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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쌍용차 분식회계 사건’의 진실 <1>

유형자산의 회수 가능액 어떻게 산정? 대법원까지 올라간 ‘손상차손 평가’

최종학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쌍용차 사태의 핵심은 유형자산 손상차손 평가에 있다.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토지, 건물,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상 금액보다 적을 때 그 차액을 회계장부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쌍용차는 2008년 5176억 원의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손상차손을 보고했다. 당시 외부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매출 급감에 따른 영업손실, 현금유출 등을 이유로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후 과대계상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은 쌍용차의 회계처리에 대해 감리작업을 진행했고 서울대 회계 전공 교수도 감정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양자 모두 합리적으로 계상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전문가들의 의견과 배치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쌍용차 사태는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쌍용차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필자의 글은 2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지난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각국의 많은 기업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낄 만큼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3년 들어 중국 다롄에 위치한 STX그룹 소속사 STX다롄이 파산을 선언했다. STX다롄은 STX그룹이 금융위기 발발 이전의 호황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서 중국 다롄에 건설한 조선소인데,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신규 선박 건조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파산하게 된 것이다. STX그룹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중국에서 철수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STX다롄이 중국의 은행들로부터 대출해 상환하지 못한 자금은 약 14억 달러에 이른다. 밀린 임금이나 협력업체들에 결제하지 못한 자금도 상당하다.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만 1만 명이 넘는다. 중국의 채권은행들과 협력업체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STX그룹과 한국의 STX그룹 채권은행들에 채무를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당시 STX그룹도 이미 파산 위기상황이라 여유자금이 없었으므로 이런 요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국 금융사들은 법적으로 볼 때 STX다롄의 문제를 해결해줄 책임도 없다.1 이런 상황이 국가 간의 외교상의 이슈로까지 확대됐지만 국가가 사기업들 간의 문제에 개입해 빚을 대신 갚아 줄 수도 없는 것이니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다롄 현지에서 체감하게 된 피해가 너무 커진 나머지 당시 반한(反韓) 감정 역시 상당히 커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2004년 10월, 중국 상하이차는 1997년 발발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오랫동안 부도 상태였던 쌍용차를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했다. 당시 인수경쟁을 했던 미국 GM은 주당 7000원의 인수가를 제시한 반면 상하이차가 주당 1만 원을 제시하면서 쌍용차 인수에 성공했다. 상하이차는 총 5900억 원을 투자해 쌍용차를 인수했고, 쌍용차의 인수로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쌍용차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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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쌍용차의 부도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인수된 이후에도 계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2007년에 이르러 마침내 소폭이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당시는 쌍용차뿐만 아니라 미국의 GM이나 크라이슬러 등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파산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원유가 급등으로 인해 특히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형 SUV를 생산하는 쌍용차는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하반기에는 거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 결과 매출액이 2007년 3조1000억 원에서 2008년 2조5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운영자금이 고갈되자 2008년 12월부터 직원들에 대한 임금 지급 및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가 중단됐다. 결국 2009년 1월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경영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쌍용차에 상당한 자금을 대출해줬던 채권은행단, 노조, 협력업체 등은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상하이차는 경영에 복귀할 뜻이 없다는 결정을 전해왔다. 그 결과 쌍용차는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당시 용어로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일감이 없어서 직원 상당수가 몇 달째 쉬고 있는 상황에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 사건이 벌어지자 국내 노동계와 일부 언론에서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기술만 습득하고 ‘먹튀’를 했으며 경영 윤리가 없는 부도덕한 회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쌍용차의 채무를 상하이차가 대신 갚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상하이차 측에서는 경영실패로 인해 5900억 원의 투자금 중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식회사의 경영 원리에 따라 적법하게 경영권을 포기한 것뿐이라고 맞섰다. 주식회사에서 주주는 자신이 투자한 자본의 금액만큼만 법적인 책임을 진다. 주식회사가 파산하면 회사를 청산해서 남는 자금을 채권자들에게 우선 지급한다. 주주들은 그 후 남는 자금을 받는다. 만약 채권자들이 받을 돈이 부족하다면 채권자들도 일부 손실을 보는 것이며 이 경우 주주들은 아무 돈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즉 주주들이 자신의 투자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만 채권자들도 자신의 투자에 대해 주주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책임을 지는 형태다. 이때 법적으로 회사가 파산했다고 해서 채권자들이 회사 청산 이후에 회수하지 못한 자금을 주주들에게 대신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하이차의 결정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윤리도덕적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당시 피해를 본 노동자, 협력업체 임직원, 채권자 금융기관 등의 안타까운 심정도 이해가 된다. 이 때문에 당시 국내에서는 상하이차나 중국에 대한 반감이 폭발했다.



