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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회계

원두 구입 가격 각각 다른데...
커피 원가 계산은?

김범석 | 254호 (2018년 8월 Issue 1)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회계 기초 강의를 듣게 된 철수는 명확한 손익관리를 위해서는 원가계산이 중요하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 이에 철수도 자신이 운영하는 ‘목동카페’의 단위당 커피 원가가 궁금해졌다. 평소 신선한 커피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철수는 원두를 대량으로 구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원두의 구입 단가가 일정하지 않고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매할 때마다 원두 구입 가격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계산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원두를 구입해 볶는 과정에서, 그리고 실제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구입한 원두가 섞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원두의 구입 단가가 정확하게 관리된다면 단위당 커피 원가1 를 계산하기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정확한 단위당 커피 원가를 계산하기 위해서 구입한 원두를 따로따로 관리해서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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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격 등 소비재의 판매가격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재고자산의 원가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금 판매하는 커피에 포함된 원두가 언제 구입한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커피를 생산할 때마다 원두의 구입 시점을 하나하나 확인2 하면서 커피를 만들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아무리 자주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원두 등 원재료는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제품원가의 구성은 원재료 이외에도 노무비 및 제조간접비가 포함되며 해당 가격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제품이 생산 및 판매될 때마다 투입된 제조비용의 가격을 하나하나 확인해 제품원가를 계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회계에서는 일정한 가정을 통해 단위당 제품원가를 계산하게 되는데 이를 제품의 원가 결정 방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품의 원가 결정 방법은 일반적으로 선입선출법, 후입선출법 및 평균법 등이 존재한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원두1g3 이 소비된다고 가정하자. 철수가 5월1일에 10만 원으로 원두 1㎏을 구입했다고 하자. 또 원두 가격이 조금 올라서 5월15일에는 1㎏ 에 12만 원으로 구입했다고 하자. 그리고 5월에 커피를 1400잔 판매했다고 한다면 소비된 원두는 1.4㎏이고 남아 있는 원두는 0.6㎏일 것이다. 문제는 철수가 커피를 만들 때 5월1일에 구매한 원두를 먼저 사용했는지, 아니면 5월15일에 구매한 원두를 먼저 사용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일정한 가정을 통해서 단위당 커피 원가를 계산해야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구입한 원두를 순서대로 사용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의 원가 결정 방법을 선입선출법(FIFO, First In, First Out)이라고 한다. 즉, 커피1400잔을 판매하기 위해 우선 5월1일에 원두 1㎏을 먼저 사용하고 0.4㎏은 5월 15일에 구입한 원두를 사용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커피를 판매하기 위한 커피의 매출원가는 10만 원x 1㎏ + 12만 원 x 0.4㎏으로 14만8000원으로 계산된다. 또한 단위당 커피의 매출원가는 약 106원4 이 되며 남아 있는 원두의 가격은 7만2000원5 이 된다.

그러나 철수가 평소 최근에 구입한 원두를 먼저 사용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러한 습관을 반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품원가 결정 방법을 후입선출법(LIFO, Last In, First Out)이라고 한다. 즉, 커피 1400잔을 판매하기 위해 5월15일에 구매한 1㎏의 원두를 먼저 사용하고, 0.4㎏의 원두는 5월 1일에 구입한 원두를 사용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5월에 발생한 커피의 매출원가는 12만 원 x 1㎏ + 10만 원 x 0.4㎏으로 16만 원으로 계산된다. 또한 단위당 커피의 매출원가는 약 114원6 이 되며 남아 있는 원두의 가격은 5월1일에 구입한 1㎏ 중에서 0.6㎏인 6만 원7 이 된다. 


상기 사례를 살펴보면 제품의 원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매출원가와 재고자산의 가격이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례에서는 원두의 가격이 점점 인상된다고 가정했는데, 이렇게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선입선출을 적용할 경우에 매출원가는 적게 인식되고 기말재고는 크게 인식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단기 수익성을 위해서는 선입선출법을 선호하고, 이익을 적게 인식하고 싶은 경우8 에는 매출원가를 크게 인식하는 후입선출법9 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금을 적게 내고 싶을 때 이렇게 한다.

다행히 재무회계에서는 한 번 인식한 재고자산의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회계상 이익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DBR minibox: 경영실무 Tip

철수가 평소 구입한 원두를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라면 5월1일에 구입한 원두와 5월15일에 구입한 원두의 가격을 평균해 제품의 원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를 ‘평균법’이라고 한다. 즉, 5월1일에 구입한 10만 원과 5월15일에 구입한 12만 원의 원가를 합산한 22만 원으로 만들 수 있는 커피가 2000잔이다. 따라서 커피 한 잔당 원두의 가격은 110원이 된다. 따라서 총 1400잔의 커피를 판매한 경우에 15만4000원의 매출원가가 발생했으며, 5월에 남은 원두 가격은 6만6000원이 된다. 


필자소개 김범석 회계사 namulab@daum.net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삼일회계법인 및 PWC컨설팅에서 13여 년간 외부 감사, 재무 전략, 연결 경영관리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CEO 어젠다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았다. 연결 결산, 자금 관리 및 회계실무 등에 대한 다수의 강의를 진행했고 현재 글로벌 패션회사의 그룹 어카운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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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ah-men@hanmail.net

    -회계사
    -(현) 글로벌 패션회사의 Group Accounting 업무를 담당
    -삼일회계법인 및 PWC Consulting에서 CEO Agenda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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