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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경영 해외 사례 및 시사점

녹색 기술이 미래를 차별화한다

임윤철 | 56호 (2010년 5월 Issue 1)

교토의정서 이후 저탄소 녹색 성장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자는 환경 차원의 문제에서 경영 차원의 문제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린(Green)’이라는 단어를 ‘환경’이라는 주제와 연결해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경영’과 ‘지속’이라는 주제에 붙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러한 트렌드를 최근에야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유럽과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트렌드 자체를 선도해왔다. 독일에서는 전체 전기 생산량의 약 15%가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매스 발전 시설에서 나오고 있고, 이로부터 약 2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는 사업 순가치(투자비용을 제외한 수익)로 볼 때 매년 350억 유로(약 52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일본 근대 산업의 효시 기타큐슈 시(市)는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가 문을 닫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던 공해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거대한 풍력 발전기 10여 대가 바람결을 따라 돌고 있는 에코타운으로 변했다. 여기서는 모든 게 재활용된다. 음식물 쓰레기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이나 니시니혼오토리싸이클 사의 자동차 재활용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술들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신규 사업이 되고 있다.
 
녹색 시장 규모는 탄소 배출권 거래,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 관련 사업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2020년 30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클린에지리서치(Clean Edge Research)에 따르면, 바이오 연료,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연료 전지 등 그린 에너지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2.7%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탄소 배출권 시장이 2010년 19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기농무역협회에 따르면, 지구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미국 시장에서 유기농 식품 판매가 10년간 15∼21% 성장해왔다.
 
미래 경쟁 우위의 원천은?
경영학의 대가 마이클 포터가 1996년 발표한 논문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는 기후변화 이외에도 녹색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경영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비록 이 논문은 14년 전에 발표됐지만 여전히 전략이라는 주제를 놓고 볼 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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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은 포터 논문에 소개된 ‘생산성 프론티어(Productivity Frontier)’에 관한 설명이다. 생산성 프론티어란 기업이 주어진 비용에서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효율성, 최고의 경영 기법을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최대값을 연결한 선을 말한다.
 
생산성 프론티어 아래쪽에 위치한 기업들이 많을 때에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가치를 올리는 게 가능했다. 그래프 상의 A점에 있는 기업은 생산 원가를 올리지 않으면서 가치는 더 높이는 방법을 채택해서 B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C점까지가 한계다. C점은 일정 비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최대값이다. 생산성 프론티어는 모든 비용 수준에 대해 산출할 수 있는 가치의 한계점을 연결한 것이다.
 
과거에는 몇몇 기업들이 높은 생산 효율성과 높은 품질을 갖춤으로써 탁월한 업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성공 사례(Best Practice)와 함께 아웃소싱, 전사적 자원 관리(ERP) 등 관련 경영 툴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다른 회사들 역시 모두 다 동등하게 탁월한 회사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을 ‘경쟁 융합(competitive convergence)’이라 부르는데, 포터는 이 경쟁 융합이 이미 수십 년간 계속돼왔고, 이런 경쟁 환경 속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전략은 ‘독특하고(Uni-que)’, ‘가치 있는(Valuable)’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 효율성과 품질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더 독특해지고 더 가치 있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앞서가는 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이 바로 ‘녹색 경영’이다.
 
녹색 경영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사례
<표1>은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는 포터의 세 가지 경쟁 전략 즉, 비용 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 전략에 맞춰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녹색 경영에서 성공한 사례를 정리한 표다.
 