STX다롄과 쌍용차 사례 비교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상황을 어느 한쪽 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불합리한 선입견을 갖게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쌍용차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앞에서 소개한 STX다롄 사건 이후 중국에서도 똑같이 한국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했다는 사실을 아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한국인은 오히려 STX그룹이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실패해서 큰 손해를 보고 철수했으며 투자 실패의 결과 모회사인 STX조선까지 망한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두 사건은 거의 비슷한 상황이며 투자 및 부채의 규모, 직원의 수, 사회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쌍용차 사건 못지않게 STX다롄 사건이 경제적 및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났고, STX그룹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금융권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논란의 이유 중 하나는 STX그룹의 계열사들이 STX다롄에 제공한 지급보증액 7억 달러 때문이다. STX그룹을 살리려면 이 7억 달러의 금액을 STX그룹이 중국의 은행들에 상환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내서 STX그룹을 살리려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 채권자들에게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것이 대규모 국부 유출을 초래하므로 반발이 심한 것이다.2

쌍용차 사건에 대해 한국에서는 쌍용차의 우수한 기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상하이차에 유출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오히려 상하이차가 한국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고 철수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의 채권단과 쌍용차 직원들에게 속아서 비싼 가격에 쌍용차를 샀다고 생각한다. 상하이차는 연간 생산량이 500만 대가 넘는 중국 제1의 자동차 회사다. 또 GM 및 폴크스바겐과 합작사로서 GM과 폴크스바겐의 다양한 차종들을 중국 내에서 생산 중이며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까지 생산하는 회사다. 이런 점들을 들어서 상하이차는 쌍용차로부터 기술 유출을 할 이유가 없으며 자신들의 우수한 기술을 쌍용차에 이전해서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쌍용차 측의 경직적인 태도로 기술 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2012년 초 기술 유출 혐의로 고발당했던 쌍용차의 임직원들이 국내 법원에서조차 모두 무죄로 판명 나기도 했다. 중국 측 주장이 타당한지 생각해보면 투자 실패를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수 있겠지만 주장내용 전부가 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상하이차의 한국 철수와 쌍용차의 파산

이 두 사건을 보면 한국과 중국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측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볼 뿐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쌍용차 사건을 보는 관점이 옳다면 중국에서 STX다롄을 보는 관점도 논리적으로는 옳을 것이다. 반대로 중국에서 쌍용차 사건을 보는 관점이 옳다면 한국에서 STX다롄을 보는 관점도 옳은 셈이다. 한국 측 주장은 다 맞고 중국 측 주장은 다 틀리다는 감정적인 결론은 적절하지 않다.

쌍용차 사태를 다시 살펴보자. 2008년 12월 유동성 부족, 2009년 1월 상하이차의 경영권 포기 선언과 한국 철수, 그리고 쌍용차의 부도와 회생절차개시 신청의 결과, 법원이 쌍용차를 경영하게 됐다.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에 쌍용차의 가치평가를 의뢰했다. 회사를 청산시켜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유리한지, 혹은 자금을 추가로 투자해 회사를 살려서 계속 운영하는 것이 유리한지 평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또한 한국감정원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에 대한 가치감정을 의뢰했으며 삼정회계법인에는 회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던 중 2009년 3월27일 쌍용차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안진회계법인에서 감사 결과를 제출했다.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5177억 원을 포함해서 총 7097억 원의 손실을 포함한 재무제표를 공시한 것이다. 모두들 깜짝 놀랄 만한 대규모 손실이었다. 유형자산 손상차손이란 토지, 건물,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유형자산을 사용하여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순현금의 가치)이 장부상 금액보다 적을 때 그 차액을 손실로 기록하는 것이다. 장부상 금액이 100인 생산설비의 회수가능 예상액이 70이면 차액 30은 손실(손상차손)로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것이다.3 바로 이 손상차손을 둘러싸고 나중에 회계조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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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의 손상차손 기록과 한정의견 제시

