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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 부문장

신사업 입지, 건물의 맥을 짚는 대목장의 눈으로 바라보라

박용 | 90호 (2011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수정(한국외대 법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노윤철 이사는 부산 동의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9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신규사업부문 장기사업개발팀 과장, 장기 사업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신규사업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사업 개발 전문가다. 

 입지 개발은 집 짓는 걸로 따지면 대목장(大木匠)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목이 위치를 잘못 잡으면 소목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건물에 문제가 생긴다.”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노윤철(50) 이사는 DBR과의 인터뷰에서신규 사업의 입지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은 대목장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전략의 큰 판을 읽고 필요한 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20년 넘게 신사업과 부지 개발 업무를 해왔는데 요즘처럼 감을 잡기 어려운 때가 없는 것 같다. 과거에 해왔던 아날로그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확 바꿔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기업 부동산에 대해 묻자 노 이사는쉽지 않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국내 최대 유통회사인 롯데에서 20년 넘게 신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해온 최고의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그런 백전노장땅 박사가 보기에도 요즘 기업 부동산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 상황과 경제 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쟁자가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기 불황의 악조건과 기존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묶이는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노 이사는과거의 성공 공식이 먹히지 않는 시대라며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입지를 선점해 투자이익을 기대하는 1세대 부동산 투자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2세대 투자로 진화했고 이제는 기업 전략과 부동산을 일치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땅 얘기로 시작했지만 노 이사의 답은 늘 고객과 회사의 미래 전략에 대한 얘기로 끝났다. 토지와 건물 같은 부동산 중심의 시각에서 고객과 전사적인 전략과의 적합성으로 부동산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DBR 9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사에서 노 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기업 부동산 환경의 변화 양상은?

신규 사업을 20년 정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땅을 대충 봐도바로 여기다는 느낌이 왔다. 이제는 쉽지 않다. 예전에는 기업이 정보를 독점했다. 인터넷과 같은 게 없던 시대였다. 요즘엔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된다. 정부의 국토개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모든 정보가 다 공개되기 때문에 대기업이 과거처럼 정보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수 없다. 예전에는 대기업만한 자본력을 갖고 있는 곳이 드물었다. 이제는 제2금융권은 물론 외국펀드까지 부동산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금융기법도 발달하고 있다. 미국에 가서 1년만 공부하고 오면 누구나 펀드 하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경쟁의 강도와 양태도 달라졌다. 유통업계의 경우 과거에는 국내 백화점끼리 경쟁을 했다. 당시 백화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상권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좋은 입지를 골라 백화점을 지으면 고객이 몰리던 시대였다. 기업이 고객을 충분히 리드할 수 있었다. 이제는 시장이 포화된데다 경제나 인구가 과거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는 고객들이 더 전문가다. 유통업계도 수평적, 수직적으로 복합화가 되다 보니 업태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백화점과 같이 비싼 제품을 파는 마트가 나오고 마트처럼 싼 할인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이 존재한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예측하지 못한 다른 업태에서도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다.

고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미리 발견해 건물을 올리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입지, 건물 시설만으로도 충분히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웬만한 시설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시장 환경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과거에는 10년 단위의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맞춰 중장기 사업 계획을 잡았는데 이제는 정부의 정책도 3, 5년 단위로 달라진다. 예전엔 우리 내부환경, 국내 환경만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세계금융위기, 환경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국내 시장과 고객 구매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과거 20년간 해왔던 아날로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소프트한 문제들의 급격한 변화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과 토의하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고객들이 무서워졌다. 과거처럼 기업이 맘먹은 대로 고객들을 이끌 수 없다.”

이런 변화가 백화점 사업 모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입지산업이다. 과거 성장기엔 입지만 좋으면 큰 걱정이 없었다. 입지가 좀 나빠도 백화점이 생기면 자동적으로 주변상권이 형성돼 신사업이 실패할 확률이 적었다. 2000년대 후반기부터 국내 백화점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업태들이 급격히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자동차가 이렇게 늘고 인구 성장세가 급격히 정체될 줄 몰랐다.

입지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입지가 백화점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다. 일본 백화점 역시 대규모 투자 후 공실이 생기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일본의 백화점 사업이 왜 위축되고 있으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지, 우리의 현실과 일본의 차이는 무엇인지, 요즘 유행하는(mall)’이 백화점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잠식할 것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한때 마트가 백화점을 앞설 거라고 했는데 벌써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백화점은 20∼30년을 성장해왔는데 마트는 불과 10여 년 만에 정체에 들어간 것이다. 쇼핑몰도 얼마나 갈지 모른다. 새로운 업태가 계속 생길 것이고 유통업 자체는 진화할 것이다.

