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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커뮤니케이션 & 케이스 스터디

M&A 이전부터 이해관계자 모두와 소통하라

피터 베렌지아 | 83호 (2011년 6월 Issue 2)
 

 
권혁준 <OVERFLOWER> 캔버스에 유채, 90.9×72.7cm, 2010
권혁준 작가는 현란한 색채와 여백을 혼재함으로써 다원화된 세계의 팽팽한 긴장과 질서를 반영했다. 대상을 그대로 제시하지 않고 관찰을 통해 우연히 얻어질 수도 있는 일부의 특성을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면과 선, 기호로 표현해냈다. 기호로서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체험하며 빚어진 환상에 안주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일상을 그린 작품.

금융위기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합작투자, 공장 신설 등 대규모 직접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탁월한 경영 성과를 올린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서는 고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현지 직원 및 고객,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나치게 현지화에만 신경 쓰다가 핵심가치와 핵심역량을 유지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기도 합니다. 자리를 잡았다고 안심하던 기업들도 현지 정부, 언론, 지역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한순간에 명성이 추락하기도 합니다.
DBR이 해외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명성관리, 협상, 마케팅, 조직관리 분야 전문가들의 통찰을 모았습니다. IBM PC사업부문을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레노보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케이스 스터디 등 다양한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협상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구도를 바꿔놓았다. 해외 시장에서 인수할 기업을 찾거나 합작 파트너를 물색하는 일은 더 이상 선진국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그 주도권은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 기업들에 넘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달러화와 EU유로화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 기업들의 해외 M&A 여력을 높이고 있다. 원천기술 또는 광범위한 유통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한 선진국 기업들을 인수합병(M&A)이나 합작투자(JV·Joint Venture) 대상으로 삼으려는 신흥국가 기업들의 공격적 시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신흥국 기업들은 해외 M&A 혹은 합작투자를 시도해왔다. 적어도 피인수 대상 기업을 평가하고, M&A이후의 성공적 출범을 설계하는 실사 과정에 관해서는 신흥국 기업도 상당한 노하우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기업을 사들인 신흥국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뤘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 특히 당초 인수 전 기대보다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해외 기업 인수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전략적 적합성과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일만큼 중요한 요소들까지는 면밀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요소가 대외적 평판 관리와 이를 위한 사전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주주와 규제당국을 넘어 이해관계자 전체와 소통하라
M&A나 JV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우선 피인수 기업의 주주들에게 경제적 실익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후 관련 규제 당국을 설득한 후 허가를 얻어야 최종 성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감독 당국이 인수나 합작 제안의 실효성에 대해 수긍하더라도, 그 결과 탄생한 기업의 미래에 대한 평가는 고객, 직원, 영업 채널, 협력업체, 피인수 기업의 공장 또는 기타 시설이 위치한 지역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몫이다. (그림 1)
 

사실 인수 후 통합(PMI·Post Merger Integration), 나아가 인수 후 현지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이런 이해관계자들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이해관계자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뜻은 해외 투자의 경제적 가치만큼 조직 구조, 커뮤니케이션, 업무 프로세스 상의 문화적 인식 차이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요소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요소에 관심을 기울일 때 중요한 작업이 바로 기업의 ‘명성(reputation) 관리’다. 한 기업의 명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의 문화적 충돌 해결 역량, 경영 능력, 대규모 다국적 조직에서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역량, 커리어 기회, 고객의 반응 등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큰 영향을 미친다. 명성을 관리하기 위한 사전 커뮤니케이션은 특히 국경 간(cross-border) 비즈니스 추진 과정에서 더욱 중요하다.
 
경영자들이 합병 이전에 명성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정보 유통의 속도와 폭이 증대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수 또는 합작 추진 기업과 그 경영진에 대한 여론은 즉각적으로 전파된다. 웹사이트 등 디지털 플랫폼에 영원히 남을 수도 있다. 물론 잘못하면 순식간에 기업의 명성을 악화시키는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의 명성을 빠르게 제고할 기회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그림2)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명성을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인수합병·합작투자 이후의 조직 통합을 앞당기고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합작투자 비즈니스의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사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황금률(golden rule)을 다음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인수 기업 및 경영자의 존재감과 명성 구축
어떤 집단이든 잘 모르는 인수 혹은 합작 추진기업에 대해 당연히 우려를 품을 수 밖에 없다. 사세 확장을 위해 특정 국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업은 첫 번째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부터 인맥을 쌓고 존재를 알려야 한다.
 
