로 맞댄 상황에서 부탁을 받을 때 잘 거절하지 못한다. 이것이 사회심리학의 오랜 연구결과다. 조언은 일종의 도움이다. 조언을 받으면 상호성의 원리에 따라 보답하려는 마음이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관계의 상충을 공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제가 먹고 살도록, 제발 X를 선택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조언자의 이해상충의 공개가 실질적으로는 “X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을 전달한다. 그래서 구걸효과(panhandler effect)라고도 한다.
연구방법과 결과
미국 조지타운대와 카네기멜론대, 예일대의 공동 연구팀은 실험으로 구걸효과를 검증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조언을 주고받는 상황을 만든 뒤 이해상충 공개와 비공개, 조언 수용과 비수용 등을 관찰했다. 조언의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조언자는 두 종류의 복권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조언했다. 복권의 선택은 주사위를 던져 결정했다. 전문적인 내용을 조언 실험에 사용할 경우 조언하는 내용 차체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동부 대도시에 데이터 수집 차량을 주차한 뒤 다양한 종류의 상품지급을 알리는 포스터를 게시했다. 행인 240명을 모집하고 조언자와 선택자(피조언자)로 나눴다. 선택자가 A형과 B형이 당첨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상품은 다르고 조언자는 B형 복권을 권유했다. 또 A형의 상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해상충 조건에서 선택자가 덜 매력적인 B형을 선택했을 때만 조언자가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조언하는 과정은 공개와 비공개로 나눴다. 선택자는 주사위를 던진 뒤 선택과 당첨 상품에 대한 만족 여부, 조언자에 대한 호감과 신뢰도, 조언 거절에 따른 불편함 등의 질문에 답했다. 조언자에게는 정직한 조언과 선택자의 도움 여부, 조언 거절에 따른 불편함 등을 물어봤다.
연구결과 구걸효과가 나타났다. 이해상충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는 42%가 B형을 선택했다. 반면 이해상충 사실을 공개한 뒤에는 76%가 B형을 선택했다. 조언자가 직접 이해관계 상충 사실을 공개하면 선택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조언자가 직접 이해관계의 상충을 공개했을 때는 75%가 조언에 따라 덜 매력적인 B형을 선택했다. 안내문을 통해 공개했을 때는 53%만 B형을 선택했다. 선택자가 느끼는 부담이 조언자와의 관계 때문이라면 조언자가 이해상충 공지 사실을 모르면 선택자는 심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결과는 조언자가 이해상충 공개 여부를 몰랐을 때는 선택자는 43%만이 덜 매력적인 B형 복권을 선택했다. 거절했을 때 불편한 느낌도 적었다. 조언자가 이해상충 공개사실을 알았을 때는 B형 복권 선택 비율이 72%로 올라갔다. 또 조언자와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이 선택자의 결정에 부담을 줬다.
어떤 교훈을 주나?
조언자의 이해상충 공개에 따른 구걸효과는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이해관계의 상충을 공개하면 조언자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또 부탁하는 효과가 생겨서 소비자는 조언을 따라줘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다. 구걸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면 소통에서 오는 소비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해상충 공개를 서면으로 별도의 양식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언자가 직접 관련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 또 소비자의 의사결정도 조언자가 같은 자리에 없을 때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조언을 받은 뒤 바로 결정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더 생각해본 다음 결정하는 것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하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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