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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긍정적 뉴스는 숫자로 부정적 뉴스는 %로 알려라

최종학 | 101호 (2012년 3월 Issue 2)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미국 코미디언인 조지 칼린은똑같이 물이 담겨 있는 컵을 보면서 물이 반이나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물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같은 사물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프레이밍 효과(framming effect, 틀 또는 구조화 효과라고 번역함)’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 프레이밍 효과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병에 걸려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가 의사에게 생존가능성을 질문했다. 의사가지금까지 이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100명 중에서 70명이 수술 후 10년은 더 살았습니다라고 얘기하면 환자는 아마도 비교적 안도하면서 기꺼이 수술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100명 중에서 30명이 10년 이내에 죽었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불안에 떨며 수술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 철저히 따져보면 100명 중 70명이 산다는 것은 30명이 죽는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환자의 반응이 정반대로 바뀐다.

 

사실 이 프레이밍 효과는 심리학 분야에서 알려진 지 매우 오래됐다. 그리고 많은 경제학이나 심리학 서적에서 기업들이 프레이밍 효과를 마케팅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앞서 소개한 의사와 환자의 사례는 수많은 심리학 책뿐만 아니라 최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라고 불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제학 책들과 뇌과학(neuroscience) 책에도 등장한다.1 그러나 이런 책들은 프레이밍 효과가 있다는 사실만 설명해줄 뿐 실제로 프레이밍 효과가 마케팅 분야에 의도적으로 사용된 사례를 소개하지는 않는다. 필자도 그런 사례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일단 짧은 시간 내 마무리 지어야 하는 TV 광고에서 이런 내용을 구구절절 하기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TV 광고는 청각보다 시각효과가 크기 때문에 미묘한 표현의 차이로는 시청자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화법이나 협상론 등의 분야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의 기술로 프레이밍 효과가 소개되곤 한다.

 

그런데 기업 활동 가운데 프레이밍 효과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영역은 놀랍게도 회계 분야다. 숫자를 다루는 영역인 회계 분야에서 설득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이밍 효과가 널리 사용된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지도 모른다. 프레이밍 효과가 자주 사용되는 영역은 기업이 여러 뉴스를 외부에 전달하는공시(公示)’.

 

공시에서 프레이밍 효과가 활용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프레이밍 효과 중에 숫자 그 자체와 퍼센트로 표현한 숫자가 가져오는 효과의 차이점에 대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70명은 수술 후 10년을 더 살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70%의 사람들이 수술 후 10년을 더 살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큰 차이를 가져온다. 숫자 그 자체를 들은 사람들이 퍼센트로 표현한 숫자를 들은 사람보다 더 강한 인상을 갖는다. 즉 긍정적 뉴스라면 뉴스를 들은 사람이 더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고 반대로 부정적 뉴스라면 더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폴 슬로빅(Paul Slovic)은 이런 현상에 대해만약 당신이 열 명 중 한 명만 게임에서 이기거나 질 거라고 얘기하면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바로 그 한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이기거나 진 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그 한 사람과 동일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게임을 한 사람 중 10%의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다라고 얘기하면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다고 느끼게 된다.2

보다 구체적인 예는 기미히코 야마기시(Kimihiko Yamagishi)의 연구에서 나타난다. 그는 사망자 1만 명 가운데 1286명이 암으로 죽는다는 숫자를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암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인지 적게 했다. 이때 사람들은 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24%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퍼센트로 같은 내용을 설명했을 때(, 1만 명 중 12.86%의 사람들이 암으로 죽는다고 설명했을 때) 사람들은 확률이 13%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암의 위험성을 상당히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다. 24% 13%의 차이는 매우 크다.3 보통 사람들의 인지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공시에 활용되는 프레이밍 효과

 

기업들은 뉴스를 공시할 때 이와 같은 심리학적 지식을 적극 이용한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시를 하면서 공시 정보의 양과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미래 이익에 대한 예측치 공시를 보자.4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초반 미국의 기업들은 연간 약 3000개 이상의 이익 예측치를 공시했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공시들이 있을 것이므로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익 예측치 공시는 대략 (1)‘우리 회사의 올해 주당순이익은 2달러 정도로 예상된다는 형식의 구체적 수치(point)를 주는 공시와 (2)‘1.7에서 2.3달러 사이로 예상된다는 형식의 범위(range)를 주는 공시 (3)‘최소(최대) 2달러 정도일 것이다는 최솟값이나 최댓값을 주는 공시 (4)‘이익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또는형편이 어려우니 이익이 감소할 것이다는 식으로 구체적 수치 없이 방향(qualitative statement)만 알려주는 공시 등 4가지 형식으로 구분된다. 4가지 형식 중 (1)의 구체적 공시가 약 20% 정도며 (2)가 약 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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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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