명성을 구축하기 위해 처음부터 큰 비용이 드는 대규모 광고를 실시할 필요는 없다. 첫 단계는 업계 단체와의 접촉이나 업계 주요 행사 참여를 통해 업계 내 인맥을 쌓는 작업이다. 행사에 참석해 패널 토론자로 국제 문제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대다수 기업의 고위 임원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표출하면 잠재적 인수 또는 합작추진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소개가 훨씬 쉬워진다.
 
업계 행사에 참여하면 최소한 연락처 확보가 가능하며 이는 장차 인맥을 형성할 기반이 되기도 한다. 특정 산업을 전공한 학자, 애널리스트, 영업 채널, 협력업체 등은 모두 훌륭한 인맥 형성 기반이다. 언론 매체, 특히 업계에 대해 보도를 하는 언론은 당장 제공할 기삿거리가 없다 해도 충분히 접촉할 가치가 있다.
 
추진 기업은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현지에서 자사의 회장 또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현지인들에게는 낯선 외국 기업 임원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은 많은 국가에서 신뢰 구축에 매우 유용하다. 특히 잠재적 인수대상 기업의 직원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사고의 리더십(thought leadership)과 관련된 주제를 활용하면 자사의 계획 또는 성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회장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에 있어서 기술의 역할’과 같은 주제가 사고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발판이 된다. 사고의 리더십 캠페인 초기에는 회사가 전문가들을 초대해 원탁 토론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런 참가자들이 나중에는 인맥이 된다.
 
캠페인 런칭 이전에 일부 소셜미디어 매체와 기존 언론매체가 미리 보도를 해준다면 회장 또는 최고경영자의 생각을 접하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기업의 명성이 제고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고위 임원이 언론 인터뷰, 연설, 대 언론 행사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임원 자신과 소속 기업의 인지도가 상승한다. 파트너 또는 인수자의 관점에서 봐도 상대방의 접근에 두려움을 덜 갖는다.
 
명심해야 할 점은 해외 시장의 핵심 고객집단에 가장 잘 먹히는 매체에 대한 사전 파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추진기업 소속 국가 및 문화권에서 익숙한 매체와 대상기업 소속 문화권에서 익숙한 매체는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명성 구축에 가장 효과적인 매체를 선정하기 위해 전략적 우선 순위를 따져 보면 전통 인쇄 매체, TV, 인터넷, SNS 등 그룹별로 1∼2개일 때가 많다. 언론 매체 간에도 고객집단의 특성에 따라 우선순위가 나뉜다. 따라서 반드시 해당 지역 매체에 대한 전체 지도(그림 3)를 그려 어떤 매체가 최우선 활용대상인지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성공적 명성관리의 사례로 중국 지리자동차의 볼보 브랜드 인수를 들 수 있다.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별 존재감이 없었던 중국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Geely Automotive Group)가 포드가 매물로 내놓은 볼보 브랜드의 인수기업으로 낙찰됐을 당시 지리자동차의 약한 브랜드로 볼보 브랜드가 입을 영향에 대한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는 지리자동차의 사전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덕분이었다. 지리자동차는 회장이 직접 나서 유력 언론매체나 대표 산업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합병의 비전과 볼보에 가져다 줄 혜택에 대해 끊임없이 설파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사회에서 브랜드 가치 감소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업체를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타당성이 있는지 우려하는 데 대해 가능한 언급을 회피했다. 이후 실질적으로 성과를 빠르게 보여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인수 시점에 즉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명성 관리를 하되 실체를 신속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볼보 직원들과 고객들이 중국 경영진의 회사 운영 노력을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인수 후 2년이 지난 지금 볼보는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리자동차의 지원에 힘입어 기존 시장과 신흥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②해당 국가의 소통 환경에 대한 이해 대규모 해외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의 경영진은 해외에서 인수합병·합작투자를 진행하기 이전에 해당 시장의 정치, 경제, 사회 현안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절한 상황과 조건 하에서 인수나 합작과 관련된 의향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성명서 발표 그리고 정부 당국자, 노조,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개별 환담에서 경영진이 적절한 발언을 통해 이를 사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유용한 정보 수집 출처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해당 국가의 산업 전문지 혹은 전문연구기관, 정부출연기관 등이 업계에서 취급하는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해 시행하는 여론 조사를 참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장비의 전자기파 방출에 대한 우려가 높고 다른 국가에서는 낮다. 합병 후 초기 통합 단계에서 임원이 인수와 관련한 발표를 하거나 의견을 개진할 때 현지의 우려사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 이를 관심 부족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인수 대상 기업의 임원들을 정보 출처로 이용하는 건 다소 위험하다. 자사에 유리한 정보로만 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출처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학술기관의 연구 보고서, 언론 보도 및 디지털 소셜미디어의 내용, 업계 공청회의 내용 분석 등이 대표적이다.
 
