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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Z Consulting

와트 이전에도 증기기관은 있었다. 엄청나게 큰…

송미정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트리즈(TRIZ)는 창조적 문제 해결 이론(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모든 발명 과정에는 공통되는 법칙과 패턴이 있다는 믿음하에 A분야 문제에 대한 해법을 B분야에서의 문제 해결책을 참조해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TRIZ입니다. 쉽게 말해 ‘재발명을 통한 문제 해결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간 TRIZ 컨설팅 외길을 걸어 온 송미정 박사가 TRIZ를 활용해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흔히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1819)를 증기기관의 발명자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말해 틀렸다. 와트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석탄 갱도에 고이는 물을 퍼내는 펌프를 구동시키기 위해 엄연히 증기기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증기기관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 1633∼1729)이다.
 
증기기관이건 현대적인 내연기관이건 그 근본적인 기능을 미시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피스톤’의 ‘위치’라는 속성을 ‘변경시킨다’로 정의할 수 있다. 증기기관의 경우 ‘피스톤의 위치를 변경시키는’ 주체는 무엇인가? 바로 물이 변해 부피가 증가한 ‘수증기’다. 와트 이전에는 뉴커먼이 발명한 ‘뉴커먼 기관’이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다. 광산이나 탄광의 배수문제 해결을 위한 양수기로 많이 사용됐던 뉴커먼 기관은 피스톤과 실린더로 이뤄진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뉴커먼 증기기관의 작동 원리는 <그림1>에서처럼 ①∼⑤의 순서를 거친다. 우선 ①번 실린더는 증기기관이 움직이기 직전의 상태다. 이때 물이 끓어 수증기로 변해 부피가 1700배로 팽창하면 ②처럼 피스톤을 밀어 올릴 정도의 힘을 갖게 된다. 이후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이며 계속 왕복운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③처럼 피스톤이 원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냉각이 필요한데 문제는 그냥 냉각을 시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④처럼 실린더 내부로 찬물을 분사해 뜨거운 수증기를 물로 변화시킨다. 그 결과 ⑤처럼 다음 번 동작 시작을 위한 준비 상태로 변한다. 이때 냉각된 실린더는 다시 가열되지만 피스톤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린더가 한 번 냉각되면 재가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당대 과학기술자들은 <그림 1>의 절차를 첨단기술로 그냥 받아들였다. 적어도 와트는 아니었다. 와트는 우연히 1700년대 중반에 뉴커먼 기관을 해체하고 수리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림 1>에 표시한 것처럼 결정적인 모순을 발견했다. 가장 큰 문제는 ④번째 단계였다. 최대 변위(變位)로 피스톤이 이동하면 피스톤을 아래로 내리기 위해 실린더를 차갑게 식혀야 했다. 실린더를 식히는 기능은 ‘냉수’를 ‘실린더 내부’로 주입함으로써 이뤄졌다. 그런데 커다란 실린더가 데워졌다가 식는 과정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고 피스톤의 이동도 원활하지 않았다. 따라서 투입 자원 대비 효율이 극히 낮았다. 와트가 인식했던 뉴커먼 증기기관의 문제를 트리즈의 기술적 모순 화법으로 정리해 본다면 “실린더 내에 찬물을 부어 식히면(approach or condition), 실린더의 위치를 원위치로 할 수 있어 계속적인 기관의 운동이 가능하지만(good effect), 실린더가 냉각돼 재가열하기 위해 열이 많이 소모돼 열효율이 낮아진다(bad effect)”로 표현해볼 수 있다.
 
 
이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린더에 찬물을 부어야 할까, 붓지 말아야 할까? 정답은 실린더에 찬물을 붓는 동시에 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물리적 모순이라고 한다. 어떤 한 요소나 특성이 존재해야 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 높아야 하는 동시에 낮아야 하는 상호 배타적인 상황을 이르는 말이 물리적 모순이다.
 
 
 엄밀한 물리적 모순 인식
“찬물을 부어야 하지만 동시에 붓지 말아야 한다”는 물리적 모순 문장은 언뜻 보기에는 당대에 알려진 증기기관의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와트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실린더가 뜨거워서 열 손실은 없으면서도 피스톤이 아래로 내려오는 게 가능한 그런 증기 기관이었다. 와트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위의 모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제3의 증기기관이었다.
 
 이상해(理想解) 설정
만약 실린더를 식히지 않고서도, 즉 실린더가 식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도 피스톤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될까? 와트는 ‘그렇다’고 확신했다. 기술적 모순을 읽어냈다면 다음 단계는 ‘이상해’를 설정하는 것이다. 즉, 기존 뉴커먼 기관의 유용한 기능은 수행하면서 유해한 작용은 모두 사라진 상태란 “실린더 내부의 수증기 부피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X가 존재하며 실린더의 변화된 위치를 다시 원위치화해 기관이 계속 운동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냉각된 실린더를 재가열하기 위해 열이 많이 소모돼 열효율이 낮아지는 유해작용은 제거된 상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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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미정

    - (현)삼성종합기술원 CTO 전략팀 부장
    - 삼성종합기술원 연구혁신센터 차장
    - 국제 트리즈 협회 공인 Level 4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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