쌍용차에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한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회계감사기준에 따르면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에 대해서 손상이 발생했는지를 검토해 손상이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손상차손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은 자산 손상을 기록할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없으며 손상의 징후가 있으면 반드시 손상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회사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는 자산의 손상이 발생했는지를 꼭 검토할 것을 회계감사기준에서 강조하고 있다.

당시 쌍용차에서는 차량 판매대수가 급감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낮아서 유형자산 설비의 상당 부분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그 유형자산의 사용 정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안진회계법인은 유형자산을 사용함으로써 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사용가치)가 당시 회계장부에 기록돼 있는 유형자산의 장부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방식대로 유형자산의 장부가치를 예상되는 사용가치로 낮추고, 그 차이를 손익계산서상에 당기의 손상차손으로 인식해 영업외손실로 분류했다.4



그 외에도 안진회계법인은 재무상태표에 무형자산으로 기록된 ‘개발비’ 1298억 원의 자산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회계감사의견으로 ‘한정의견’을 제시했다. ‘한정의견’이란 어떤 특정한 이슈는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지만 그 이슈를 제외한 나머지 회계처리는 적정하게 수행됐다고 회계법인이 판단했을 때 제시하는 회계감사 의견이다.5 상장기업에 대해 적정의견이 아닌 회계감사의견이 제시되는 경우가 연간 1∼2%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안진회계법인이 한정의견을 제시한 것이 얼마나 이례적인 경우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쌍용차가 받은 한정의견의 의미를 독자들을 위해 쉽게 풀어 해설하겠다. 현재 회사는 개발비 1298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안진회계법인은 해당 개발비가 너무 높게 기록돼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회사는 과거에 이미 연구개발을 위해 1298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지만, 신차를 개발하고 생산해 미래에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추가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쌍용차가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지출한 개발비가 미래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기존 투자금액에 대해 인식한 자산인 개발비가 자산성을 가지고 있는지 불명확하므로 자산으로 기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진회계법인의 이러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런 회계처리에 반대하기 때문에 개발비에 대한 손상차손을 기록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이 점을 제외하고는 쌍용차의 재무제표는 적정하다는 의견이다.



쌍용차 구조조정의 실시와 파업

한편 3월10일 한국감정원은 쌍용차가 보유한 토지 등의 부동산과 기타유형자산을 현재 시장에서 취득하려면 약 1조3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감정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6 또한 3월31일 삼정회계법인은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제시돼 있었다. 5월6일에는 삼일회계법인의 가치평가 결과가 법원에 보고됐다. 삼일회계법인은 쌍용차를 지금 당장 청산시킨다면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총 9400억 원을 회수할 수 있으며, 회사를 청산시키지 않고 추가적으로 수천억 원의 자금을 더 투입해 회사를 정상 가동시키면 미래 기간에 회사가 살아나서 계속기업가치가 1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다. 단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원에 이미 보고된 인력감축 방안의 실행을 포함해서 비용을 대폭 절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법원은 삼정회계법인 측이 마련한 방안을 일부 보완한 회사 측의 구조조정안을 시행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쌍용차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회사의 상황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방안에 동의하는 직원들도 많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일부 직원들은 민주노총 측 인사들과 함께 5월 중순부터 회사를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파업으로 인해 두 달 반 동안 회사의 생산활동이 중단돼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서로 의견이 다른 직원들 간의 충돌도 자주 벌어졌다. 마침내 회사 측의 요청에 의해 경찰이 투입돼 파업이 강제로 진압됐다. 그 과정에서 양측이 격렬한 싸움을 벌이던 모습과 회사 공장 건물이 불타던 모습이 뉴스를 통해 생생하게 보도된 바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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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진압이 이뤄지던 8월5일,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법원에 쌍용차의 파산을 신청했다. 회생절차개시 결정 이후 6개월 이상 밀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서 회사가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으니 쌍용차를 청산해서 납품대금을 갚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법원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면 쌍용차는 청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깜짝 놀란 노사 양측은 바로 다음 날 만나서 ‘회사를 살리자’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구조조정 방안에 합의했다. 총 7000여 명의 쌍용차 직원 중 회사를 점거해 농성하던 165명은 정리해고하고 약 550여 명을 무급휴직시키는 안이었다. 무급휴직을 하게 된 직원들은 회사가 살아나 직원이 더 필요해지면 우선적으로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그 결과 77일간에 걸친 점거농성이 끝나고 노사의 합의로 생산활동이 재개됐다.