③피인수 기업 경영진의 내외부 명성 파악 대규모 합병·합작이나 민감한 거래에서는 대상 기업이 위치한 국가의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해당 기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특히 해당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이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한다는 가정 하에 한국 기업의 구체적인 명칭을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전국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하려면 보통 두세 달이 소요된다. 소규모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소요 기간이 단축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는 관련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집단들에 대한 전화 또는 인터넷 표본 조사를 통한 여론조사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투자자들(대개 가격 그리고 기타 계약 조건에 더 관심이 많은 집단)을 제외한 당사자들에는 고객, 협력업체, 영업 채널 파트너, 정부 당국자, 인수대상기업의 시설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주민도 포함된다.
 
포커스 그룹(focus group)을 통한 연구 역시 외국 기업의 현지 기업 인수에 대한 반응을 가늠할 때 유용한 방법이다. 인수기업 임원들이 해당국 업계 단체 지도부, 학자, 애널리스트, 관측통과 인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도 수시로 던져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카이프 인수 사례는 세계적으로 입지를 굳힌 기업도 사전 명성 조사 및 이를 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합병 후 좋지 않은 결과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MS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인터넷 서비스 벤처기업인 스카이프의 인수를 발표하자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MS의 기업 가치 증대에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MS의 관료적인 기업 문화와 자유분방한 스카이프의 문화가 잘 어울리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많았다.
 
MS가 스카이프 이전에 단행한 두 차례의 인수에서 피인수 기업 인재들의 상당수가 합병 회사를 떠났다. MS의 관료주의적 기업문화와 느린 의사결정 구조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스카이프 직원들이나 유럽의 이해관계자들 또한 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MS는 이를 무시했다. 특히 주주가치 극대화 문화에 충실한 미국식 경영이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좀 더 중시하는 유럽식 경영과 잘 어울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스카이프 직원들의 이탈 속도 또한 훨씬 빨라졌다. MS가 자사 조직 문화에 관한 명성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인수 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만 치중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④합병 목표에 걸림돌이 되는 정치적 문제에 관한 준비 해외 기업 인수를 추진할 때는 추진 대상 지역, 혹은 피인수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판매되는 지역의 선거 및 입법 일정을 완전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인수 작업은 그 속성 상 정치적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치 이슈를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서구 선진국에서는 인수 후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인수에 대한 당국의 허가가 거의 확실하다 해도 일자리 상실 우려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면 공청회 개최 요구가 나온다. 이러한 공청회에 정치적인 동기를 가진 선출직 공직자들이 깊이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선거 일정은 특히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선거운동에 뛰어든 정치인들은 아직 향방이 불투명한 글로벌 인수합병 건을 자국의 이익에 대한 외국의 위협을 보여주는 사례로 손쉽게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기업은 부정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따르는 위험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 입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거나 인수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위험한 인수 건의 진행을 피하는 등 여러 전략을 구사할 때 좀 더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에서 자주 등장하는 민감한 사안들에는 일자리 상실, 세수 감소 또는 상실, 생산시설이나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적재산권 보호, 국가안보, 인수기업의 자국 시장에 존재하는 불공정한 무역관련 규정 및 보호주의, 불공정한 환율, 노동권(인수기업이 활동하는 다른 지역의 노동권과 인수대상기업이 위치한 지역의 노동권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문제제기 포함)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안에 노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미리 예측해야 한다.
 
