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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Business and Law

ESG, ‘과거에서 온 계산서’에 응답하라

권석천 | 333호 (2021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의 ESG 활동이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ESG 활동을 추진할 진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개방성, 일관성, 비판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개방성은 기업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면서 변화할 자세가 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일관성은 목표를 세우고 일관성 있게, 자기 논리를 잃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꾸준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비판성은 단점을 찾아내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개방성, 일관성, 비판성에 기반을 둔 진정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기업의 ESG 활동이 ‘워싱’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저한테 왜 그러셨습니까?”

넷플릭스 인기 랭킹에 한국 드라마 ‘D.P.’가 올랐다. 드라마의 소재는 탈영병 체포조(Deserter Pursiut). 병영 내 폭력 문화 속에서 탈영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좌절이 숨 막히게 그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한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혹 행위를 당하다 탈영한 병사가 제대한 선임을 납치한다. 그는 선임에게 “내게 왜 그랬냐”고 묻는다. 너무 당연했기 때문일까. 선임이 내놓은 대답은 허탈할 뿐이다. “왜냐고…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문득 의문부호가 머리를 스친다. 우리가 범해온 숱한 잘못들도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았기” 때문 아닐까?

ESG,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시대의 마침표

과거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일들이 지금은 ‘절대 그래선 안 되는’ 일들이 돼가고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ㆍ중반만 해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일상, 아니 정상이었다. 선배의 담배 연기에 싫은 표정이라도 지으면 영락없이 ‘버릇없는 후배’가 됐다. 비흡연자들은 뿌연 너구리 굴 속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것이 180도 변했다.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이 건물 내 흡연실로 좁혀졌다 결국 건물 밖으로 밀려났다. 지금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말보로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필립모리스가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기업 비전으로 들고나왔겠는가.

성 인식도 다르지 않다. 과거엔 성적 농담이 식사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오가곤 했다. 회식 후 노래방에 가면 “블루스 한번 추자”며 추잡한 손을 내미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성희롱이고 성추행이다. 그때 그 사람들이 우리 앞에 소환된다면 “그땐 그래도 되는 줄 알았지…”라고 중얼거리지 않을까.

그렇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있는 게 ESG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흥청망청 써도 되는 줄 알았다. 회장님, 사장님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줄 알았다. 지배구조가 좀 후진적이어도 뇌물 주고 로비하면 되는 줄 알았다. 기후위기, 갑질 경영, 부패 구조….

과거로부터 속속 계산서들이 날아오고 있다. 구식 시스템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시시각각 확인되고 있다.

‘워싱’ 논란 속 갈수록 엄격해지는 검증 기준

세상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다들 뒤쫓아가기 바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그린워싱’ ‘소셜 워싱’ ‘ESG 워싱’ 논란도 그런 지체 현상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실제론 달라지지 않았으면서 이미지만 그럴듯하게 세탁하는 ‘워싱(Washing)’ 역시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시대의 유물이다. ESG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심각한 문제다. ‘워싱’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눈길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건 그래서다.

올 1월 영국의 비영리기관인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는 새로운 검증 기준 ‘AA1000AS(Assurance Standard) v3’를 도입했다. AA1000 시리즈는 국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검증하는 대표적인 표준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70% 이상이 AA1000 시리즈를 사후 검증 표준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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