원래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한 구조조정 보고서에서는 매출 수량에 비해 직원 수가 과다하기 때문에 약 20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해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제시돼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8개월 동안 약 1000명이 이미 자발적으로 퇴직을 했거나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바람에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숫자는 다행스럽게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남은 직원들의 봉급이나 복지후생비는 대폭 삭감됐다. 이런 아픈 과정을 거쳐서 쌍용차 사태가 일단락되고 회사가 정상화되는 듯했다.



분식회계 논란과 해고 무효 소송

그러나 쌍용차를 둘러싼 갈등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09년 말부터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쌍용차가 분식회계를 해서 적자규모를 실제보다 대폭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상차손 규모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187%에 불과한데 손상차손 5200억 원을 반영해 부채비율이 561%가 되도록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이 공모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한 유형자산을 매입하는 데 소요되는 금액이 손상차손 규모 판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식회계의 증거로 들었다. 회사가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할 만큼 어렵지 않았는데 분식회계를 통해 재무상황을 왜곡해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고 과다한 인력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또한 해고대상자의 선정도 잘못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2010년 11월 들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쌍용차 파업사건을 주도한 민주노총이 검찰에 회사와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형사고발을 했고, 쌍용차를 대상으로 정리해고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를 취소하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던 도중 처지를 비관하고 자살한 해직근로자까지 생겨남으로써 이 사건은 정치·사회적으로 더욱 큰 이슈가 됐다.



그러던 2011년 11월,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정식 명칭은 Mahindra & Mahindra)이 5225억 원을 지급하고 쌍용차의 경영권(지분 중 70%)을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했다. 마힌드라그룹 외에도 인도의 루이아그룹 및 국내 기업인 영안모자, 총 3개 회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그중 최고가를 쓴 마힌드라그룹이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쌍용차 인수 대금 중 4271억 원은 신규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차에 투입되며 차액 954억 원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를 마힌드라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마침내 쌍용차가 새 주인을 맞이해 정상화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생긴 셈이다.

채권단은 이 매각이 성사됨에 따라 한 시름을 놓게 됐다. 막대한 자금을 쌍용차에 빌려준 상태에서 언제 회수할지 모르고 몇 년째 손을 놓고 있었는데 마침내 일부라도 자금을 회수할 길이 생긴 셈이다. 마힌드라는 인도 재계 서열 10위권의 그룹이며, 계열사 마힌드라자동차는 SUV와 경승용차를 생산하는 인도 자동차 업계 2위의 회사로서 인수 당시 연 판매량은 25만 대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SUV가 주력 업종인 쌍용차와 전문 분야가 겹치는 셈이므로 양자의 기술력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 후 2012년 1월19일 1심 법원은 쌍용차에 대해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판결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쌍용차에 대해 구조조정 개시를 결정한 법원의 판단은 쌍용차의 2008년 3분기 재무제표를 기본으로 해서 마련된 구조조정안을 기초로 해서 이뤄졌으므로 2008년 말 재무제표에 대해 2009년 2월 말 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회계감사에서 내린 손상차손 결정이 법원의 구조조정 여부나 방안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었으며 (2) 회사의 구조조정은 회계감사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이 아니라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한 방안에 따라 수행된 것이며 (3)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해서 삼일회계법인이 청산가치를 평가했지만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으므로 감정평가액을 손상차손 계상에 고려했느냐의 여부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이었다. 회계상의 이슈가 아니라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지만 (4) 당시 경영상황으로 보아 해고는 불가피했고 해고노동자의 선정도 합리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부당해고에 관한 소송이었으므로 판결내용은 주로 (4)에 대한 설명이 더 많았다. 민변과 민주노총 측은 이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법원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놨다.