⑤피인수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프로필 작성 앞서 여러 단계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수 기업은 합병 발표 이전에 각 이해관계자의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해외 M&A 시 피인수 기업의 여러 고객회사에서 의사결정권을 지닌 사람 중 상당수가 제조업체의 구매담당자들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인수 기업이 어떤 발언과 행동을 보여줘야 인수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개선될지 정보를 담은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이때 중간 관리자들의 프로필은 하급 직원들의 프로필과는 별도로 작성 및 관리해야 한다. 지역별로 직원 프로필을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프로필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내용, 어조, 빈도, 채널을 관리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각 기업 집단에 대해 사전에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조직 통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집단의 기대사항이 바뀌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프로필을 사전에 작성해 놓으면 인수기업의 경영진이 난감한 상황 또는 비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기업이 통합되는 초기 단계에 인수기업 경영진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는 이 프로필이 특히 유용하다.
 
⑥피인수 기업의 전통을 일부 계승하겠다는 의지 밝히기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조직 문화나 전통을 일부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인수 기업이 전통적으로 자사 직원, 퇴직 직원, 고객, 지역사회 주민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과거에 대한 귀중하고 가시적인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추진기업은 자사가 이 같은 관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전달할 수 있다. 피인수 기업의 오랜 전통에 대한 칭송이 담긴 언급은 매우 유용하다. 이를 통해 추진기업과 대상기업 직원들 간의 즉각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 재벌그룹인 타타는 재규어 및 랜드로버 인수 제안을 발표하기 전, 사전 조사를 통해 재규어 대리점들의 반대를 예상했다. 대리점들의 반대 이유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신흥국 기업이 재규어의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을 빼내 결국 재규어 브랜드의 가치만 희석시킬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인수 발표를 전후해 타타 임원진들은 지속적으로 현지 대리점을 방문했다.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과거를 계승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이를 인수 제안 발표 시 중요한 내용으로 다루기도 했다. 결국 대리점의 반대 의견은 대폭 줄었다. 현재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타타 인수 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피터 베렌지아 플레시먼힐러드 CCW 대표 peter.verrengia@ccworldwide.com
피터 베렌지아 플레시먼힐러드 CCW(Communication Consulting Worldwide) 대표는 30년 경력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가다. 미국 시러큐스대와 SI 뉴하우스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졸업했다. KPMG를 거쳐 플레시먼힐러드에 합류, 금융 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개척했다. 기업의 글로벌 평판관리, 변화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개발, 위기 관리 전략 부문의 전문가다.
 

 
레노버의 IBM PC사업부 인수 케이스“팍스 시니카의 상징 레노보의 IBM PC 사업 인수 전략의 잦은 전환으로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잃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지구촌에 중국의 ‘대국굴기’만을 각인시키지 않았다. 레노보(Lenovo) 또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20억 명 이상의 지구촌 소비자들은 CCTV 앵커 앞에 놓인 올림픽 성화 문양이 새겨진 레노보의 PC를 봤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광고였지만 사람들은 올림픽 개막식 분위기에 취해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양 위안칭 레노보 회장도 개막식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했던 경고를 기우로 치부했을 것이다. 당시 상당수 해외 언론은 레노보의 올림픽 ‘올인’ 마케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림픽 성화 봉송 후원을 포함해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레노보가 올림픽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 강화에 성공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WSJ은 달랐다. WSJ은 2005년 5월 레노보가 IBM의 PC 사업부를 사들인 이후 줄곧 레노보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티베트 관련 시위에 따른 봉송 차질 등으로 레노보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WSJ의 경고가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올림픽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레노보의 실적이 급락했다. 2008년 4분기 레노보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2% 줄었다.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적자도 냈다. 결국 이듬해 양 위안칭은 회장에서 다시 CEO로 복귀했다. 류촨즈 레전드홀딩스 그룹 회장이 레노버 회장을 맡아 중국 내수시장 및 신흥시장 공략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는 끊임없이 미국 및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여 선진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고,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자리 잡으려던 레노보의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레노보가 IBM 인수 당시의 공격적인 글로벌화, 프리미엄화 전략을 수정했다. 레노보는 이제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발휘할 때까지 참고 기다림)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레노보 글로벌 전략의 성패를 지금 당장 논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레노보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었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관한 평가는 가능하다. 레노보가 금융위기라는 큰 파고를 이겨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쳤는지 살펴보는 일은 지금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에 큰 시사점을 준다. 이 글에서는 레노보의 국경 간 비즈니스(Cross-border business)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을 크게 3단계로 나눠 고찰하려 한다. 첫째 IBM PC 사업 부문 인수 전후, 둘째 독자 브랜드 정립 노력 시기, 셋째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전략 수정기다.
 