녹색 기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비용 우위 확보에 성공한 업체로는 우선 러쉬(Lush)가 있다. 러쉬는 공정무역 체제에 대응해 포장을 최소화한 미용품 제조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고체 샴푸바(1개의 중량이 55g으로 100g짜리 액체 샴푸 3병의 효과를 냄)로 부피를 줄임으로써 운송비용을 15분의 1로 크게 줄였다. 미국 도소매업체인 스테이플스는 사무용품 유통업체에서 운영하는 운송 트럭의 최고 속도를 시속 96km 이하로 제한하는 엔진을 이수즈(Isuzu)와 공동으로 개발해 적용함으로써 연비 개선을 통해 유류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트럭을 사용하고 있고, 14개의 지붕 태양 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운동화 제조업체의 대명사인 나이키는 폐운동화를 활용해 운동장 바닥재와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제조하는 재활용 사업으로 녹색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기존 시장에서 녹색 기술 및 제품 개발로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차별화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점한 업체들도 많다. 미국의 콜러(Kohler)는 물절약 위생 용기 제조 사업의 일환으로 물 사용량을 25% 이상 절약할 수 있는 수도꼭지, 변기 등을 제조하는 동시에, 물 절약 운동을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씽크(Think)는 소비자들이 전기자동차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월 100∼20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리스하게 함으로써 전기자동차의 가격 부담을 줄였다(자동차 가격: 1만 5000∼1만 7000달러, 배터리 가격: 3만 4000달러). 네덜란드의 타가(Taga)는 간단한 조작으로 변환이 가능한 유모차 겸용 자전거 사업을 실행에 옮겼다.
 

미국의 루프레이(Roofray)는 구글 지도 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발전 시설 설치 장소의 항공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치 구역 선택, 발전량 계산, 전력비 절감, 투자비 계산, 설치 업체 연결 등 DIY키트(Do-It-Yourself Kit)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변 설치 사례와 결과를 제공하는 태양광 발전 건설 지원 사업을 실행에 옮겼다. 프랑스 운수업체인 씨티버드(Citybird)는 배기가스 제로(0), 기존 택시 대비 50∼70%의 이산화탄소 절감, 저렴한 가격 등을 내걸고 2003년부터 전기모터 사이클택시 운행 사업을 시작했고, 160개 기업과 계약해 5만 4000대의 운행 실적을 내고 있다. 영국의 클럽4클라이미트(Club4climate)은 춤추는 사람들이 바닥을 두드리는 에너지(dance energy)로 60%의 필요 전력을 공급받는 댄스 동력 나이트클럽(Dance-powered nightclub) 사업을 실행에 옮겼다. 또 이 회사는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한 고객에게 입장료를 할인해주고 있으며, 재활용 건축 자재와 재활용수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타깃 시장을 녹색 시장으로 잡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 집중하는 전략에 성공한 회사들도 있다. 네덜란드에서 그린하우스 사업을 시작한 에코벤처스(Ecoventures)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폐회로 시스템(Closed-loop system)을 개발하고 작물별 시스템을 디자인함으로써, 식물 성장은 20% 높이고 에너지 사용은 20% 줄였다. 미국의 에코그린테크놀러지앤인슐레이션(Eco-green Technologies and Insulation)은 단열재, 태양 에너지, 빗물, 에너지 실링제 등을 에너지 진단, 누수 지점 확인, 수리에 활용하는 노후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국의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는 배터리 교환소,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 충전, 휴대폰 요금제 모델 적용 등 새로운 개념의 전기자동차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이 모델을 적용했다. 미국 쏠라비(SolarBee)는 태양 발전 물순환 설비를 저수조, 폐수 저장조, 호수 등 물 저장소에 띄워 물의 순환을 유도함으로써 녹조 현상 억제, 처리 약품 절감 등에 기여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영국의 쏠라에너지벤딩(Solar Energy Vending)은 태양광을 이용한 자판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자판기는 태양광을 전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산, 공원, 골프장 등 장소에 관계없이 설치가 가능하고, 냉동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7일간 배터리로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
녹색 경영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업 기회와 일자리 기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녹색 경영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해보고, 이에 도전해서 현실화할 수 있는 모든 경우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녹색 사업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글렌 크로스톤 박사의 저서 <75가지 녹색사업(75 Green Business)>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화제가 된 이후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위크> 등 미국의 미디어로부터 조명을 받았다. 기존의 녹색 사업과 관련된 서적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집중돼 있는 반면, 이 책은 실제로 개인과 기업, 국가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당장 준비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실행 계획(action plan)’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에서 제시한 11개 분야 75개의 녹색 사업과 이 사업들을 통해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유망 직업에 대한 아이디어들 중에는 지금 당장 준비를 시작하거나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많다. 그중 눈에 띄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해보겠다.
 
