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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도 선방한 자동차 산업

자동차가 ‘공간 맛집’이 된 까닭

정순인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0년 팬데믹 상황에도 자동차 업계는 안전하고 개인적인 ‘틈새 공간’의 역할을 해내며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자동차는 코로나19 이후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차주의 취향을 선보이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 역시 수익 창출, 레저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의 ‘매력’ 요소는 소비자로 하여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자동차를 구매하도록 할 것이다.



“방어를 퍼붓는다.” 상대 선수에 맞서 빈틈없는 방어를 보여준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설적인 복서 퍼넬 휘터커를 묘사하기 위해 붙여진 말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산업군이 침체하는 상황에 맞서 철벽 방어를 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행보에도 이 표현을 붙일 수 있다. GM(General Motors)은 2020년 하반기 매출이 41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상승했다. 더불어 연간 순이익은 7조 원을 기록했다. 포르셰는 2020년 한국에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판매량은 85%나 늘었다. 팬데믹이 끊임없이 던지는 ‘주먹’들을 자동차 업계는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이는 팬데믹으로 나만이 완벽하게 독점할 수 있는 공간, 안전한 공간, 편리한 공간, 재미있게 지낼 공간이 중요해졌고, 자동차가 재빨리 이 니즈를 채워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소스 멀티유즈.’ 모든 비즈니스의 영원한 로망이다. 제품 한 개가 여러 개의 몫을 해내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생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제품 하나를 알뜰하게 곳곳에 활용할 수 있어 좋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가 이동이라는 본질적 역할 외에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역할들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렸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갑자기 찾아온 팬데믹 덕에 더 크게 불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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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개인적인 ‘틈새 공간’

팬데믹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카페가 문을 닫거나 테이크아웃만 허용됐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난감해할 때 자동차는 카페를 대신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많은 사람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쉬고, 먹고, 회의 자료를 검토하고, 화상회의를 했다. 물론 자동차 외에 다른 공간들도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만큼 개인 맞춤형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있었을까.

BMW는 감염병이 한창이던 2020년,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뉴5 시리즈와 뉴6 시리즈 신차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신차에 탑승한 상태에서 신차 발표회를 관람했다. 마치 자동차 극장에서처럼 특정 주파수를 통해 신차 정보를 듣고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신차를 관람한 후 시승했다. 자동차 그 자체가 곧 신차 발표장이 된 것이다.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셧다운돼 예술 작품을 마음껏 관람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독일 쾰른공항에서는 50명의 아티스트가 만든 약 300개의 작품을 주차장에 전시하고 각자의 차에서 관람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갤러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차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 그 자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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