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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회계

콩코드 오류 막으려면..

김범석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결혼 10년 차인 철수와 영희 부부는 가끔 부부싸움을 한다. 평소에는 사이가 좋지만 한번 의견 충돌이 생기면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성격인 영희 때문에 싸움이 커지고 오래간다. 그럴 때면 철수는 부부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가끔 예전 여자친구인 미영이를 생각한다. 연애 시절 미영이는 항상 순종적이었고 철수의 말을 조용히 잘 들어줬다. 그래서 철수는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는 날에는 ‘미영이와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상상이 부질없다는 점은 철수도 안다. 흥미로운 점은 회계적 관점에서도 이런 생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철수는 자신의 상상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겠지만 회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봐도 이는 ‘매몰비용(sunk cost)’이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이란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적 의사결정 또는 행동을 선택함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차선의 대안이 주는 효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회비용이 클수록 최적 의사결정에 대한 망설임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매몰비용은 과거에 이미 발생한 것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매몰비용은 의사결정에 대한 여러 옵션을 평가할 때 차이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원가1 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철수가 결혼 전에 미영이와의 결혼을 고민했던 것은 그 당시에는 기회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부싸움으로 갈등을 겪을 때마다 철수는 미영이와 결혼하지 않은 것을 기회비용으로 생각하겠지만 이미 영희와 10년의 결혼 생활을 꾸려온 입장에서 미영이와의 결혼은 더 이상 기회비용이 아니다. 이미 지나간 비용, 즉 매몰비용2 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재화가 한정돼 있기 때문인데, 철수가 결혼할 당시에 영희와 미영, 둘 다와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희를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러므로 그 당시에는 미영이와의 결혼이 기회비용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미 영희와의 10여 년 결혼 생활을 꾸려온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기회비용이 될 수 없다. 이미 지나간 비용이기 때문이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은 일상생활에서나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누구에게나 일상생활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은 현실에서 자주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남녀가 콘서트를 보러 갔는데 너무 지루해서 콘서트 중간에 나갈지, 아니면 끝까지 볼지 고민이라고 하자. 남녀가 고민하는 이유는 구입한 콘서트 티켓 비용이 아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서트 티켓 값으로 지불된 비용은 ‘매몰비용’이다. 콘서트 티켓 비용은 지루한 콘서트를 계속 볼 것인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더 재미있는 대안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기존에 투입된 비용이 아까워서 비효율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계속 유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콩코드 오류(= 매몰비용의 오류)’다. 1962년 프랑스와 영국은 합작해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 도중 많은 학자가 콩코드 여객기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1976년 마침내 콩코드 여객기가 완성됐다. 하지만 이 콩코드 여객기는 경제성이 떨어져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비행기 결함 등도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2000년대까지 사업을 유지했다. 그러나 결국 콩코드기 폭발 사고를 계기로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이렇듯 콩코드 사업은 누구나 적자를 예측했지만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비용과 정부의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부담감’에 2000년대까지 지속됐다. 이러한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기 위해 밀고 나가는 행동을 콩코드 오류라고 한다.

기회비용이 클수록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회비용은 포기한 대안 중 가장 가치가 높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이 선택한 대안의 가치를 더욱 높이면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즉, 영희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미영이를 떠올리기보다는 영희와 부부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거나 영희의 장점을 더욱더 생각3)해보는 것이 철수의 가정생활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김범석 회계사 ah-men@hanmail.net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삼일회계법인 및 PWC 컨설팅에서 13여 년간 외부 감사, 재무전략, 연결경영관리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CEO 어젠다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았다. 연결 결산, 자금 관리 및 회계실무 등에 대한 다수의 강의를 진행했고, 현재 글로벌 패션회사의 그룹 어카운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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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회계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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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프로젝트 실패에 따른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누가 봐도 실패가 명백한 경우에도 프로젝트가 지속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기존에 투입된 프로젝트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새롭게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분석을 해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재무회계 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활용됨에도 불구하고 기회비용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재무회계에서는 발생된 거래만을 기록하게 돼 있으므로 아무리 가치가 높더라도 일단 채택되지 않으면 발생된 거래로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회계 관점에서는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비교 분석하는 경우에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개념은 자주 활용되므로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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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ah-men@hanmail.net

    -회계사
    -(현) 글로벌 패션회사의 Group Accounting 업무를 담당
    -삼일회계법인 및 PWC Consulting에서 CEO Agenda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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