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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기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사례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을 조직 역량 발전 계기로 삼다

황이석,최한나 | 97호 (2012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교수 황이석 교수)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기업의 임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CFO 과정의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2010년 하반기, 중소기업 회계팀에 비상이 걸렸다.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전 상장사가 IFRS를 사용해야 했다. 이를 준비하느라 회사마다 야단이었다.

 

2010 3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IFRS 의무적용기업 1190사 가운데 도입에 착수한 기업은 약 900곳으로 전체의 4분의 3(75%)을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도입에 착수했다고 답한 26.5%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75% 가운데 38% 이상이 준비 및 분석의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시스템 설계와 구축, 실제 적용 등 실질적인 준비에 나선 기업은 37%가량에 불과했다.

 

특히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컸다. 2009년 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장기업 중 자산규모가 200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상장 중소기업의 50.5% IFRS 도입 시기를 유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IFRS 도입 준비 미흡(27.8%)’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도입 이후 혼란 예상(25.4%)’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도입시기가 빠름(24.2%)’ 등이 꼽혔다. ‘IFRS 도입의 실익이 크지 않음이라고 답한 기업도 22.6%나 됐다.

 

해외 자회사가 많아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실익이 크고 고정자산의 재평가 등으로 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해외 진출 기회가 적고 인력 양성 및 시스템 개편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이 버거운 중소기업은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IFRS로의 전환이 부담스러운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연합회 등을 주축으로 도입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IFRS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동양기전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동양기전은 오랜 시간을 두고 회계기준 변경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특히 내부 회계 담당 인력을 효율적으로 육성해 혼란이나 실수 없이 새로운 회계기준에 안착했다. 동양기전이 추진한 IFRS 도입과정과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동양기전은 자산 규모 4000억 원 정도의 중견기업이다. 국내에 근무하는 직원은 총 1100여 명. 이 가운데 회계 및 재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총 17명이다. 연차가 낮은 주니어급 직원을 제외하면 실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10명이 채 안 된다. 4000억 원이 넘는 회사 살림을 담당하는 인력치고는 빈약한 편이다.

 

다른 중소기업과 다름없이 동양기전 역시 2011년부터 전 상장기업으로 확대 적용되는 IFRS를 앞두고 고민이 컸다. 한두 개 항목이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칙부터 체계, 적용방법이 전면적으로 달라지는데다 시스템 개편과 전문 인력 확충 등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할 영역이 많았다. 당시 CFO를 맡아 동양기전의 내부 살림을 총괄하던 안경기 상무(현 기획 담당 상무) “IFRS 도입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시스템이나 회계처리방법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회상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이란

기업의 회계 기준은 재무정보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언어와 같다. 기업마다 회계기준이 다르다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처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면서 영어가 공용어로 자리 잡은 것처럼 기업 활동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기업의 언어인 회계기준을 하나로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나라가 2011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IFRS는 크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우리나라가 기존에 사용하던 기업회계기준(K-GAAP)은 규정 중심(Rule-based)의 회계기준이다. 이는 회계를 처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회계처리방법을 미리 일일이 정해두는 방법이다. 하지만 경제 환경과 기업 활동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회계 사안을 모두 예측해 규정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규정이 방대해졌다. 또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면 규정을 피해가려는 거래가 조장되고 이는 왜곡된 회계처리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IFRS는 원칙 중심(Principle-based)의 회계기준이다. 회계처리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근거해서 회계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원칙만 제시하는 방법이다. 기업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각자의 실질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을 택해 회계를 처리하면 된다.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고 주석을 통해 설명한 논리가 타당하다면 기업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회계를 처리할 수 있다.

 

경제적 실질가치의 반영 K-GAAP에서는 법이나 규제에 근거해서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는 반면 IFRS에서는 법이나 규제보다는 해당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맞춰 회계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즉 거래의 형식이나 그와 관련된 법률보다는 실제 그 거래의 경제적 본질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취득원가에 따라 자산 및 부채를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K-GAAP)에서 벗어나 현재 거래되는 시가를 기준으로 자산 및 부채를 평가하도록 한 것이 그 예다. 현재 시가 기준으로 자산 및 부채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투자자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보다 유용한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결재무제표 위주의 공시체계 연결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서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종속회사를 지배회사의 하나의 사업부나 지점으로 보고 이들 재무제표를 합산해 한 회사의 재무제표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 개별재무제표다. 쉽게 말해 서로 연결하지 않은, 지배회사 또는 종속회사의 독립된 재무제표다.