1. IBM PC 사업부문 인수 전후 (2004. 6∼2005.5)
상황(Situation): 2004년 12월 8일 레노보라는 중국 기업이 IBM PC 분야 인수를 위해 협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시 사람들이 놀랐던 점은 레노보가 IBM PC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접근한 게 아니라 IBM이 먼저 레노보에 다가갔다는 사실이다. 수익성이 낮은 PC 사업 대신 컨설팅 등 신규 성장 동력에 집중하기로 한 소위 IBM식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었다. 레노보 역시 2001년 IT버블 붕괴 이후,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다각화 제품으로 승부하던 전략에서 탈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만 했다. 이때 2001년 처음 인수 제안을 냈던 IBM PC사업부에 대한 평가가 레노보 이사회의 의제로 등장했다. 결국 레노보는 PC사업에 집중하며 글로벌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을 잡았다.
 
커뮤니케이션 이슈(Complication): 언어, 문화, 영업관행이 완전히 다른 미국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대형 해외 M&A 경험이 거의 없는 레노보에 상당한 숙제를 안겼다. 연 매출 30억 달러의 중국 기업이 120억 달러의 매출을 지닌, 특히 그 기업이 ‘미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기업이었기에 문화 차이가 야기할 문제는 더욱 컸다. 중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IBM의 전 세계 영업망 및 연구개발(R&D) 부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외의 문제도 존재했다. 레노보는 6억 달러의 현금과 6억 달러의 주식을 지불하면서 5억 달러에 달하는 IBM의 부채도 떠안기로 했다. 이 복잡한 인수 조건은 많은 문제를 남겼다. 향후 IBM이 지불 받은 주식을 매도라도 하면 레노보의 주가 하락이 가속화할 소지가 있었다. 5억 달러 부채도 합병의 매출 증대 효과가 극대화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야기할 만한 요소였다.
 
커뮤니케이션 전략(Solution): 신속한 거래 성사와 안정된 조직 통합을 통해 빠르게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합병 직후 IBM 직원들 특히 영업, R&D, 고객 서비스 부문의 동요를 막아야만 했다. 직원들의 동요를 부채질하지 않도록 세계 각국 언론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도 중요했다.
 
레노보는 세계 각국 IBM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인수 계약 타결 발표 직후 24시간 이내에 IBM PC사업부 인사관리 부서를 통해 긴급 메모를 전송했다. 메모에는 총 59개의 질문과 답변이 담겨 있었다. 핵심 메시지는 “레노보의 인수로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No or minimum change)”였다. 레노보는 메모를 통해 모든 직원들이 레노보에 소속될 것이고, 급여와 연금 등의 보상이 IBM 시절과 큰 변동이 없을 것이며, 당분간 대대적인 인사이동도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인수 승인을 얻은 이듬해 3월까지 레노보는 ‘세계적 인재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그 일환으로 레노보는 중국 본사를 뉴욕으로 이전했다. 새 CEO로도 IBM PC사업부의 임원이었던 미국인 스티븐 워드를 뽑았다. 최고위급 임원진 30명도 15명의 중국인과 15명의 미국인으로 구성했다. 임원진 중 다수를 여성으로 뽑아 아시아적 가치가 아니라 서구적 경영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그 중 백미는 사내의 공식 언어는 영어이며, 중국 경영진들의 이름 표기를 영어 식으로 바꾼 부분이었다. 관련 내용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 또한 잊지 않았다.
 