일본도 한때 몰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벌써 성장률이 둔화됐다. 고객들이 자꾸 새로운 것을 찾으니 고객들의 변화에 맞춰서 유통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객들의 변화가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백화점 유통의 원재료는 부동산이다. 땅을 사고 허가를 받는 데 1, 건물을 아무리 빨리 지어도 3년이 걸린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결국 4, 5년 후를 위한 것인데 이렇게 환경이 빨리 바뀌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변화되는 환경에 만병통치약 신규사업은 없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갖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예전엔 정부가 신도시를 조성하면 아파트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입주했다. 이런 땅을 골라 들어가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를 지어도 미분양이 나는 시대가 아닌가. 좋은 위치를 찾는 것보다 미래 변화 예측과 고객 분석을 더 많이 한다. 고객들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 등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분석한다. 현재의 고객만 봐서는 안 된다. 현재 20대가 미래의 주력 고객이 된다. 고객을 모르면 성공할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미래를 이해하려면 인문학적인 지식이 무척 중요하다. 최고경영자가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직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매물과 가격을 묻다보면 정보가 나왔다. 이제는 현장에만 답이 있는 게 아니다. 회사 사무실에서도 부동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정부의 공식 통계만 봐도 부동산 시가와 실제 거래되는 가격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면 현장 위치와 공사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보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변화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변화도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일본이 5년이나 10년 전에 겪은 것일 수 있다. 어떤 업체들이 이를 기회로 성장했고, 어떤 회사들이 무너졌는지를 매일 연구한다. 대표적인 게 올해 5월 대구에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센터다. 예전엔 고객들이 쇼핑만 했는데 이젠 쇼핑만으로는 안 된다. 예전엔 백화점을 지으면 판매 매장이 전체의 60∼80%를 차지했다. 이제는 판매 시설을 줄이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집어넣는다. 대구시는 낙후된 상권을 살려야 하고, 우리는 새로운 사업의 리스크를 줄여야 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판매 시설이 줄면 수익성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점포가 앞으로 중요할 텐데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5월 대구에 쇼핑몰과 여가시설을 접목한 라이프스타일센터 1호점을 열었다. 라이프스타일센터는 전통적인 쇼핑몰의 판매기능에 여가시설이 복합된 신유통업태다. 연면적 2600㎡의 3층짜리 건물을 중심으로 각 브랜드의 매장이 로드숍처럼 이어진 교외형 몰이다.

입지 분석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가 백화점을 새로 열 때는 두 가지의 균형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서울 명동과 같은 유동인구 중심의 상권으로 가거나 노원점처럼 유동인구보다 거주인구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이 밸런스를 맞추는 게 유통업을 하는 사람들의 기술이다.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다. 각 지역에 있는 로드숍의 매출을 분석하면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과거의 실적이 미래에도 적용된다는 가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제주도에서 지금 잘나가는 상품이 2년 뒤에도 잘나갈지는 몰라도 3, 5년 뒤에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트렌드가 5년마다 바뀌었다면 지금은 16개월마다 달라진다. 만약 20대 층을 보고 백화점을 계획한다면 백화점이 문을 연 뒤의 고객이 될 수 있는 현재 10대들을 봐야 한다. 한번에 몇 천억 원 규모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최고경영진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부동산의 소유 형태에도 변화가 있을 듯하다.

확실히 바뀌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예전엔상권이 안 좋아도 지가는 상승한다는 불변의 진리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부동산 가격이 무조건 오른다고 확신할 수 없다. 부동산 투자에서 지가상승 요인이 없다면 자금 유동성의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부동산에 몇 천억 원씩 묵혀놓으면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과거엔 실패하면 땅을 팔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금융에 대한 리스크까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사업 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예전에는 백화점 하나 짓는데 1000∼2000억 원이 들었는데 이제는 5000억 원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게다가 현재 투자하면 최소 3, 길면 5년 뒤에 백화점을 열어야 한다. 이때 공실이 생기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물로 내놓기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 5000억 원짜리 대형 부동산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은 드물다. 집안에 고이 모셔놓은황금송아지가 되는 것이다. 보수적인 해외펀드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8%의 기대수익률을 보고 들어온다. 요즘과 같은 때에 연 8%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극적인 펀드도 연 수익률 6% 이하면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생하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펀드들이 자기 수익률을 연 6∼8%에 맞추기로 하고 해외자금을 끌어모아 건물을 짓는다. 유통업체는 이 매장을 이용해 영업을 하고 매출액의 몇%를 수수료로 낸다. 이렇게 해서 펀드는 목표 수익률을 맞춘다. 유통업체도 부동산에 대규모 자금이 묶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빨리 빠져나올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건물을 짓는다. 예를 들어 최근에 잘나가는 게 오피스텔인데 백화점이 들어왔다가 나가면 이를 오피스텔로 개조해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대비하는 식이다. 우리도 3년 전부터 부동산 직접투자를 피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가 별로 없고 기존 부동산도 유동화하고 있다. 김포공항이나 평촌 등에 새로 여는 매장도 소유가 아닌 임대로 들어간다. 백화점은 내부 인테리어만 하면 된다. 15000평 규모의 백화점에 300억 원밖에 안 든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1월 아울렛 파주점, 12월 김포 공항점, 2012년에는 평촌, 2013년 잠실 2호점을 잇달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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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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