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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재계 신년사 분석

김호,최종학,이동현,여준상,신동엽 | 97호 (2012년 1월 Issue 2)



2012년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가 밝았다. 기업의 리더들은 신년사를 통해 저마다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화두로 제시하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밝혔다. DBR은 주요 그룹 대표들의 신년사 내용을 요약하고 전략, 조직, 재무/회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신년사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올 한해 경영 흐름을 조망하고 주요 그룹 오너들의 관심(attention) 자원 분배의 기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년사 분석은 의미를 가진다.

 

 

[표1] 주요 기업 신년사 요약

 

 2012년은 패러독스와 양수겸장의 해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검은 용이 비구름과 폭풍우를 휘몰아치며 승천하는 것 같은 역동적인 해라는 임진년 2012년은 우리 경제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CEO들에게도 극도로 도전적인 해로 인식되는 것 같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는 악화일로에 있는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안과 침체, 중동의 민주화 바람과 정세 급변, 범세계적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 그리고 국내에서는 북한의 권력교체, 우리나라의 총선과 대선,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반기업 정서 등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극도로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요소들이 새해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우리 CEO들의 신년사에 나타난 2012년에 대한 상황 인식과 대응 전략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결연한 대응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 CEO들의 신년사는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하나같이 1)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가중으로 인한 위기 2)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공격적 성장과 내실 강화의 동시 추구 3)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경쟁력과 사회공헌의 동시 달성이라는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인식에서 새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성장과 소비위축이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과 겹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극소수 강자의 시장지배력은 더 강해지고 어중간한 경쟁력의 대다수 중간 수준 기업들은 생존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눈앞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그야말로 숨도 쉬지 않고 납작 엎드려 비용절감에 전념하는 긴축 경영을 시도하나 이런 전략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게다가 미래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위기 후에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에 나타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위기 대응 전략은 이런 일반적 추세와 정반대로 위기를 오히려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의 기회로 삼아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는 접근이 대부분이다. 고도의 자원 리스크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기존 경쟁우위의 방어가 어렵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보다 먼저 창조해야 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위기대응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공격적인 21세기형 성장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이번 신년사에서 우리 기업의 CEO들은 대부분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또 기존 사업과 상품에서의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끊임없이 향상하면서 동시에 창조적 혁신을 시도하며 성장과 내실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언뜻 볼 때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바로 21세기 초경쟁 환경의 가장 중요한 경영모델인 패러독스와 양수겸장 경영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우리 기업들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즉 비용효율성이나 품질차별화 등 어느 한 가지 경쟁전략에만 선택과 집중하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었던 20세기 산업사회와 달리 21세기 초경쟁 환경은 효율성과 혁신,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 현지화와 글로벌화, 분권적 자율성과 전사적 통합조정 등 과거에 상호모순적 양자택일 옵션으로 간주했던 복수의 전략적 목적들을 동시에 극대화할 것을 요구한다. 21세기는 패러독스를 창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양수겸장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지배하는 시대이며 이번 신년사는 바로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모든 CEO들이 기업경쟁력과 성과 극대화와 더불어 사회공헌과 상생이라는 정반대의 이념적 가치들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시위를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기업 정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20여년간 극단적 시장주의를 추구해온 신자유주의 이념의 부작용이 이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져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과 공헌은 무시하고 수익극대화만 추구하면 된다는 식의 전통적 경영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성장과 경쟁력 추구라는 전통적인 기업의 가치를 사회공헌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요구와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지난한 과제다. 글로벌 1위 기업도 하루아침에 생존 위기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단순히 자신의 이익추구를 일정 부분 자제하겠다는 식의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한 전통적 접근은 자칫 경쟁력 저하와 위기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지탱 가능한 21세기형 자유시장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의 상호모순적인 이념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그야말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양수겸장적 접근법이 요구된다. 경쟁력과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가까이 접근한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선진 기업들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이 어려운 과제를 과연 어떻게 풀지는 임진년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업사이징, 신흥시장, 신규사업, 선도자 전략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새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들의 신년사 내용을 분석해 보는 것은 이들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일단 올해 신년사에는 유난히 대외적인 환경의 불확실성과 위기를 강조하는 문구가 눈에 많이 띈다. 물론 이러한 위기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지만 새해에는 유로존의 재정위기 외에 김정일 사망 후 대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가계 부채나 청년 실업과 같은 구조적인 경제문제와 더불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 및 경제적 환경의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년사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우리 기업들은 한편으로 경기침제와 저성장을 우려하면서도 여전히 신사업 강화, 신제품 출시, 신시장 진출 등 안정보다는 성장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경기에는 기업들이 각종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시키고 경비나 원가를 절감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전략에 주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핵심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업사이징(upsizing)’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 삼성에서 한화까지 재계 순위 10대 그룹의 신년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위기를 언급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다만 투자를 통해 각 기업들이 주력하는 전략의 내용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에 주력했던 기업들은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강조했다. 침체가 예상되는 내수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롯데, 한진, CJ그룹은 해외 시장 중에서도 중국, 동남아, 남미를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등신흥시장(emerging market)’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어차피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선진국 시장이 금융위기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보다는 신성장 동력을 강조한 기업들도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은 빠른 시간에신규 사업(new portfolio)’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예컨대 SK그룹은 하이닉스반도체,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 신세계그룹은 복합 쇼핑몰과 온라인 사업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조기에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철강을 중심으로 작년에 인수한 현대건설을 3대 핵심성장 동력으로 강조했고, GS 그룹은 유통, 건설 외에 에너지 전문회사 GS에너지 출범을 통해 신성장 동력인 에너지 사업에 특화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CJ그룹도 기존의 식품 & 식품서비스, 신유통,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생명공학 외에 지난해 인수한 대한통운을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끝으로 소수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추종자(follower) 전략에서 벗어나선도자(first-mover)’ 전략을 선언했다. 작년에 애플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던 삼성을 비롯해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위상을 굳힌 현대자동차, 3D TV LTE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한 LG, 비록 규모에서는 아르셀로미탈에 뒤지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포스코 등이 선도자 전략을 강조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은 이제 선도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빠르게 따라가던 추격 전략을 버리고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로 글로벌 시장에 자리매김하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렇듯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대표 기업들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전략은 지금까지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2) 다운사이징, 선진국 시장, 기존 사업, 추종자 전략이 아니라 업사이징, 신흥시장, 신규 사업, 선도자 전략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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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hoh.kim@thelabh.com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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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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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현dhlee67@catholic.ac.kr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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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준상marnia@dgu.edu

    - (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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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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