 

이제까지는 여러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지배회사라고 할지라도 개별재무제표를 주된 재무제표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IFRS에서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산해 만드는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활용한다. 법적으로는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일지라도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실체로 보고, 이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가장 기본으로 한다는 의미다.

 

동양기전은?

동양기전은 인천을 중심으로 서울, 전북 익산, 경남 창원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다. 자동차 부품과 산업기계, 유압기기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주 사업으로 한다. 1978년 설립됐으며 한국법인 기준으로 현재 자본총계 2300억 원, 자산총계 4300억 원 규모의 중견 기업이다. 2011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4500억 원, 당기순이익은 200억 원대다. 해외에는 중국과 인도,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법인과 지사, 사무소 등이 있다. 2008년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잠시 주춤했으나 2009년부터 경기회복과 함께 실적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 제기

IFRS 도입으로 동양기전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회사가 보유한 유형자산에 대한 상각방법 및 대손충당금 설정방법을 변경하는 일과 해외법인과의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이다.

 

①유형자산 상각방법 변경 기존 K-GAAP에서는 유형자산의 취득원가가 쌍방 간 거래 등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가격으로 신뢰할 만한 회계정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자산과 부채의 가장 기본적인 평가기준으로 취득원가주의를 사용했다. 즉 재무제표에 기재된 유형자산의 가치는 시간이 많이 지나더라도 구입할 당시 지불한 금액, 또는 그 금액에서 감가상각충당금누계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유형자산을 사고파는 거래가 활발해졌고 시가(市價) 또는 공정가치(fair value)가 투자자 및 재무제표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더 유용하다는 주장이 우세해졌다.

 

이에 따라 IFRS에서는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허용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자산가치가 크게 변해서 장부 가치와 현재 거래되는 시장가격 사이에 차이가 클 경우 자율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유형자산의 감가상각은 유형자산을 활용해서 일정기간 동안 수익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해 해당 유형자산의 가치하락분을 산출해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연수를 산출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유형자산을 취득했을 때 앞으로 몇 년 동안 해당 자산을 사용할 수 있을지 현 시점에서 추정해 매년 가치하락분만큼 상각하는 것이다. IFRS 도입 전 동양기전에서는 유형자산을 세법의 분류대로 나눠 세법에서 정해진 내용연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IFRS에서는 유형자산을 좀 더 세분하고 회사마다 실제로 사용하는 연수를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골프카(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차)1

대표적인 감가상각 방법에는 정률법과 정액법이 있다. 정률법은 자산의 잔존가격에 매년 동일한 비율을 적용해서 나온 금액만큼 상각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각금액이 감소한다. 정액법은 자산의 내용연수 동안 매년 일정 금액만큼 상각하는 방법이다. 상각금액이 매년 동일하다. 이는 내용연수 동안 매년 비슷한 가치만큼 자산의 경제적 효익이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 동양기전은 유형자산에 대해 건물이나 구축물에는 정액법을, 기계장치나 공구, 비품, 차량 등에는 정률법을 적용하고 있었다. IFRS에서는 정률법을 사용하려면 유형자산을 매입한 초기에 해당 유형자산을 집중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증명해야 한다. 사실상 정률법 적용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동양기전의 경우 자동차부품과 유압실린더 및 산업기계 등을 생산·판매하는 제조업체로 다른 업종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세법에 규정된 비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감가상각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지만 IFRS로 전환되면서는 동양기전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②대손충당금 설정 기존 K-GAAP에서는 매출채권이나 대여금, 미수금 등 받을 채권의 잔액을 계산하고 해당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단계별로 나눠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었다. 이때 회수 가능성은 과거 대손 경험률을 토대로 앞으로의 대손 가능성을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업은 충당금을 설정할 때 기말마다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을 추정해서 대손충당금을 확정하고 이미 설정돼 있는 대손충당금 잔액과 비교해서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쌓거나 환입하는 방법 또는 외상매출액의 일정 비율만큼 대손상각비로 설정하는 방법을 쓸 수 있었다.

 

IFRS에서는 구간별 충당금 설정률을 회사의 과거 회수율에 맞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마다 과거에 얼마나 채권을 회수해왔는지 따져 앞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방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가정한 것이다.

 

동양기전의 경우 과거 채권 회수율을 파악하고 새롭게 충당금 설정비율을 책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채권 회수 데이터를 수집하고 얼마 만에 1년 이상 연체 채권이 발생하는지 구간별로 파악해야 했다. 그에 따라 구간별 충당금 적립률을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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