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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소송펀드를 아세요? 美 MBA 달구는 ‘법과 금융의 교차로’

이창원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는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에 투자했던 많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가져왔다. 2013년 호주의 몇몇 투자자들은 증권에 ‘AAA’ ‘AA’와 같은 높은 신용등급만을 부여했던 신용평가사 S&P와 이를 판매했던 리먼브러더스 호주법인에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집단소송은 특이하게도 IMF벤텀(IMF Bentham)이라는 호주의 소송펀드(litigation fund)가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16년 2월, 당사자 간 조건부 합의를 통해 분쟁이 해결됐고 이로 인해 IMF벤텀은 5200만 호주달러(약 460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원고 측에 지급될 총합의금이 약 2억 호주달러 수준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이 펀드는 총 합의금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을 챙긴 셈이다.

작년 말,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시카고 지역에서 많은 투자자들의 주의를 끌었던 딜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업계 1, 2위 소송펀드 버퍼드캐피털(Burford Capital)과 거천켈러(Gerchen Keller) 간 합병 건이었다. 역사가 짧은 소송펀드 업계에서 그나마 업력이 긴 편인 버퍼드캐피털은 2009년 런던에서 설립된 펀드로 뉴욕에서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거천켈러는 2013년 시카고에서 설립된, 어떻게 보면 정말 신생 업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회사 모두 현재 운용자산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버퍼드캐피털의 시가총액은 15억 파운드(약 2조1400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소송펀드라는 생소한 사업 모델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을까? 현재 필자가 재학 중인 켈로그경영대학원과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비롯한 유수의 미국 경영대학원과 로스쿨에서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 및 케이스스터디가 진행 중이다. 본고에서는 필자가 시카고 주재 소송펀드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얻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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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금융의 교차점에 있는 소송펀드

소송펀드는 이름 그대로,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조달해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의 법률비용을 대주는 형태로 소송에 투자한다. 재판에서의 승소 또는 합의를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에서 이윤을 획득하는 펀드다.

소송펀드는 법무와 금융의 교차점에 있다. 투자금 유치와 자산관리, 그리고 성과평가에 있어서는 자산운용업계의 프랙티스를 따르고, 사업개발 및 투자기회 평가에 있어서는 로펌의 소송/중재 프랙티스를 따른다. 따라서 소송펀드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법과 금융의 영역을 잘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매니저들이다.

유력 업체인 거천켈러 창업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소송펀드 사업 모델은 법과 금융의 영역이 절묘하게 조합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세 명이 공동 창업했다. 이 중 애덤 거천(Adam Gerchen)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골드만삭스에서 뱅커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시카고에서 헤지펀드를 운영했다. 반면 트래비스 렝너(Travis Lenkner)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유수 로펌에서 소송변호사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잉 등 대기업의 사내 변호사로도 일한 바 있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사업의 아이디어를 내고 거천과 랭너의 역량을 잘 조합한 것이 세 번째 인물 애슐리 켈러(Ashley Keller) 같다. 켈러는 시카고대에서 MBA와 JD 학위를 받았고 미국 연방항소법원 및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대형 로펌의 소송 변호사로 일하면서 법조계 경력을 쌓았다. 또 거천과 같은 헤지펀드에서 일하며 주로 소송이나 복잡한 규제적 이슈에 봉착한 회사들을 분석했다. 이렇게 투자 전문가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소송펀드 창업의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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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소송펀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까? 아래와 같이 4 단계로 살펴보자.

1단계는 사업개발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소송 케이스의 획득이다. 큰 소송펀드들은 직접 마케팅팀을 구성하거나 마케팅 전문회사와 계약해 투자할 만한 질 좋은 소송 케이스를 찾아 다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좋은 기회는 로펌 또는 인하우스 변호사로부터 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송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개인이든, 회사든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적 절차를 거치고 싶다면 먼저 로펌을 찾게 된다. 해당 로펌은 고객의 상황과 승소 가능성을 먼저 간략하게 평가한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펀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로펌은 소송비용의 조달을 위해 소송펀드에 제안을 보내게 된다. 이때 개인 간의 네크워크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송펀드의 창업자들 상당수가 대형 로펌에서의 소송 변호사 경력을 가지고 있다.

2단계는 소송 케이스의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 계약이다. 케이스의 분석은 소송펀드의 내부 인력이 진행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은 투자 기회를 가져온 로펌과 해당 이슈에 밝은 제3자 손해배상 산정기관 및 컨설팅펌과의 계약을 통해 진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승소 및 합의 가능성을 분석함과 동시에 승소할 경우 어떻게 피고에게서 해당 배상금을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함께 마련하게 된다.

이 투자 계약 단계에서는 한 케이스당 얼마만큼의 금액을 투자할 것인지도 소송펀드의 주요 고려사항이 된다. 보통 소송펀드는 ‘10대1 룰’에 따라 소송비용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예상되는 총배상액이 1000억 원이라면 소송비용 관련 투자금은 100억 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투자 계약상 고객이 수령하게 되는 배상금의 몇 %를 소송펀드가 가져갈 것인지도 중요한 협상 포인트다. 케이스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투자한 비용의 전액을 회수하고 여기에 더해 고객이 받게 될 배상금의 30∼40%를 요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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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원p-lee2015@kellogg.northwestern.edu

    - 노스웨스턴대 MBA & JD 수학 중
    - 시카고 주재 행동주의 헤지펀드 및 소송펀드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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