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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맥이웬

조선경 | 55호 (2010년 4월 Issue 2)
롭 맥이웬 “외부에서 준비된 해결책을 찾자”
1999년 롭 맥이웬은 파업과 금광 고갈로 파산 지경에 이른 캐나다 금광회사 골드코프의 경영을 맡았다. 채굴업에 대해 경험이 전혀 없는 뮤추얼 펀드매니저 출신인 맥이웬은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준비된 해결책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2000년 3월 맥이웬은 사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골드코프 챌린지’라 불리는 콘테스트를 시행했다. 이 콘테스트를 통해 골드코프는 1948년부터 축적해온 탐사 자료를 정보 욕심이 많은 전 세계 지질학자들에게 공개하는 대신에 이들 학자들이 유망 채굴 지점을 분석해 회사에 알려주도록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세계 지질학자들은 골드코프의 자료 제공에 환호했고,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픈 50개국의 전문가 100여 명이 몰려 110곳의 채굴 후보지를 경쟁적으로 찾아냈다. 이들이 찾아낸 후보지의 8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220톤의 금이 쏟아졌다. 매출 1억 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골드코프는 매출 90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마땅한 해결 대안이 없어 보이는 막막한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의 전제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당시 채굴업자들은 광산 탐사 자료는 누구와도 절대 공유할 수 없는 지적 자산으로 봤다. 그러나 맥이웬은 ‘정보 보호’가 아닌 ‘정보 활용’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경영 성과를 보장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 바깥에는 내부의 지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지능이 존재한다. 최고경영자(CEO)가 할 일은 똑똑한 외부 사람들이 자신의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은 강력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버논 힐 2세 “우리는 은행이 아니라 소매업체다”
무거운 돼지 저금통을 은행에 들고 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은행 직원들이 동전 받기를 귀찮게 여길까 봐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훌륭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 은행도 있다. 미국 커머스뱅크는 영업점에 ‘페니 아케이드(Penny Arcade)’라는 기계를 설치해 고객들이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즐겁게 동전을 저축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이를 통해 커머스뱅크는 고객의 편의는 물론 은행 이미지까지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 은행의 창업자 버논 힐 2세는 커머스뱅크의 업을 ‘은행업’이 아니라 ‘소매업’이라 정의했다. 씨티은행이나 와코비아 같은 대형 경쟁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업 자체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커머스뱅크는 자사의 375개 은행 영업점을 ‘지점’이 아니라 ‘상점’이라 부른다. 자사의 경쟁사를 은행이 아닌 홈 데포나 갭과 같은 소매업체로 보고, 고객의 내방 횟수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
 
대부분의 커머스뱅크 ‘상점’들은 일주일에 7080시간 문을 열고 심지어 일요일에도 5시간 영업을 한다. “어떻게 일요일에도 직원들이 출근하도록 할 수 있는 거죠?”라는 질문에 힐 2세는 “월마트는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승리하는 블루오션 전략은 업을 재정의할 때 가능해진다. 남들이 활동하지 않는 영역을 선점하거나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상품으로 담아낼 수 있는 창의력이야말로 블루오션으로 이동하는 좋은 방법이다. 커머스뱅크의 성공 스토리는 단지 한 은행의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탁월했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업 자체를 재정의하고 이에 맞춰 직원들의 업무 수행 방식을 정렬시킨 의사결정자의 안목에 초점을 두고 살펴봐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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