우리가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도 또 하나의 좋은 에너지 원천이다. 버려지는 전기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녹색 사업을 생각하면 태양광이나 풍력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75가지 녹색사업>에서 에너지 효율 전문가인 애모리 로빈스는 이미 생성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및 재활용 기술, 에너지효율성 검증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방치된 에너지 자원을 뜻하는 ‘네가와트(Negawatt)’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건물의 네가와트를 측정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창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공공시설위원회는 1970년대부터 이미 공공시설에서의 에너지 보존을 장려해왔다. 그 결과,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미국 타지역 전력 소비량의 절반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기계 및 전력, 에너지,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건물의 설계에서부터 건축, 시설물까지 전반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관리하는 네가와트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가 있다.
 
또 이 책에서 소개된 새로운 직업으로는 기업에서 환경 관련 이슈를 모두 책임지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가 있다. 기업의 대부분 중역들은 경영의 많은 부분을 환경이 아닌 다른 분야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녹색 물결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새로운 녹색 시장에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CSO와 같은 새로운 직책을 만들고 있다. 기업에 따라 CSO, 최고환경책임자, 최고그린책임자 등 직책 이름은 다르지만, 이 직책을 맡는 사람들은 기업을 적기에 녹색 시장의 흐름에 합류시키고 성공으로 이끌며, 동시에 환경과 관련해 현존하는 규제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규제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일을 한다.
 
이미 듀폰이나 월마트와 같은 거대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낭비와 환경 오염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고 있다. 1990년 이후 듀폰은 탄소 배출량을 72%까지 감소시켰고, 태양열과 연료 전지와 같은 친환경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포장을 간소화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모든 개혁은 회사 내부의 강력하고 전문적이며 지속적인 환경 리더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은 CSO와 같은 전문가를 내부에 둘 수 있지만,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 대부분의 기업들을 위한 환경 전문 경영 컨설턴트나 환경 전문 변호사 역시 미래에 매우 유망한 직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이디어는 포장에 관한 것이다. 과대 포장이나 비닐봉투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국내에서도 비닐봉투 사용 유료화를 지나 비닐봉투 사용을 완전히 금하는 상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예술학교 등 디자인 학교에서는 지속가능한 포장 디자인의 실천을 가르치고 있다. 에코패키징넷(Ecopackaging.net)에서는 포장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75가지 녹색사업>에서 소개된 독창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포장이 제품 그 자체가 되는 것으로, 이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응용해볼 만한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TV 스탠드로 활용할 수 있는 TV 포장이나, 포장지가 램프의 갓이 되는 똑똑한 램프, 일본의 버드전자에서 개발한 스피커로 개조할 수 있는 아이포드(iPod) 플라스틱 케이스 등이 있다.
 
녹색 사업 기회 활용 방법론
이제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앞에서 기업과 개인이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녹색 사업 중에서도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수많은 녹색 사업 중에는 태양 에너지와 관련된 사업과 같이 그 시장 규모나 관련 분야가 큰 사업도 있지만, 친환경 몰딩 사업과 같이 그 규모가 한정된 사업도 있다.
 
둘째, 유망한 녹색 신사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활용 가능한 녹색 기술을 파악하고 핵심 기술의 개발 현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 시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녹색 사업 모델을 디자인해야 한다. 이때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객의 잠재 니즈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녹색 사업 모델을 디자인할 때는 타분야와의 융합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녹색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수 특허의 확보는 필수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준비를 시작하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 이미 많은 녹색 사업들이 시작됐지만, <75가지 녹색사업>에서 소개된 많은 아이디어들처럼 아직 아무도 실천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 분야가 많다. 이로 인해 생겨날 직업들도 무궁무진하다. 어떤 산업 분야든 선점하는 자가 가장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융 기관에서 증권 분석, 정부 출연연구원에서 국가 연구개발(R&D) 프로그램 기획 및 평가를 했다. 기업 전략 수립 및 국가 기술 정책과 관련한 논문을 썼고, 기술 경영 컨설팅 및 녹색 기술 분야 인큐베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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