합병 작업을 앞당기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수를 빨리 마무리 지으려면 미국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의 빠른 승인이 필요했다. 레노보는 CFIUS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지닌 문제 의식, 즉 ‘중국 업체의 IBM PC 사업부 인수가 미국의 안보 위협과 직결된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양 위안칭 회장은 2005년 초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레노보의 IBM PC 사업부 인수가 중국과 미국 양국에 이득이 될 거라는 점을 끊임없이 설파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이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유력 언론과의 대면을 피했다. 대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비 미국계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결과 및 평가(Result and review): 레노보는 IBM PC사업부 인수 1년 전, 렌샹이라는 중국식 브랜드 명을 레노보로 바꿀 만큼 착실한 준비를 해 왔다. 인수 직후 레노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레노보는 인수 발표 직전까지 계약 상 필요한 비밀을 엄수하면서도 인수의 핵심 이해당사자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매체를 잘 선택했다.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수완을 보였다.(표 1) 그 결과, 미국 정부로부터 빠른 인수 승인을 얻었다. IBM 조직원들도 인수 후 몇 개월간 큰 동요 없이 레노보에 속했다. 대대적인 직원 이탈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규모 해외 M&A가 유발할 수 있는 위험에 관한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레노보는 조직원들에게 HP와 델을 빠르게 따라잡아 세계 3위 PC 업체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했다. 하지만 향후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구조조정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인수 직후 이러한 가능성을 내비치는 일이 조직의 동요와 반발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며 그때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는 전달했어야 한다. 오히려 조직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시너지 창출에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결과론적인 의견이지만 어쨌든 레노버는 인수 후 1년이 채 안 돼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직원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보면 레노보가 인수 초기의 비전 및 전략의 일관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2. 세계화 전략에 올인(2005.6∼2008.9)
상황(Situation):인수 직후부터 레노보는 이익 창출에 대한 외부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고용 승계를 대내외에 약속했기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자제하면서 옛 IBM PC사업부의 운영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비용 절감 방안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인수 직후인 2005년 2분기부터 레노보의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매출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이 역시 당초 기대와는 달랐다. 인수 전 기대했던 옛 IBM PC 사업부의 시장이 아닌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에 기댄 매출 증가였다. 결국 레노보는 인수 후 8개월도 안 돼서 윌리엄 아멜리오 델 부회장을 신임 CEO로 뽑았다.
 
아멜리오는 취임 직후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는 본사를 뉴욕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 랄리로 옮겼다. 전체 인원의 5%에 해당하는 1000명을 감원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인수 후 5년간 사용이 가능한 IBM 브랜드에서 탈피하는 다소 급격한 세계화 전략을 감행했다. 그는 레노보 브랜드에 대한 선진국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택했다. 그 노력의 종합판이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이슈(Complication): 레노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1년도 안 돼 달라지고 말았다. 조직원들은 소통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레노보는 인수의 정당성만을 강변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를 크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PMI 과정의 문화 충돌에 대한 비판: 2005년 12월, 레노버는 8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CEO를 교체했다. 당시 레노보에 우호적이었던 FT조차도 레노보가 인수 직후의 문화 충돌을 이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 위안칭 회장은 ‘첫 번째 국면의 완료’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 특히 관련 산업계와 투자업계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바뀐 CEO는 불과 4개월 뒤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FT를 비롯한 유력 매체의 ‘문화충돌 극복 실패’라는 평가가 옳다고 시장이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2)독자 브랜드 전략에 대한 비판: 독자 브랜드 구축으로 세계화’를 천명하기 시작한 2006년. 투자은행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먼저 레노보의 경쟁력 둔화를 점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해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5월에 있었던 레노보 PC의 미국 정부 기밀업무 사용 금지 조치였다. 불과 1년 전, 양회장이 그렇게 공을 들였던 미·중 상생의 메시지가 구겨진 셈이다.
 
IBM이 보유한 레노보 주식을 조기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결정도 WSJ을 통해 알려졌다. 대만 에이서(Acer) 등 저가 PC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며, PC 시장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서히 레노보의 경쟁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3)투자은행 업계의 실적 비판: 2007년 레노보는 글로벌 업체로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당기 순이익의 증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멕시코 조립공장 건설, 인도 시장 공략 전략, 유럽 PC 업체 인수 시도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담담했다. 특히 투자은행 업계는 단기 순이익 증가마저도 구조조정의 결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같은 기류는 레노보가 올림픽 마케팅에 올인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략(Solution): 레노보는 투자자, 옛 IBM PC사업부와 관련 깊은 소비자 커뮤니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에 걸맞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모든 집단에 동일한 메시지(One voice and one message)를 전달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핵심은 ‘2010년 세계 1위 업체가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레노보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Stand alone brand(독자 브랜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최고위 경영진의 대외 메시지(executive message)도 여기에 맞춰져 있었다.(표 2) 이런 한계 때문에 레노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이해 관계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 및 평가(Result and review): 하나의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은 각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정 부분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각 이해당사자들은 이를 공허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속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해관계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마케팅 전문가, 브랜드 전문가 등 전문가 집단을 옹호자(advocate)로 만드는 선제 조치도 없었다.
 