1심 판결 선고 이전부터 지속된 일부 정치권의 요청 또는 압력에 의해서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에서 2011년 10월부터 쌍용차에 대해 특별감리를 실시해 회계분식 여부를 조사했다. 법원 판결 이후인 2012년 5월, 금융감독원은 6개월의 긴 시간과 다수의 인력을 투입해 정밀하게 조사를 한 결과 회계분식은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대해 원고 측은 다시 강하게 반발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정부, 법원, 쌍용차, 회계법인, 그리고 채권단 등과 짜고 허위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다시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1심 판결과 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뒤엎은 고등법원의 판결

민변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소한 후 회계분식 여부에 대해 회계전문가의 감정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쌍용차 측은 1심에서 이미 회사가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이 회사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결을 했고, 그 사이 금융감독원도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판정했는데 왜 또 감정을 해야 하냐며 민변 측의 요청에 반대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민변 측 주장에 동의해 감정인을 선정해 손상차손 금액이 적정한지에 대한 조사를 위촉했다.

그 후 양측으로부터 각종 자료를 제출 받아 수개월 동안 검토한 후 전문가 감정인은 법정에 출석해 회계분식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합리적인 손상차손 금액이 최소 5177억 원에서 최대 5248억 원 정도라고 판단되지만 이는 회사에서 기록한 5177억 원보다 오히려 더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기록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으므로 회계감사의 ‘중요성’ 관점에서 볼 때 그 차이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며, 따라서 회계처리가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즉 민변 측에서 요청해서 법원이 선임한 전문가도 쌍용차가 회계분식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감정인은 (3)의 의견과 동일하게 원고가 주장한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감정가치를 사용하는 것’은 손상차손 금액의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미래 기간에 쌍용차가 판매할 수 있는 차량이 몇 대가 되느냐를 예측하는 것이 손상차손 금액의 적정성 판단의 핵심이라고 증언했다. 덧붙여 안진회계법인이 미래 판매수량을 예측하는 데 사용한 방법(후술함)은 회계감사 과정에서 종종 사용되는 방법으로써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문가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쌍용차가 회계분식을 행했으며 당시 쌍용차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있었을 뿐 정말 심각한 위기에 있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심각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없었는데 회계분식을 해서 과다한 구조조정을 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전문가의 판단, 1심 결과를 정반대로 뒤집는 판결이다. 이런 법원의 판단에 대해 민변 측 변호사들도 놀란 듯했다. 판결이 선고된 후 몰려든 기자들이 민변 측에 어떻게 해서 전문가의 판단도 뒤집는 판결이 났는지를 묻자 민변 측은 해당 전문가가 엉터리로 감정을 했든지, 아니면 쌍용차가 전문가를 매수한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금융감독원, 채권은행, 회계법인들까지 모두 한통속으로 회사와 공모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쌍용차는 원고가 요청해 선임한 전문가의 증언이나 그 외 여러 객관적 증거도 무시한 억지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09년 당시 법원이 인가한 구조조정 계획을 다른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단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2심 법원의 판단이 적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이후 언론에서 상당 기간 논란이 됐다. 물론 언론들의 보도 논조는 해당 언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크게 갈렸다. 그러나 회계법인 업계나 회계학 교수들 및 금융감독원에서는 회계적 이슈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틀렸다는 의견을 다수 제시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손상차손은 회계상의 비용으로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부도나 파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손상차손 때문에 정상적인 회사가 경영상황이 악화돼 부도가 났다는 주장은 옳지 않으므로 본 사건은 손상차손 금액의 산정이 적정한지에 대해 전문가 감정 자체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결판이 나게 됐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 동시 수상
    - 홍콩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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