특히 인수 후 1년도 안 돼 애초의 전략을 수정한 상황에서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적절치 못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상황에 걸맞은 메시지를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소통 전략을 세워야 했다. 이는 레노보의 각 부문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에게 최종 보고를 해야만 하는 조직 구조(그림 1)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비자의 핵심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 데도 실패했다. 당시 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 소비자는 레노보 인수 후 중국식 원가절감형 생산 역량에 기반해 IBM PC를 과거보다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레노보는 이 같은 소비자의 기대를 무시했다. 레노보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WSJ, FT 등 많은 해외 언론으로부터 IBM과 레노보 양쪽의 장점을 다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3. 중국화 전략으로의 회귀(2008.9∼현재)
상황(Situation):앞서 언급한 대로 레노보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올림픽 직후 찾아온 세계 금융위기는 PC 시장에도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결국 레노보는 핵심 목표 시장을 선진국이 아닌 중국 및 신흥시장으로 바꿨다.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세계화 중심에서 중국화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은 2009년 류촨즈 레전드 홀딩스 회장이 다시 레노보 회장으로 복귀한 일이다. 더불어 레노보는 주요 외국인 임원도 중국인으로 바꿨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확 달라졌다. 레노보는 PC 중심이 아닌 다양한 IT 기기로 제품 라인업을 재편하며 다각화 전략을 추진했다. 2008년 1월 매각했던 휴대전화 사업도 2009년 매각 당시 가격의 2배를 주고 다시 사들였다. 태블릿 PC(LePad), 콘솔 게임기 이박스(eBoX) 등 다양한 제품도 출시했다.
 
커뮤니케이션 이슈(Complication):인수 후 몇 년 동안 심각한 실적 급등락을 겪은 레노보를 업계와 언론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기업으로 평가했다. 인수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왜 레노보가 신흥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할 방법이 중요해졌다.
 
커뮤니케이션 전략(Solution):레노보는 류촨즈 회장을 ‘중국의 잡스’로 포지셔닝했다. 대외 홍보에서도 이런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중국 시장을 ‘세계 IT 업계의 새로운 성장판’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집중했다.
 
즉 레노보는 ‘선진국 시장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중국 시장으로 복귀한 게 아니라, 금융위기로 선진국 시장의 매력도가 감소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구매력이 살아있는 중국이 세계 IT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므로 이 시장에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썼다. 양 위안칭 CEO도 각국 주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꾸준히 알렸다. ‘중국의 잡스’가 된 류촨즈 회장은 레노보의 ‘르 폰’을 ‘아이폰의 대항마’로 인식시키려고 애썼다.
 
결과 및 평가(Result and review):중국 시장으로의 복귀 이유를 최대한 레노보 측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과거에 비해 세련돼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위기의 시기에 회장과 CEO가 적극 나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행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들이 전면에 나선 덕에 시장은 레노보가 지난 수 년간 자주 전략을 수정했다는 비판을 가하기보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기울였다.
 
현재 레노보는 중국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해외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실패 확률도 높은 해외 M&A가 아닌 유연하고 점진적인 해외 사업 추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 NEC와의 제휴 추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레노보가 지난 몇 년간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는 점, 그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식의 해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까.
 
 
이선영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컨설턴트 sun.lee@fleishman.com
조수연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컨설턴트 scarlett.cho@fleishman.com
 
이선영 컨설턴트는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컴퓨터공학과, 존스홉킨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워싱턴 DC소재 사모펀드 월드 에쿼티 앤드 인베스트먼트(World Equity and Investment)에서 애널리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에서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기업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조수연 컨설턴트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에서 금융, 헬스케어, 소비재, IT 분야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자문 및 실행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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